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지금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어느 전기면도기 제조업체가 아침 통근 시간 도중의 샐러리맨을 잡고 길거리에서 면도를 해 주는 실연 광고를 한 적이 있었다. 깎여 나온 자기 수염을 보면서, '아까 면도기로 깎고 왔는데, 그래도 이렇게 수염이 남아 있군요.' 하고 놀라는 내용이었다. 광고여서 당연한 조작도 있었겠지만, 꽤 현실감이 있었다.
나는 가끔 이 제조업체의 면도기를 사용해서 광고와는 반대의 일을 해 본다. 먼저 전기면도기로 수염을 깎고 잠시 후 보통 면도기로 한 번 더 깎는 것이다. 왜 일부러 나는 그렇게 귀찮은 짓을 하는가? 먼저 첫째로 심심해서, 둘째로 호기심에서, 앞에서도 말했지만, 요컨대 그런 부류의 사람이 소설가가 되는 것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와 같은 순서에서도 역시 남아 있던 수염은 다시 깎일 수밖에 없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보통 면도기와 전기면도기 둘 다 깎는 방법에 차이가 있고, 특기 분야와 서툰 분야가 있어서 깎아도 각기 수염이 남는 것 같다.
게다가, 바쁜 아침에는 어떤 방법으로 깎든 시간을 들여 완벽하게 면도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광고는 일면의 진실이 있겠지만, 다른 일면의 진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설령 사소한 것이라도 복수의 시점에서 실증적으로 사물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평소에는 아침에 한 번 면도를 하는 정도이지만, 가끔 저녁 무렵에도 면도를 한다. 예를 들면 저녁 콘서트에 간다든가, 좀 중요한 사람과 식사를 한다든가 하는 경우다. 나는 거의 나이트 라이프가 없는 농경 민족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따라서 자주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그런 일이 있다. 물론 귀찮다고 하면 귀찮겠지만, 저녁 무렵의 면도는 그 나름대로 분위기가 있어서 '자, 지금부터 외출이다' 하는 마음가짐이 새로워진다. 적어도 아침 면도 같은 그저 의무적이고 습관적인 행위는 아니다. 거기에는 하나의 살아 있는 실감 같은 것이 있다.
이럴 때에 나는 역시 타월로 얼굴을 따뜻하게 하고, 셰이빙 크림을 사용해서 면도기로 천천히 조용히 면도를 하고 싶다.
그리고 정성껏 얼굴을 씻어 크림을 지우고, 거울로 면도 자국을 점검한다. 로션을 바르고, 약간의 '따끔거림'을 즐기면서, 막 다림질한 셔츠를 갈아입고, 익숙한 재킷을 걸치고 가죽 구두를 신는다. 그럴 때, 만약 역 앞에서 '안녕하세요. 바쁘신 중에 죄송합니다만, 이 면도기로 한 번 더 면도를 해 주시겠습니까?' 하고 말을 건다면, 아무리 온후한 성품의 나라도 '야, 시끄러워. 저리 가!' 하고 소리지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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