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메뉴에 비프 커틀릿이 들어 있지 않다 해도, 열차의 식당칸은 꽤 멋지다. 뭐랄까, 옛날 식당 같은 고아한 분위기가 좋다. 먹기 시작하기 전과 다 먹은 후에 서로 다른 장소에 있다는 것도 느낌이 신선하다. 그리고 덜커덩 덜커덩하는 그 흔들림도 기분이 좋다.
식당칸에는 왠지 '잠시 동안의 제도'라고나 해야 할 독특한 분위기가 떠다닌다. 즉 식당칸에서는 먹는 식사는 '쑤셔넣기' 위한 식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맛을 음미하기' 위한 식사도 아니다. 우리는 그 중간쯤에 위치하는 불분명하고 잠정적인 식욕을 품고 식당칸을 찾는 것이다. 그리하여 식사를 하면서, 어디론가 확실하게 옮겨져 간다. 그러면서 애달픈 감상에 젖기도 한다.
식당칸의 그 '잠시 동안의 제도' 중에서 유난스레 내 마음을 끄는 것은, 아침부터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것. 도회지에 있는 아무 레스토랑에서라도 아침부터 맥주를 마실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좀 주문하기 쑥스럽기도 하고, 애당초 마시고 싶다는 기분도 별로 들지 않는다. 그 점, 식당칸에서는 오전 열 시쯤부터 모두들 맥주를 마시니까, 덩달아 이쪽도 마시고 싶어져 주문한다. 그렇게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사실은 지금(이 원고가 활자화되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리겠지만) 하코다테에서 삿포로를 향하는 특급 열차 안의 식당칸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때 지난 아침을 먹고 있다. 햄에그와 샐러드와 토스트, 그리고 맥주입니다. 이 햄에그의 햄이 또 굉장히 두껍다. 나는 이런 저런 여러 가지 아침 식사를 경험해 보았지만, 이렇게 두꺼운 햄에그는 처음이다. 옆자리에 있는 아저씨는 카레라이스를 먹으며 맥주를 마시고 있다. 창밖은 온통 하얀색, 눈이 부셔 따끔따끔하다. 카레라이스란 남이 먹고 있으면 무척 맛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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