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 소리가 났다.
내가 먹다만 귤껍질을 코타츠 위에 놓아두고 현관으로 나가보았더니, 거기에는 와타나베 노보루(수도 수리공이자 연필깎이 수집가)가 서 있었다. 이미 저녁 여섯 시 반이었기 때문에 와타나베 노보루는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안녕하세요."하고 나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잘 몰랐지만 대답했다.
"저어, 그런데 수리를 부탁한 적이 없는데."
"네, 그건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사실은 댁에 구형 타임머신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만일 괜찮으시다면 신형과 교환해 주셨으면 하고……."
'타임머신?' 하고 나는 깜짝 놀라서 머릿속에서 그 말을 되풀이했지만, 그 놀람을 얼굴에 나타내지는 않았다.
"있지." 하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다.
"한번 볼래?"
"네, 그야 뭐 보여주시기만 한다면야."
나는 와타나베 노보루를 내 방으로 데리고 가서, 귤껍질이 놓인 채인 전기 코타츠를 보였다. 그리고
"자, 타임머신."이라고 말해 주었다.
나에게도 조금쯤은 유머 감각이 있다.
그러나 와타나베 노보루는 웃지 않았다. 그는 코타츠를 덮고 있는 이불을 들추고 진지한 얼굴로 스위치를 빙글빙글 돌려보고, 눈금을 체크하고, 네 다리를 하나씩 잡아당겨 보았다.
"야, 선생님, 이건 정말 일품입니다."
그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굉장한데요. 쇼와(昭和) 46년형 내셔널의 '따끈따끈'입니다. 선생님도 이걸로 무척 기분 좋게 지내셨겠죠?"
"응, 그야 뭐 그렇지."
나는 적당히 말해두었다. 다리가 하나 약간 흔들거리지만, 따뜻하기는 따뜻하다.
와타나베 노보루가 그것을 새 타임머신과 바꿀 수 없겠느냐고 하기에
"좋아."라고 나는 대답했다. 와타나베 노보루는 밖으로 나가서 집 앞에 주차해 놓은 라이트 에이스의 짐칸에서, 상자도 안 뜯은 신품 전기 코타츠(혹은 타임머신)를 끌어냈다. 그리고는 그것을 내 방으로 들여놓고, 대신에 내셔널의 '따끈따끈'(혹은 타임머신)을 끌어안고 나갔다.
"언제나 죄송합니다."
와타나베 노보루는 이렇게 말하고 운전석에서 손을 흔들었다. 나도 손을 흔들었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 귤을 마저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