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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긴자센에서의 원숭이의 저주

chocohuh 2020. 8. 20. 12:04

얼마 전에 지하철을 탔더니, 맞은편 좌석에 모녀간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두 명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이 같은 백화점의 쇼핑백을 무릎에 얹고 앉아 있었는데, 얼굴이 꼭 쌍둥이처럼 닮았었다.

 

무료하던 차에 나는 '모녀간이라서 그런지 정말로 꼭 닮았구나. 틀림없이 저 아가씨도 나이를 먹으면 저런 아주머니가 될 거야' 하고 감탄하면서 힐끔힐끔 두 사람을 관찰하고 있었는데, 전철이 아카사카이쓰케 역에 정차하자, 나이 많은 쪽의 여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 재빨리 내려 버렸다. 요컨대, 그 두 사람은 모녀간이 아니라 그냥 우연히 옆에 앉았던 생판 모르는 타인들이었던 것이다.

 

나는 비교적 자주 그런 착각을 한다. 판단력에 결함이 있는데다가, 상상력이 저 혼자서만 앞질러 가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모녀라고 믿어 버리면, 사실 여하와는 관계없이 그 믿음이 혼자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까지도 그 두 사람이 '사실'은 진짜 모녀가 아니었을까 하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 버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어떠한 사정이 있어서, 그 두 사람은 자기네들이 진짜로는 모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예를 들어 그 젊은 딸은 갓난애 때-가령 도쿄 올림픽이 있던 해에-숲 속에서 원숭이에게 납치되었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딸기를 따 가지고 돌아왔을 때 갓난애의 모습은 이미 거기에 없었고, 털실로 짠 조그만 모자와 원숭이의 털이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22년이 흘렀다. 딸은 여덟 살 때까지 원숭이의 손에서 자랐는데, 그 뒤로는 마을로 나와 촌장의 집에서 지내면서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했다. 오늘은 긴자의 마쓰야 백화점에 스테인리스 후추 용기를 사러 온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지하철에서 옆에 나란히 앉아도 그녀가 자기 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원숭이의 저주는 아직도 그녀들 위에 무겁게 드리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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