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개는 보통 한 번 밥을 먹는데 시간이 약 사십초에서 오십초 걸린다. 하루에 두 번 밥을 받아먹으니, 스물네 시간 중 약 이 분 정도는 밥을 먹는데 소비하는 시간이 되는 셈이다. '토로'란 개에 있어 욕망의 우선순위를 매겨보면 '밥을 받아먹는 일'이 당당히 톱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하루 스물네 시간 중에서 단 사십초면 너무 적은 게 아닌가 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각하게 된다.
안정감 있는 플라스틱 황색 용기에 사람 손으로는 한 줌 밖에 안 되는 분량, 그것도 반 건조한 상태의 개 먹이가 주어진다. 사람 손이 그릇에서 떨어짐과 동시에 개는 밥그릇에 머리를 처박고 마치 사자탈춤을 추듯 긴 털을 마냥 흔들어대며 쩝쩝거리고 밥을 먹는다. 개먹이가 서로 부딪친다. 삼십 초 정도가 지나면 대체로 토로는 숨 막힐 지경이다. 이때 그릇에 남아 있는 밥은 조금 밖에 없다. 남은 시간은 십 초 뿐이다. 그 사이에 남아 있는 밥도 완전히 먹어 치운다.
그런 뒤 만족스러운 듯 혓바닥을 널름거리며 코를 핥는다. 이것으로 모든 게 끝난다. 토로가 주장하는 케치프레이즈는 '코 하나만 팔 만원' 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토로를 바라보자 개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개는 마치 검은 고무제품의 보석 같은 코를 가지고 있었다.
"잘 먹었다!“
말하는 것 대신에 토로는 번쩍번쩍 코를 광내고 어딘가 걸어간다. 대개는 소파 구석에 아무렇게 드러눕고 하품을 크게 해댄다.
나는 사람이 좋아하지 않는 동물을 결코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나, 항상 그 개가 밥을 먹을 때면 부러웠다. 하루 종일 밥 먹을 것만 기다리다 막상 '밥 먹는다.' 라는 의식은 단지 수 초 만에 끝내는 그 담력이 나는 부러웠다.
사람은 누구나 즐거움을 오래 간직하고 싶고, 천천히 즐기려고 한다. 그런데 뭐랄까 자기도 모르는 사이, 시간 그 자체가 목적으로 변하고 만다. 하여튼 그런 사람이 싫다고 생각은 안 해도, 시간이란 잣대를 잃을 정도로 자신의 욕망을 꼬이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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