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무라카미하루키

김밥과 야구장

chocohuh 2021. 7. 16. 09:05

나는 열여덟 살 때 대학에 들어가면서 도쿄에 온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야쿠르트 스왈로즈 팬이다. 당시는 산케이 아톰즈라는 이름이었는데, 터무니없이 약한 팀이었다. 언제나 최하위거나 기껏해야 4, 5위였다. 어째서 이렇게 약한 팀을 응원하게 되었는가 하면, 진구 구장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구장도 좋아했고, 구장 주변의 분위기도 좋아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지금의) 스왈로즈를 응원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반 라이온즈라는 것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나 한심한 시합들이 많아서 외야석 잔디 위에서 곧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요전에 의학 책을 읽다가, '응원하는 스포츠 팀이 이기면 인간을 건강하게 활성화하는 어떤 분비물이 체내에서 보다 많이 분비된다.'라는 문장이 있어 나는 아연했다. 그것은 요컨대 이 32년간 통산 승률을 비교해 보면 나는 야쿠르트 팬이 되기보다 자이언츠 팬이 된 편이 훨씬 더 충실한 인생을 보낼 수 있었다는 결론을 의미하게 된다. 맙소사,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면 곤란하지. 어이, 내 인생 돌려줘, 내 소중한 분비물을 돌려줘 하고 큰소리로 나는 외치고 싶어 진다..

 

옛날에 아오야마 진구 구장에 가기 전에 꼭 들르던 초밥집이 있었다. 그 가게에서 도시락으로 특제 김밥을 사 갔다.. 저녁 6시 전이어서 손님도 별로 없었고, 주인도 가게에 나와 있지 않았다. 카운터에서 흰 살 생선회를 안주로 하여 맥주를 마시면서 안면 있는 젊은 주방장이 굵은 김밥을 만드는 것을 지켜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머잖아 야구 시합이 시작된다. 그런 것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해야 할까.

 

아내는 야구를 보러 가지 않아서 이따금 다른 여자를 데리고 구장에 갔다.

 

'오늘은 (드물게) 데이트를 하시는군요.' 하고 주방장이 말을 걸면, '그렇소.' 하고 나는 대답했다. 여름 저녁녘의 바람을 맞으면서 우리는 외야석에 앉아 종이컵의 생맥주를 마셨고 금방 만든 김밥을 나누어 먹었다. 그 무렵에는 아직 그런 식으로, '야구? , 좋아. 보러 갈까.' 하고 가볍게 따라오는 독신 여자들이 주변에 좀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일도 없어져 버렸다. 모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야구 구경 따위는 할 정신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내가 오랫동안 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에 야쿠르트 선수들도 거의 세대교체되어 버렸다. 인생은 남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멋대로 흘러간다.

 

언제나 김밥을 만들어 주던 젊은 주방장도 벌써 옛날에 독립해서 어딘가 멀리로 이사가 버렸고, 나도 언제인가부터 그 초밥집에 가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김밥이란 것은 참 좋다. 여러 가지 재료들이 모두 한 이불을 덮고 있는 것 같아서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런데 대부분의 여자들은 김밥 양끝의 내용물이 다 튀어나온 부분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어째서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