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특별한 날 밤에, 어떤 특별한 여자와 아오야마의 어떤 고급 이탈리아 식당에서 나는 저녁식사를 같이했다. 그래 봐야 아내와 나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한 것뿐이다. 뭐야, 시시하게. 시시하지 않아? 그건 아무래도 좋다.
조용한 식당이었다. 테이블과 테이블은 서로 적당히 떨어져 있고, 두꺼운 와인 리스트가 있으며, 본격적인 소믈리에도 나온다. 새하얀 테이블보에 촛불. 음악은 없다. 마음 편안한 고요함과 두 사람의 대화가 백 뮤직을 대신한다. 요리는 북 이탈리아식인데 손이 많이 가는 본격적인 송아지 커틀렛이 나온다. 그 느낌을 대충 이해하실는지? 요컨대, 좀 멋부린 리스토란테(이탈리아 요리 전문의 레스토랑)이다. 가격도 싸지는 않아, 그리 자주 갈 수 있는 식당은 아니었다.
우리가 테이블에 앉았을 때, 조금 떨어진 자리에 젊은 남녀가 앉아 있었다. 아직 밤이 되기는 일러, 손님은 우리와 그 사람들뿐이었다. 아마 남자는 이십 대 후반, 여자는 이십대 중반쯤, 둘 다 인물도 괜찮고, 도회적이며 깔끔한 옷차림을 한 아주 스마트한 분위기의 커플이었다.
와인을 고르고, 음식을 주문하고, 그것이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게 되었는데(들었다기보다는 저절로 들려왔지만), '이 두 사람은 깊은 사이가 되기 직전이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내용적으로는 극히 평범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목소리의 톤으로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나도 일단은 명색이 소설가이니, 그쯤의 남녀 마음은 읽을 수 있었다.
남자는 '슬슬 꼬셔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고, 여자도 '그냥 넘어가줄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잘 되면 식사 후 어딘가의 침대로 향하게 될지도 모른다. 테이블 한가운데에 페로몬의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리 테이블 쪽은 결혼한 지 30년이 된 탓에, 과연 페로몬 같은 것은 그다지 떠돌지 않았다. 아무튼 행복해 보이는 젊은 커플이란 것은 옆에서 보고 있기만 해도 즐겁다.
그러나 그런 약속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분위기도 프리모피어트가 나왔을 때 글자 그대로 운산무소 되어 버렸다. 왜냐하면 그 남자가 '츠르릅 츠르르릅~!' 하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파스타를 목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압도적인 소리였다. 계절이 바뀔 때 한번, 지옥의 대문이 열렸다 닫혀질 때 한번 들을 수 있을 법한 소리. 그 소리에 나도 얼어붙었고 아내도 얼어붙었고 웨이터도, 소믈리에도 얼어붙었다. 맞은편 여자도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모든 사람이 숨을 삼키고, 모든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 당사자인 남자만은 무심하게 '츠르릅, 츠르르릅' 하고 너무나도 행복한 듯이 파스타를 먹고 있었다.
그 커플은 그 후 어떤 운명을 거치게 되었을까. 지금도 가끔씩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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