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절실하게, 여자한테 친절을 베푸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나는 올해 서른네 살이고, 뭐 보통 사람들이 하듯 여자를 대해 왔다고 생각하는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여자한테 친절을 베푼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몸에 사무치도록 알 게 되었다.
미리 말해 두지만, 그냥 단순히 여자한테 친절을 베푸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집까지 바래다준다든가, 짐을 들어준다든가,, 마음에 들 만한 선물을 사준 다든가, 입은 옷을 칭찬한다든가, 그런 것은 고등학생이라도 할 수 있다. 내가 어렵다고 하는 뜻은 그런 일을 하면서도, 상대방이 '하루키 씨는 정말 친절하군요.'라고 말하지 않게 하는 테크닉이 어렵다는 것이다. 왜 여자한테 '친절하군요.'라고 말하도록 해서는 안 되는가를 설명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이런 느낌은 나이를 먹어 보지 않으면 모르지 않을까?
어때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도 옛날에는 여자한테 친절히 하려다 늘 실패만 했다. 지금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열일곱 살 때 일로, 그 무렵 나는 매일 한큐 전철로 고베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어느 날 아침 한큐 아시야가와 역에서 종이봉투가 전차 문에 끼어 당황하고 있는 아주 귀여운 여학생을 발견했다. 이런 찬스를 놓칠 수는 없다. 그래서 곧장 달려가 '잡아당겨 줄게요', '아, 고마워요'라고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내가 힘껏 잡아당기자 종이봉투가 둘로 짝 찢어지면서 안에 들어있는 것들이 선로 위로 흩어지고 말았다. 이런 경우는 무척 난감하다. 그 이상 친절하게 해 줄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 음, 저, 미안합니다.' 하고는, 뒷일은 역원에게 맡기고 도망쳐 버렸다.
벌써 십칠 년 전의 일이지만, 그때 코난 여자고등학교의 여학생, 정말 미안합니다. 악의는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