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이 아니다(Not a Hotel)라고 명시함으로써 오히려 호텔이라는 개념이 더 강하게 떠오른다. 이미 호텔이라는 단어를 통해 프레임이 활성화된 이상, 호텔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나타나는 최고급 빌라 형태의 호텔처럼 보이는 사진들과 그 건축을 설계하고 내부를 디자인한 명성 높은 크리에이터들. 자본이 동력으로 작용하는 사회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물건을 더 있어 보이게 포장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영리한 접근이 필요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크게 소비하는 집의 또 다른 형태인 별장 멤버십이 등장했다. 그 수는 적고, 수요자의 스펙트럼 또한 명확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객층을 넓히기 위한 진화가 한창이다.
한번 소유권을 구매하면 낫 어 호텔(Not a Hotel) 그룹 내 다양한 장소들을 이용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는 당신은 멤버십이 아니라 소유권을 사는 겁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시스템을 살펴보면 멤버십 제도인데, 구매로 얻는 것은 멤버십이 아닌 소유권이라고 주장한다. 흔히 사용되는 멤버십이라는 단어가 부정형 문장 뒤로 영리하게 숨어버렸다. 굳이 가치를 따지자면, 멤버십보다 소유권을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반영한 어휘 선택이지 않았을까. 멤버십(Membership)의 장점인 해당 그룹의 혜택이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소유권의 특징인 자산에 대한 완전한 법적 권리를 가지게 되지만 단독 소유는 아닌, 새롭지만 애매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냈다. 경계의 이쪽도 저쪽도 아닌 곳에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한다. 호텔도 아니요 멤머십도 아니라고 하지만 호텔과 멤버십의 개념을 빌려 말할 수밖에 없는, 언어의 한계란 그것이다.
낫 어 호텔(Not a Hotel)은 코로나로 세상이 멈춰 선 것 같았던 2020년 4월, 일본의 대표적인 온라인 패션 유통회사의 자회사인 조조(Zozo) 테크놀러지의 이사였던 하마우즈 신지(Hamauzu Shinji)가 창업한 회사이다. 조조 창업자인 마에자와(Maezawa)가 퇴임 후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거나, 우주에 가려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아 새로운 창업을 시작했다. 하마우즈 신지는 도전의 일환으로 호텔, 혹은 새로운 좋은 장소에 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숙박업을 하려했지만 은행 대출이 거절되자 시드 스테이지 투자에 특화된 일본의 독립 벤처 캐피탈 앙리(Anri)의 대표 사마타 앙리(Samata Anri)에게 무작정 연락해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받아낸 6억엔의 출자금과, 고객에게 선 판매 후 호텔을 짓게되면서 콘셉트가 호텔에서 낫 어 호텔로 비화된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일단 떠나야 길이 만들어진다.
한가지 더 언급하자면, 2024년 1월 시점으로 직원 수는 124명이며, 사원의 평균 연수입은 1,000만 엔이다. 일본 내 신입 연봉이 280만 엔 인것을 생각하면 약 3.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상승 물가를 반영해 30년만에 올라간 최근 연봉의 수치이다. 또한 낫 어 호텔(Not a Hotel)은 복리후생으로 직원과 그 가족에게 연간 최대 100만 엔의 여행 경비를 지원한다.
팬데믹으로 세계가 멈춰선 2020년 4월 낫 어 호텔(Not a Hotel)이 시작된 이래, 경제에 점차 온기가 돌고 해외여행객이 코로나 이전보다 더 많이 증가한 2024년 현재. 낫 어 호텔(Not a Hotel)은 눈에 띄는 성장을 일궈냈다. 최근 낫 어 호텔(Not a Hotel)이 IEO(Initial Exchange Offfering)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고객층을 확장하고 비즈니스를 더 성장시키기 위해 가상화폐, 즉 암호자산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2020년 설립된 낫 어 호텔(Not a Hotel)은 기존 호텔의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건축가나 크리에이터가 디자인한 새로운 주거형태를 제안하며,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Block Chain), 클라우드(Cloud) 기반 운영 등 최신 기술을 결합한 프롭테크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프롭테크(Prop Tech, Property Technology)라는 용어는 2010년부터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이 교차하는 분야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어 왔다. 낫 어 호텔(Not a Hotel)은 고객들에게 사용 일수에 따라 소유권을 판매해 주거지를 짓고, 그 외에는 대체 불가능 토큰(NFT, Non Fungible Token)으로 판매해 공실 일수를 최소화하며, 이는 인터넷 유통망을 통해 재판매 또한 가능하다. 모든 과정이 디지털 환경에서 이루어진다.
현재까지 총 9개의 거주지가 건설됐다. 그 중 몇 곳을 소개하겠다.
2024년 7월 23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낫 어 호텔 세토우치(Not a Hotel Setouchi)는 세계적인 건축가 비야르케 잉엘스(Bjarke Ingels, BIG)가 설계한 일본 최초의 건축물로, 2026년 4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세토우치 해의 섬, 사키시마(Sakishima)에 위치하며 바다의 시야 각도에 따라 360, 270, 180이라 명명된 세 빌라로 구성된다.
각 빌라는 고유한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며, 일본 전통 건축과 현대적 요소를 결합한 형태를 띠고 있다. 360은 360° 파노라마 뷰를 제공하며 중앙에 위치한 중정이 특징이고, 270은 270°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수영장과 사우나를 갖추고 있습니다. 180은 해안선에 맞춰 곡선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세토우치 내해에 있는 섬들은 바다 위에 떠오르는 초록의 산들 윤곽과 함께 전통 일본 풍경화의 정수를 떠올리게 한다. 낫 어 호텔 세토우치(Not a Hotel Setouchi)의 콘셉트에서 우리는 전통 일본 건축의 구조적 진정성과 소재에 대한 섬세한 감각을 현대 덴마크 디자인의 기능적 단순함과 함께 엮어내고자 했다.
낫 어 호텔 도쿄(Not a Hotel Tokyo)는 스트리트 패션의 아버지이자 세계적으로 활약중인 크리에이터 니고(Nigo)가 총감독을 맡고, 유명 아티스트 카우스(Kaws)가 참여한 치바현 해안 절벽에 자리한 공간이다. 태평양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절벽 위에 위치해 후지산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집을 구매하면 예술 작품에 대한 소유권도 함께 얻게 된다. 집 내부에는 니고(Nigo)가 선호하는 디자이너 장 프루베(Jean Prouvé)와 피에르 장누레(Pierre Jangnurre)의 빈티지 작품이 포함되어 있으며 수영장에는 니고(Nigo)의 브랜드 휴먼 메이드(Human Made)의 상징인 거대한 오리가 떠 있다. 마치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낫 어 호텔 도쿄(Not a Hotel Tokyo)는 곧 판매가 종료될 예정이다.
2025년 겨울에 판매를 시작할 예정인 낫 어 호텔 루스츠(Not a Hotel Rusutsu)는 훗카이도의 리조트 지역에 들어선다. 건축 디자인은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스노헤타(Snøhetta)가 맡았다. 삿포로 공항에서 가까이 있는 요테이산 기슭에 있는 루스츠 스키장 정상에 독채로 지어질 예정이다. 디자인은 천문학에서 영감을 받은 천정(天頂)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데 천정이랑 하늘을 바라볼 때, 바로 위에 위치한 점을 의미한다. 스노헤타(Snøhetta) 건축사무소는 이 개념을 건축에 접목시켜 사람들의 시선과 의식을 위쪽으로 향하게 하고, 인간의 체험을 높이는 공간으로 창조하고자 했다.
https://notahotel.com/en
https://journal.nstock.com/article/not_a_hotel_hamauzu_interview
https://coralcap.co/people/anri-samata/
http://www.design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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