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무라카미하루키

겨울이 되면 먹고 싶어지는 것

chocohuh 2021. 2. 18. 15:41

개인적인 소견을 말한다면, 겨울이 되면 맛이 있는 것은 누가 뭐래도 냄비 요리와 럼주가 들어간 커피이다. 물론 냄비 요리와 럼주가 들어간 커피를 함께 먹으면 맛이 있다는 말이 아니고, 각각 따로따로 맛이 있다는 이야기다. 럼주가 들어간 커피를 마시면서 오뎅을 먹으면 맛이 있을 리가 없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존 어빙의 [곰을 풀어놓다]라고 하는 엄청나게 긴 소설을 번역하고 있는데, 그 속에 럼주가 들어간 커피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그것은 비엔나를 무대로 한 소설인데, 주인공들이 자주 길모퉁이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서, '럼주가 들어간 커피'를 주문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런 걸 읽고 있으면, 나도 럼주가 들어간 커피가 매우 먹고 싶어 지지만,, 유감스럽게도 일본에서는 맛있는 럼주가 들어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그다지 많지 않다. 메뉴에 '럼주가 들어간 커피'라고 쓰여 있어도, 그다지 많이 팔릴 거라고 생각되지 않고, 따라서 럼주도 상당히 오래된 게 아닐까 하고 의심하고 싶어 진다.. 그리고 일본에서 마시는 럼주가 들어간 커피에는 뭐라고 할까, 음악에서 말하는 소노리티(울림, 반향)같은 것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자꾸만 든다. , '럼주가 들어간 커피는 이래야 한다.'라고 하는 컨센서스 풍의 울림이 잘 전해져오지 않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이런 표현은 정말 식은땀이 나는 것이지만-겨울의 오스트리아나 독일 같은 데서 마시는 럼주가 들어간 커피는 굉장히 맛이 있다.

 

어쨌든, 그 근처는 도쿄 같은 곳에 비하면 엄청나게 추우니까, 다운재킷에 장갑에다 머플러까지 완전 중무장을 하고 도전해도 금세 ', 정말 춥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카페에 뛰어 들어가 따뜻한 걸 마시고 싶어 진다.. 카페의 유리창은 대개 난방 탓으로 뿌옇게 서리가 끼여 있어서, 밖에서 보면 정말로 따뜻하고 편안해 보이는 법이다. 그런 곳에 뛰어 들어가서 주문하는 것은 역시 '럼주가 들어간 커피'가 제격이다. 독일어로는 분명히, '카페 미트 루므'이었다고 생각되는데, 틀렸다면 미안합니다.

 

뜨거운 커피 위에 푸짐하게 흰 크림이 얹혀 있고, 럼주의 향기가 탁 하고 코를 찌른다. 그리고 크림과 커피와 럼주의 향기가 일체가 되어서 구수하게 누른 듯한 냄새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건 정말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확실히 몸이 따뜻해진다.

 

그런 이유로 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있는 동안 매일매일 계속 럼주가 들어간 커피만 마셔댔다.

 

노점에서 커리 부르스트(카레 맛이 나는 소시지)를 먹고, 카페에 들어가서는 럼주가 들어간 커피를 마시는 패턴이었다. 억세게 춥긴 했지만, 그 나름대로 행복한 한 달이었다. 사람의 그림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추운 프랑크푸르트의 동물원에서, 덜덜 떨면서 마시는 럼주가 들어간 커피 맛은 또한 각별해서, 지금도 비교적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일본에는 럼주가 들어간 커피는 없지만, 그 대신 '오뎅'이 있다. 럼주가 들어간 커피도 좋지만, 오뎅도 나쁘지 않다. 낮에는 비엔나에서 럼주가 들어간 커피를 마시고, 밤에는 도쿄에서 오뎅을 먹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고 바보스러운 생각을 해보기도 하는 오늘, 그리고 요즘입니다.

 

나 자신의 이야기라서 죄송스럽지만-하긴 이 에세이의 내용은 철두철미하게 개인적인 이야기지만-우리 집사람은, 오뎅이라는 존재를 깊이 그리고 강렬하게 혐오하고 있어서, 나를 위해서 오뎅을 만들어주진 않는다. 집사람이 오뎅을 혐오하는 것은 소녀 시절에 무와 치쿠와(막대기 모양의 속이 빈 어묵)로 전차 안에서 희롱을 당했기 때문이다-라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고(당연하다), 오로지 단순히 싫어하는 것뿐이다. 그런 연유로 나는 대개 언제나 집 밖에서 혼자 오뎅을 먹는다.

 

중년 남자가 혼자 오뎅을 먹는 모습은 우아해 보인다고는 할 수 없어도 그다지 꼴사나운 건 아니다. 20대쯤에는 혼자 오뎅집에 들어가서 술을 마시는 것이 왠지 모르게 어색해 보였으나, 30대를 지나고 나서부터는 매우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영화 구경을 한 다음에 잠깐 혼자 밥이라도 먹을까 할 때에는, 나는 대게 오뎅집 카운터를 찾곤 한다. 초밥집 같으면, '오늘의 생선과 대결한다.'고 하는 일종의 긴박감이 있지만, 오뎅집이라는 건 원래 오늘의 생선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 마음이 편하고, 우선 값이 싸다. 혼자 멍하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술을 마시기에는 오뎅집이 최고다.

 

다만 나는 항상 생각하는 것인데, 세상에는 오댕의 정통적인 음미법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다. 가령 예를 들면, 초밥집에서 처음부터 도로(지방이 많은 다랑어 살)를 계속해서 두 접시나 먹는 것이 촌스러운 것처럼, 처음부터 계란 초밥을 두 개 계속해서 먹으면 안 된다든가, 치쿠와와 한펜(다진 생선살을 반달 모양으로 만든 어묵) 사이에는 다시마를 끼우는 것이 상식이라든가, 그러한 이른바 '오뎅도' 와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양배추말이 같은 것은 미식가는 본래 먹으면 안 되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최소한 부모님은 오뎅의 올바른 음미법 같은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안자이 씨는 그러한 것에 비교적 까다로운 사람이니까 함께 오뎅을 먹으러 가거나 했을 때, "무라카미 씨는 이러쿵저러쿵 아는 체를 하지만, 오뎅 먹는 법은 엉망이더군요. 곤약 다음에 은행을 먹더라니 까요" 하는 말을 들을까 봐 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