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를 짊어지고 여행을 했다. 이런 여행은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다.
비가 왔다. 아무래도 좋았다. 빗줄기가 텐트 위에서 딱 딱 -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여자와 함께. 이것도 나쁘진 않았다. 그녀가 완전한 처녀이고 또 포켓에 가위 따위를 숨겨 다닌다 해도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섹스 따위는 정말로 사소했다. 적어도 텐트 안에 있을 때만큼은 그런 생각을 했다.
밖에서는 벌레가 울고 있었고, 트랜지스터라디오에서는 뜻도 잘 알기 어려운 지방방송 음악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캔 맥주 한 부스를 텐트 앞에 흐르고 있는 작은 시냇물에 넣어두었다. 지구는 쉬지 않고 돌고 있었다. 무언가 굉장한 느낌의 기분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밖에서 헛기침을 했다.
나는 텐트 앞 지퍼를 내려 얼굴을 쭉 내밀고 쳐다봤다. 젊은 남자였다. 수박 그림 무늬가 그려져 있는 티셔츠에 버뮤다 바지를 입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매우 잘 빠진 몸매를 갖고 있었다. 마치 삶은 계란의 요정을 보는 느낌이었다.
"주무시는데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그는 말했다.
"미안하지만 - 깡통따개는 없어요." 나는 말했다. 통조림은 먹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녜요. 깡통따개가 아녜요."
"맥주가 필요하면 하나 드리죠."
"맥주가 아닙니다."
"음 - ." 나는 말했다.
"조사할 게 있습니다."
"예에?"
"텐트 조사입니다. 텐트 위원회에서 파견 나왔습니다." 증명서를 내보이자 나는 그걸 살펴보았다. 틀림없었다. 전국 텐트위원회에서 나왔다.
"그래서요?" 나는 말했다.
"질문에 대답해줄 수 있습니까?"
"좋으실 대로 - " 그는 안심한 듯 한 기색이었다.
"자 - 시작합니다. 첫째로, 당신은 텐트 속이 행복합니까? 예, 아니오, 둘 중에 하나로 대답해주세요."
"예."
그는 조사용지에 그것을 연필로 썼다. 그리고 의미 없이 빙그레 웃었다.
"두 번째, 그녀는 처녀입니까?"
"예." 또 써넣는다.
"세 번째, 그녀의 순결을 존중합니까?"
"그녀가 그것을 바란다면 - "
"예, 아니요로 말해요."
"예." 또 적는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지구는 돈다고 생각합니까?"
"예." 역시 적는다.
"정말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그가 일어서더니, 잠시 머뭇거리며 다시 한 번 헛기침을 한다.
"저 - 정말 캔 맥주 마셔도 됩니까?"
"좋으실 대로 - " 나는 텐트 지퍼를 올리고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텐트 속에는 그녀의 숨결로 따뜻했다. 그리고 약간 축축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