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여름, 요시유키 준노스케씨가 운명하였을 때 그 고별식에 참석하였었다. 무지하게 더운 오후였다. 나는 세상 사람들의 관혼상제에 즐겨 얼굴을 내미는 편도 아니고, 요시유키씨와는 생전에 몇 번 만나기는 하였지만 개인적으로 절친하다고 할 수 있는 사이도 아니었기에 '무라카미씨가 어떻게?'라고 몇몇 편집자들은 의아해하였다. 그래서 나는 '신인상하고 다니자키상 때 심사 위원이었고, 여러 가지로 신세를 많이 졌기 때문에'라고 설명하였는데-실제로 그렇다. 그런데 사실은 요시유키씨에 관해 마음에 걸리는 일이 한 가지 있어, 그래서 마지막으로 그 얼굴이나마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상당히 오래전 외국에 살고 있을 때의 일이다. 오랜만에 잠시 귀국을 하였더니 어떤 출판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 우리 출판사에서 쇼와 문학전집을 내는데, 당신의 <1973년의 핀볼>을 수록하고 싶다"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말은 고맙고 영광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핀볼은 전집에 수록할 만한 작품이 아니다. 다른 작품으로 바꿀 수 없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대방은 '이미 작업이 진행 중이고, 길이로 봐서도 그 작품이 적당하니까'라는 뜻의 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하였다.
'길이로 봐서도 적당하다'니, 나는 문장을 재어서 파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말을 나누면서, 대체 이 사람은 나의 작품을 전혀 읽지 않았든지, 아니면 읽기는 했어도 전혀 평가하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라는 기분이 들어 불쾌함을 가눌 수가 없었다. 읽든 안 읽든 그거야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만, 기분학상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은 '전집에 넣어 주겠다고 하는데 그렇듯 복잡하게 굴 거 뭐 있는가?'라는 자세가 언뜻언뜻 느껴지는 점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었다. 악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또는 평소 말투가 그런 사람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나는 아직 문학전집에 자신의 작품이 수록될 만큼 훌륭한 작가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귀찮으시면 전집에서 빼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상대방은 할 말을 잃었다.
"그렇지만 벌써 팸플릿까지 다 인쇄하고 말았는데요."라고 그가 말했다.
"팸플릿이라뇨. 무슨 소립니까?"라고 내가 물었다.
"그러니까 말이죠, 전집의 팸플릿에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까지'라고 인쇄했다 이 말입니다. 지금 와서 바꿀 수는 없어요."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엉뚱한 질문입니다만, 내가 전에 그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아니오."
그렇다면 그 회사는 작품을 작가의 승낙도 없이 게재한 데다 나의 이름을 팸플릿에 인쇄까지 하고서, 일이 다 끝난 다음에야 승낙을 얻으려 한 셈이 된다. 나는 결코 편협하고 속 좁은 인간이 아니며-라고 생각하고 있다-적어도 재주 하나로 먹고사는 인간이니, 장거리 화물열차 같은 취급은 받고 싶지는 않다.
"팸플릿에 관해서는 나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수록 작품을 바꿀 수 없다면, 이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하죠."라고 말하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 후에도 몇 번이나 연락이 왔지만 이야기는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그런 중에 신세를 지고 있는 다른 출판사의 편집자한테서 '이번 한 번만 어떻게 양보해 줄 수 없겠느냐'는 전화가 걸려왔다. 전집의 기획 담당자가 그 회사의 OB고, 그의 옛 상사였기 때문이었다. 상당히 곤란하였지만,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거절하였다.
그다음에는 요시유키 준노스케씨가 또 다른 사람을 통하여 '좀 양보해 줄 수 없겠느냐'라는 뜻의 메시지를 전해 왔다. 아까도 말했지만, 유시유키씨는 문학상의 선고위원으로 나를 추천해 준 사람이라 그에 대해서는 늘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누구의 의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무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뒷거래를 통해 일을 성사시키려는 처사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제 이 일에는 관계치 않겠다'라고 마음을 정하고 모르는 척했다. 덕분에 안 그래도 인간관계가 폭넓지 못한 나는 몇몇 사람들과 아예 사이가 뒤틀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요시유키 준노스케라는 작가를 개인적으로 좋아하기에, 고별식에 가서 '정말 죄송했습니다.'라고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내 마음을 알아주었을지, 그 점에 관해서는 자신이 없었다. 생전에 한번 찾아뵙고 정중하게 사과를 드렸어야 마땅했는데, 그럴 기회마저 없었다. 요시유키씨도 자진하여 그런 말을 꺼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훗날, 이 전집의 기획을 담당한 분이(나에게 전화를 건 사람일 것이다) 전집이 간행되고 있는 도중 물에 빠져 자살하였다는 소문을 들었다. 전집을 간행하면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인 듯하다는 뒷이야기였다. 물론 사람이 죽음을 택하는 진정한 이유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어쩌면 그 스트레스의 몇 퍼센트 정도는 내가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 이 시점에서 그와 유사한 사태가 다시 한번 생긴다 해도, 역시 나는 똑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무언가를 쓴다, 아무것도 없는 데서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것은 결국 치고받고 싸우는 세계이다. 모두한테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니 뜻하니 않은 피를 흘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 책임은 내 두 어깨로 짊어지고 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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