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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일편단심 야쿠르트 팬인 나

chocohuh 2021. 9. 11. 11:12

나는 프로야구 팀으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야쿠르트 스왈로즈를 응원하고 있다. 응원한다고 해도 응원단에 들어가거나 선수에게 돈을 주거나 하는 것 같은, 무엇인가 구체적인 일을 하는 건 아니고, 혼자 쭈그리고 앉아서 '야쿠르트가 이겼으면 좋겠는데...'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할 뿐이다.

 

영화 [디어 헌터]에 러시안룰렛이라는 게임이 나온다. 리볼버 권총에 탄환을 한 발만 집어넣고 실린더를 빙글빙글 돌려놓고서,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갖다 대고 방아쇠를 잡아당기는 게임인데, 야쿠르트 스왈로즈를 응원하는 것은 6개의 탄창에 4발의 탄환을 집어넣고 러시안룰렛을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이길 확률이 대략 3분의 11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약한 팀을 응원하는 게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내가 야쿠르트 스왈로즈를 응원하기 시작한 것은 18년 전 도쿄에 올라왔을 때로, 그 무렵에는 아직 산케이 아톰스라는 이름이었다. 이름은 달라도 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옛날부터 야구라는 것은 원칙적으로 홈팀을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쿄에 올라온 이상 도쿄의 팀을 응원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도쿄의 4개 팀(교진, 아톰스, 도에이 플라이어즈, 오리온즈)을 여러 가지로 비교해보았으나, 결국 소거법으로 야쿠르트가 남았다. 도쿄 스타디움은 계속 다니기에는 너무 멀었고, 교진 팀은 너무나 사람이 많아서 혼잡하고, 또 고라쿠엔 구장이라는 곳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진구 구장은 참으로 기분 좋은 야구장이다. 주위에 나무가 많고, 그 무렵에는 외야석이 넓고 평평한 제방으로 되어 있어서, 벌렁 드러누워 맥주를 마시며 시합을 구경하고 있으면 상당히 행복한 기분이 되었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모래 먼지가 심하게 피어올라서 주먹밥 같은 것을 들고 있으면, 모래로 자글자글해져서 이것이 난점이라면 난점이었다.

 

낮에 시합을 할 때는 상반신을 벗고 일광욕을 자주 하곤 했다. 교진과 벌이는 게임을 제외하면 언제나 텅텅 비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도 즐거웠다. 요컨대 야쿠르트가 마음에 들어서 진구 구장에 다녔다기보다는, 진구 구장이 좋아서 그 결과 야쿠르트를 응원하게 된 셈이다.

 

텅텅 비어 있는 야구장의 외야석은 아가씨와 데이트하기엔 안성맞춤의 장소이다. 맥주를 마시거나 도시락을 먹거나 하면서 야외의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입장료도 영화관보다 싸다. 게다가 기분이 나면 야구 시합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4, 5년 전의 교진 팀과의 더블 헤더로, 그때 역시 나는 아가씨와 함께 오른쪽 스탠드의 우익수 바로 뒤 근처에서 시합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같으면 예의 오카다 응원 군단으로 떠들썩한 자리지만, 당시의 응원단은 큰 북 한 개와 피리 한 개라는. 참으로 조용한 것이었다. 그 시합에서 야쿠르트가 이겼는지 졌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교진의 타자가 때린 한 개의 플라이만은 지극히 상징적인 정경으로서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플라이는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 식의 손쉬운 외야 플라이였다. 타자가 배트를 그라운드에 내던지고 고개를 흔들면서 1루 베이스로 뛰어가는 그런 플라이였다. 야쿠르트의 우익수(불쌍하니까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올 라잇!' 하는 느낌으로 55미터가량 천천히 전진하여 공이 떨어져 오는 것을 기다렸다. 평범한 광경이다. 그러나 공은-믿기 어려운 일이지만-우익수의 글러브에서 5미터 가량 뒤에 뚝 떨어졌다. 바람도 없고 햇빛도 그다지 눈부시지 않은, 기분 좋은 오후에 일어난 사건이다. 관중들은 모두들 아연실색해서 한참 동안 말도 하지 못했다.

 

", 네가 응원하고 있는 팀이 바로 이 팀이니?" 하고 아가씨가 계면쩍은 듯이 머뭇머뭇거리고 있는 우익수를 가리키면서 나에게 물었다.

 

"그런 것 같은데" 하고 나는 대답했다.

"다른 팀으로 바꾸는 게 낫지 않겠어?"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적절한 충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까지도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팬이고, 해가 거듭될수록 조금씩 정이 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되었는지도 잘 모르겠고, 이렇게 된 게 옳은 일이었는지 나쁜 일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도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비유는 좋지 않지만 '하룻밤의 정사라고 생각한 것이 꼬리를 끌어' 라고 하는 느낌이다.

 

그 동안에 나는 실로 어이없는 광경을 수없이 목격해왔다. 마쓰오카 투수가 교진 팀을 상대로 분명히 92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하고, 완전히 이긴 시합에서 앞으로 한 사람 남은 상황에서 얻어맞고 패배한 적도 있었다. 나는 물론 지는 걸 좋아해서 야쿠르트를 응원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이런 일이 생기면 역시 그 나름대로 낙담하게 된다.

 

그러나 야쿠르트를 응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지는 것에 대한 관용이다. 지는 것이 싫지만, 그런 걸 일일이 깊이 신경 쓰고 있다가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하는 그런 체념이다. 반대로 교진 팬은 그것에 비해서 지는 태도가 깨끗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야쿠르트와 교진 전에서 야쿠르트가 이기면 "돼지에게 차였다!"고 하면서, 나에게 전화를 걸어오는 교진 팬 친구가 있는데, 이런 것은 정말로 곤란하다.

 

마쓰오카 투수의 은퇴 시합 관전 중, 내게 맥주를 권했던 샐러리맨풍의 두 분, 정말 고마웠습니다. 마쓰오카 선수도 상대편인 와카나를 경원하지 않고 깨끗한 승부를 겨뤄주어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깨끗하게 스리 런 홈런을 맞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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