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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아우토반 모터스(Autobahn Motors, ABM)

chocohuh 2018. 10. 17. 17:18

싱가포르 시내를 걷다 보면 고급차를 자주 볼 수 있다. 자가용이 필수가 된 세상이지만, 사실 싱가포르에서는 자가용이 아직도 럭셔리 소비재로 분류되어 있다. 나라 안의 자동차 총대수가 정해져 있어 자동차 번호판을 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의 세금을 지불해야 하며 운행 중에도 차량 검사비용과 도로세를 부담해야 한다. 새 차를 구입하더라도 10년이 지나면 환경을 위해 폐차시키거나 세금을 물고 운행 허가증을 연장해야 한다. 소나타 한 대를 가지려면, 한화로 1억 원 가까이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싱가포르 부유층은 고급 수입 자동차 구매에 더욱 공을 들인다.

 

 

화려한 싱가포르의 밤거리에서 유독 반짝이는 건물이 있다. 바로, 아우토반 모터스(Autobahn Motors)의 하이테크 쇼룸이다. 전면 유리 파사드 너머 15층 규모의 쇼룸에는 페라리, 포르셰, 벤틀리, 람보르기니 같은 모델 60여 대가 자리 잡고 있다. 색상과 빛의 대비가 흡사, 뜯지 않은 장난감 자동차 상자와 닮아있다. 아우토반 모터스의 하이테크 쇼룸은 실제로 매치박스의 장난감 자동차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아우토반 모터스의 매니저 게리 홍(Gary Hong)이 아들을 데리고 장난감 가게 토이저러스(Toys 'R' Us)에서 영국산 장난감 자동차인 매치박스 자동차의 디스플레이 케이스를 본 것에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작년 12월부터 운영되기 시작한 쇼룸은 관련 유튜브 영상이 업로드 일주일 만에 9만 뷰를 기록하며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자판기라는 별명도 갖게 됐다.

 

 

 

쇼룸 1층에서 원하는 모델을 선택하면, 1~2초 안에 실제 자동차를 보게 된다. 자동차 선택과 구매는 모두 전용 앱을 통해 이루어진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 특수 고안한 자동차 재고 관리 시스템은 쇼룸을 운영하는 숨은 원동력이다.

 

 

 

아우토반 모터스는 세 형제와 두 명의 조카가 운영하는 가족회사로, 1980년대부터 30여 대의 자동차를 보여줄 수 있는 규모의 중고차 거래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땅값 비싼 싱가포르에서 최대한 많은 차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쇼룸을 고안하다가, 24억 여원(3백만 SGD)을 투자해서 자동차 재고 관리 시스템을 주문 제작했다. 쇼룸 1층에는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있어 유저들이 1~2분 만에 자동차를 고르고 눈앞으로 가져올 수 있다. 자동차 구매도 태블릿 PC의 전용 앱을 통해 이뤄진다. 혁신적인 쇼룸 디자인이 각종 건물의 공간 절약 방안 및 주차 솔루션으로 건설 시공자들과 건축가들의 관심을 끌면서, 이제 아우토반 모터스는 자동차 재고 관리 시스템 컨설턴트로 사업의 영역을 확장했다. 더불어 기존의 중고차 거래 사업도 30퍼센트 성장했다.

 

특정 계층에게는 고급 수입차 구매가 장난감 자동차 수집처럼 받아들여지는 싱가포르의 사회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참신하지만 실현하기 어려울 것 같은 디자인 컨셉이 현실이 되고, 활발하게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도 재미난 경험이다.

 

http://www.designd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