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빌린 번쩍거리는 검은 대형 메르세데스 벤츠를 운전해서 주차장에 들어가다가, 오른쪽 사이드 미러를 그 입구 기둥에 쾅 박아버려, '아, 큰일 났다. 어쩌지!' 하며 식은땀을 흘리다가 눈을 뜨니 새벽 3시 42분이었다.
이 꿈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분명 오늘은 장어를 먹으라는 것이리라. 검은 메르세데스 벤츠는 장어의 상징이고, 미러를 부딪친 것은 칼로리가 높은 것을 먹는 것에 대한 나의 자책으로 풀이한다면,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일 것이다. 사실은 그저 오늘은 장어를 먹고 싶다고, 뭐, 그렇게, 문득 생각했을 뿐이다. 꿈을 꾼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장어는 정말 맛있다. 무엇을 감추랴, 나는 장어를 무척 좋아한다. 매일 먹는 것은 아니지만, 두 달에 한 번 정도 '그래, 오늘은 장어를 먹자.' 하고 결심하고 먹으러 간다. 장어라는 것은 이상한 분위기를 가진 음식이다. '장어 집에 들어가 장어를 주문하고 먹는' 일련의 순서를 밟는 것만으로도, 그곳에서 무엇인가 하나의 생각이 완결된다고 하는, 일조의 의식 같은 느낌이 있다. 그런 어딘지 모르게 표현하기 힘든 부분도 기분 좋다.
그러나 옛날부터 내가 장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어릴 때에는 왠지 징그러워서 식구들이 모두 먹어도 나만은 먹지 않았다. 그러나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부터 나는 장어가 갑자기 좋아졌다. 언제 어떤 계기로 장어를 먹을 수 있게 되었는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지만, 하여간 먹어 보니 맛이 있었다.
아주 옛날, 나라 지방을 여행하다가 작은 마을에서 낡은 장어 집을 발견하고 들어간 적이 있다. 조용한 이층 방으로 안내되어 장어를 주문했다. 낮 한 시쯤이어서 나도 나의 동행들도 몹시 배가 고팠다. 그러나 처음에 차만 한 잔 갖다 줄 뿐, 아무리 기다려도 음식이 나오지 않았다. 한 시간 가까이 누워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허기가 져서 어떻게 되어 가는지 상황을 물어보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어두컴컴하고 조용한 것이 인기척이라고는 없다. 손님도 어쩐지 나와 나의 동행들뿐인 것 같다.
'실례합니다.' 하고 인기척을 내면서 복도를 걸어가자, 안쪽에 주방 같은 곳이 있었다. 들여다보니 옛날 폴란드 영화 같은 습하고 어두운 빛 속에서 허리가 꾸부정한 할머니가 혼자 굵은 송곳 같은 것을 들고 저쪽을 향해 서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것을 '탕' 하고 내리쳐서 장어의 목덜미를 찍었다. 마치 어릴 적 꿈에서 본 광경 같았다.
나는 잠자코 이층으로 돌아와서 계속 기다렸다. 한참 있다가, 종업원이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하는 말과 함께 장어를 날라 왔다. 그것은 헛말이 아니라 정말 맛있는 장어였다. 장어란 건 정말 특수한 음식이다. 정녕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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