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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하루 두세 갑의 골초였던 나의 금연 취미

chocohuh 2021. 9. 23. 08:13

아주 오래전에 읽은 소설이라서 자세한 줄거리는 맞는지 어떤지 자신이 없지만,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에 [금연주식회사]라는 것이 있었다. 이것은 이름 그대로 금연을 청부 맡은 회사의 이야기이다.

 

금연을 하고 싶지만, 자기 의지에 자신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이곳에 신청을 하면, 회사 쪽에서 책임을 지고 금연에 성공하게 해 준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누구라도 간단히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는 엄중한 비밀 조직으로 되어 있어서, 정보는 소문을 통해서 사람들로부터 사람들에게로 은밀히 전해질뿐이고,, 그 가입금도 깜짝 놀랄 만큼 비싸다. 그러나 금연의 성공률은 에누리 없이 100퍼센트이다.

 

어떤 사람이 그 이야기를 듣고 반신반의하면서 그 회사에 금연 신청을 한다. 그러나 며칠 뒤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한 개 피의 담배를 집어 들고 그것에 불을 붙이고 만다. 그런데 그러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운명은...? 이렇게 되면 소름이 끼치는 이야기지만, 끝까지 이야기를 다 해버리면 소설을 읽을 재미가 없어지니까, 섭섭하지만 결말은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요컨대 이 이야기의 교훈은 '금연은 자기 힘으로 이룩할 수밖에 없다'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편하게 금연을 해보려고 생각하니까 함정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금연에 대해서는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옛날에는 하루에 5~60개 피씩 담배를 피우는 골초였었지만, 어느 날 딱 끊었다. 그 이래 장편소설에 전념하는 몇 개월 동안만 다시 피우고, 그게 끝나면 피우지 않는다는 사이클로 금연해오고 있다. 그러니까 그만두려고 생각하면 '금연주식회사'에 신청하지 않더라도 담배 피우는 걸 그만둘 수가 있다.

 

내 생각에는 금연에 성공하느냐 하지 못하느냐 하는 것은, 의지력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는 것 같다. 그야 물론 의지력이 전혀 없인 금연을 할 수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노하우이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금연할 수 있는가?' 하는 노하우를 알고 있으면, 금연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조직적으로 완수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집 안에 '금연' 이라고 쓴 종이를 사방에 붙여놓거나 재떨이를 한꺼번에 강물 속에 던져버리거나 하는 사람을 가끔 보는데, 이런 것은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효과가 별로 없다.

 

금연의 노하우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금연을 시작하면 3주일은 일을 하지 않는다.

(2) 타인에게 화풀이를 한다. 지저분한 말을 퍼붓는다. 듣기 싫은 소리만 골라한다.

(3) 좋아하는 음식을 실컷 먹는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나는 비교적 간단히 금연을 할 수 있다.

 

(1)에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금연의 필수 조건인데, 현실적으로 담배를 끊고 얼마 동안은 도저히 문장을 쓸 수가 없다. 글자도 삐뚤삐뚤해지고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금연하려고 생각할 때는 미리 3주일 동안은 한 글자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은 느긋하게 영화 구경을 하거나 스포츠를 즐기면서 보낸다. 애인이 있는 사람은 함께 온천 여행이라도 가면 좋겠죠.

 

그러나 이런 식으로 미리 예정을 세워놓고 금연하고 있을 때, 돌연 "미안합니다, 지난번 원고말입니다만, 지면 형편상 약 2매 정도만 늘려 주십시오." 하는 전화가 걸려오거나 하면, 참으로 난처해진다. 아무튼 제대로 글을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그리고서'라는 글자를 썼는데 '르리고서'가 되어버려서, '어딘가 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그것이 '르리고서'라는 것을 인식하기까지는 문장을 무려 다섯 번 가량이나 되풀이해서 읽어봐야 했다.

 

하지만 샐러리맨 같은 사람이 2~3주 동안 일체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일 것이다. 그런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큰맘 먹고 2~3주일 동안 휴가라도 얻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기분 전환으로 좋지 않습니까? 그 결과 어떻게 되느냐에 대한 책임은 질 수 없지만.

 

그리고 (2)의 남에게 대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이쪽은 쓰라린 마음으로 금연을 하고 있으니까, 구태여 얌전하게 행동할 필요는 없다. 평소에는 말로 할 수 없는 것이라도 금연의 짜증스러움을 이용해서 모두 내뱉어 버리는 것이 제일이다.

 

나는 금연을 할 때마다 담당 편집자에게 "무라카미 씨도 한 껍질 벗겨보면 좋은 성격은 아니군요." 하는 말을 듣지만, 인간과 인간의 교제에 있어 그 정도의 스릴이 없으면 재미가 없는 법이다.

 

(3)의 먹는다고 하는 문제인데 담배를 끊으면 정말이지 확실히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면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담배도 끊고 다이어트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살이 찌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금연이 일단락되고 나서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내 생각에는 많은 사람들이 금연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처리해 버리자'고 하는 성급함과 자기 과신에 있다. 자신은 극히 한정된 능력밖에 갖지 못한 비참한 인간 존재라고 하는, 자기 인식 없이는 금연은 성공하지 못한다. 요컨대 모든 것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은 자신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며, 무엇인가를 성취하려면 다른 무엇인가를 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금연이라는 것도 이런 식으로 깊이 생각하기 시작하면, 재미가 있어서 자기도 모르게 몇 번씩 금연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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