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무라카미하루키

상당히 문제가 있다

chocohuh 2021. 7. 16. 09:05

서른이 되기 조금 전에 아무런 맥락도 없이 문득 '소설을 쓰자'는 생각이 들어 쓴 것이 공교롭게 한 문예지의 신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내게는 습작이라는 것이 없다. 처음 쓴 것부터 전부 그대로 '상품'이 되었다. 그때는 뭐, 그런 것이겠거니 하고 마음 편하게 받아들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뻔뻔스러운 일이다.

 

흠흠, 이건 내 자랑을 하는 게 아니다. 그저 사실을 쓰고 있을 뿐이다.

 

나는 '수상이 결정되었습니다.' 하는 연락을 받고 출판사에 가서 담당자를 만났다. 그리고 출판부장(인지 누군지)에게 가서 인사를 했다. 보통의 의례적인 인사이다. 그랬더니, '당신 소설에는 상당히 문제가 있지만, 뭐 열심히 해 보세요.'라고.' 말했다. 마치 실수로 입에 넣은 것을 퉤 하고 뱉어내는 듯한 어조였다. 이 녀석, 부장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잘난 척 말할 것까진 없잖아 하고 나는 그때 생각했다.

 

어째서 그런 말을 들었을까? 내가 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라는 소설이 상당히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출판사 내부에서도 '이런 소설은 문학이 아니다.' 하는 소리가 있었다. 그야 뭐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마지못해 상을 준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주는 것이라면, 겉으로 만이라도 좋은 얼굴 좀 하면 어때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혼자 정원 의자에 앉아 인생을 뒤돌아보니, 나라는 인간에게도, 내가 쓴 소설에도 상당히 문제가 있었던(그리고 지금도 있는) 것은 확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상당히 문제가 있는 인간이 상당히 문제가 있는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선가 뒤에서 손가락질을 받아도 어쩔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얼마쯤 마음이 편해진다.

 

인격과 작품에 대해서 아무리 비난을 받아도, '미안합니다. 원래 상당히 문제가 있어서요.' 하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부적절한 예일지도 모르겠지만, 태풍과 지진이 모두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할 수 없잖아. 어차피 그게 태풍(지진)인 걸.' 하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얼마 전에 독일의 한 신문사에서 편지가 왔다. 인기 있는 텔레비전 공개 문예 비평 프로그램에서 독일어로 번역된 나의 책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 다뤄졌는데, 레플러 여사라는 고명한 문예 비평가가, '이런 것은 이 프로에서 추방해 버려야 한다. 이것은 문학이 아니다. 문학적 패스트푸드에 지나지 않는다.' 라고 했다. 거기에 대해서 여든이나 되는 사회자가 일어나서 나를 뜨겁게 변호했다(해 주었다). 결국 레플러 여사는 화가 나서, , 이런 불쾌한 프로그램에는 절대로 출연하지 않겠다고, 12년 동안 출연했던 레귤러 패널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그 문제를 무라카미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질문의 편지였다. '그러니까, 원래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요, 정말로.' 하고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충고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