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물원을 좋아해서 외국 여행을 가면 곧잘 그 지역의 동물원을 찾는다. 그래서 세계의 여러 동물원들을 찾아가 보았다.
중국 대련의 동물원에 갔을 때, '고양이'라는 간략한 이름표가 걸린 우리가 있었다. 그다지 크지 않은 우리인데, 안에 고양이가 한 마리 뒹굴며 자고 있었다. 극히 평범한 고양이였다. 설마 싶어서, 한참 주의 깊게 관찰해 보았지만, 아무리 오래 지켜보아도 역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평범한 갈색의 줄무늬 고양이였다. 나는 비교적 그때 한가했기 때문에 우리 앞에 서서 그 고양이를 한참 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고양이는 동그랗게 몸을 구부리고 잠을 잤는데, 전혀 눈을 뜨지 않았다. 깊은 숙면을 취하고 있는 듯했다.
중국까지 와서 어째서 한 마리 평범한 고양이가 평범하게 자는 것을 이렇게 열심히 지켜보아야 하는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기분이었지만, 그러나 그것도 좋았다. 물론 자고 있는 고양이 따위는 세상 어디에나 있지만, 동물원 우리에 들어 있는 고양이를 볼 기회는 그다지 없다. 중국이란 역시 속이 깊은 나라라는 것을 실감했다.
나는 밀라노 동물원에서는 줄곧 곰과 놀았다. 그것은 나뭇잎을 먹는 크고 검은 곰이었다. 우리 앞에 서서 보고 있었더니 마침 바람을 타고 날아와서 우리 속에 떨어진 커다란 나뭇잎을 그 곰은 맛있게 우적우적 먹어 치웠다. 그래서 나도 시험삼아 근처에 있는 나뭇잎을 따서 던져 주었다. 그랬더니 일어서서 앞발로 받아 입으로 가져가서 먹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나는 그때도 역시 한가했으므로(대체로 늘 한가하다), 근처에 있는 나무의 커다란 잎을 따서 30분 정도 줄곧 곰을 향해 던져 주었다.
이따금 야채샐러드가 몹시 먹고 싶을 때가 내게도 있기 때문에, 뭔지 모르지만 곰의 기분을 상상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어지간히도 한가한 동물원인 듯, 그렇게 하고 있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한 번에 그렇게 많은 나뭇잎을 먹여도 괜찮으려나, 나중에 탈이 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커트 보니것의 소설에 한 혹성의 인간에게 유괴되어 그 별의 동물원에 들어간 남자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라고 하지만 유리로 된 침실)에는 '지구인'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어서 그 별의 사람들이 모두 구경하러 온다. 그리고 우리에 파트너로 함께 넣어 준 것이 금발의 글래머 미인이다. 그래서는 아니지만, 한번 동물원 우리 속에 들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 모르겠다고 나는 가끔 생각할 때가 있다. 당신은 어떤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지? 역시 내가 이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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