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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독신 남성이란

chocohuh 2021. 4. 13. 09:49

여성 잡지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래서 어쨌단 말이냐!!"하고 소리치고 싶어 지는 일이 종종 있다. 그래서 그런 유의 잡지에는 손을 대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 밖에 아무것도 읽을 것이 없을 때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페이지를 들춰 보게 된다.

 

얼마 전에도 그런 식으로, 하퍼스 바자12월호를 거의 다 읽어 버렸다. 읽었다고는 해도, 이런 잡지는 실질적으로는 읽을거리가 별로 없다. <겨울에 살을 뺀다>라든가, <스키장에서의 화장법>이라든가, <은색 옷을 입는 법>이라든가, 그러한 기사를 읽어 보았자, 나에게는 전혀 무익하니까 말이다.

 

내가 그 가운데서 유일하게 시선을 멈추고 읽은 것은, <지금 가장 맛있어 보이는 미국의 독신 남성 열 명>이라는 특집 기사였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 열 명의 명단은 잡지사가 선정한 것이 아니라, 산드라 반하트 라고 하는 여배우(킹 오브 코미디)가 독단적으로 편견에 치우쳐 선정한 것으로, 사진 밑에 그녀의 코멘트가 일일이 덧붙여져 있다. 그 열 명을 일단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로버트 라우셴버그

(2) 톰 크루즈

(3) 버트 레이놀스

(4) 리처드 체임벌린

(5) 데이비드 보위

(6) 존 트라볼타

(7) 톰 셀렉

(8) 워렌 비티

(9) 에디 머피

(10) 리처드 기어 (순서는 관계없음)

 

나는 아무래도 세상사에 어두워 자세히 설명할 수 없는 게 미안하지만, (1)은 화가고, (7)은 탤런트인 것 같다. 그 나머지 사람들은 대충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는 사교계라는 것이 없으니까 그다지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미국 같은 곳에서는 '독신 남성'이라고 하는 말은 어느 정도 특수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애스컷 타이(역주: 폭이 넓은 스카프 풍의 넥타이)를 매고, 애스톤 마틴 같은 차를 몰고 칵테일파티에 나타나는 플레이보이라는 이미지다.

 

핸섬하고,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이고, 스릴 있어 보이고...... 이러한 독신 남성이 한 사람쯤 있으면, 파티도 몰라보게 활기를 띠게 되는 법이다. 그러한 사람이 '맛있어 보이는 독신 남성'인 것이다. 그냥 단순히 결혼만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 점은 부디 오해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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