예컨대 호른이라는 악기가 있다. 그리고 그 호른 연주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일은 이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생각해본다면 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이런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내 머리는 입체적인 미궁처럼 혼란스러워진다.
왜 그게 호른이어야만 했을까?
왜 그는 호른 연주자가 되었고, 나는 되지 않았을까?
어떤 한 인간이 호른 연주자가 된다는 행위에는, 어떤 한 인간이 소설가가 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수께끼가 함축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을 풀기만 하면 인생의 모든 것을 간단히 알 수 있는 그런 수수께끼가. 그러나 그것은 결국 내가 소설가이지 호른 연주자가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만일 내가 호른 연주자였다면, 어떤 한 인간이 소설가가 된다는 행위 쪽이 훨씬 더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는 어느 날 오후, 깊은 숲 속에서 호른과 우연히 맞닥뜨렸을 지도 모른다, 고 나는 상상해 본다. 그리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따위를 하다가 아주 의기투합해져서, 그래서 그는 직업적인 호른 연주자가 된 것이다, 라고. 혹은 호른은 그에게 극히 호른적인 신세타령을 했을지도 모른다. 힘들었던 소년 시절이라든가, 복잡한 가정환경이라든가 용모상의 콤플렉스라든가, 성적인 고민이라든가 그러한 것을.
"바이올린이라든가, 플루트 일 같은 건 난 잘 몰라."라고 호른은 나뭇가지로 땅바닥을 후비면서 말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쭉 호른이었거든. 도대체가 나는 외국에 간 적도 없고, 스키를 탄 적도 없고……." 라는 등등.
그리고 그날 오후를 경계로 해서 호른과 호른 연주자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좋은 콤비가 된다. 이윽고 '플래시 댄스' 와 같은 상투적인 힘든 나날을 거쳐, 호른과 호른 연주자는 지금 손에 손을 잡고 화려한 무대에 서서 브람스의 피아노 콘체르토 제1절을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
콘서트홀의 의자에 앉아, 나는 문득 그런 일을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다른 숲 속 깊은 곳에서 누군가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튜바 일 같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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