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귀하께서 만들어 오신 신제품 뽀쪽구이를 뿌려 봅시다. 먹으면 입선, 안 먹으면 낙선입니다.
별 생각없이 아침 신문을 들춰보는데 구석 쪽에 '명과 뾰쪽구이 신제품 모집 대설명회'라는 광고가 실려 있었다. '뾰쪽구이'가 도대체 무엇일까? 하지만 '명과'라고 했으니까 과자임은 분명하다. 나는 과자에 관해선 좀 할 말이 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한가하기도 해서, 그 '대설명회'라는 곳에 한 번 얼굴을 내밀어 보기로 했다.
'대설명회'는 한 호텔의 홀에서 열렸는데, 차와 과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과자는 물론 '뾰쪽구이'였다. 나는 한 개를 집어먹어 보았는데, 특별히 감탄할 만한 맛은 아니었다. 단맛은 끈적끈적하기만 하고, 껍질도 너무 두꺼웠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런 걸 즐겨 먹으리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설명회에 온 사람들은 나와 같은 또래거나, 아니면 조금 아래인 젊은 사람들뿐이었다. 내가 952번 번호표를 받았는데, 그 뒤에도 백병쯤은 더 왔으므로, 대략 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설명회에 온 셈이었다. 대단하긴 했다. 내 옆에는 스무 살 가량의 도수 놓은 안경을 낀 여자가 앉아 있었다. 미인은 아니었지만 비교적 착해 보였다.
"어때요, 아가씨는 여태까지 '뾰쪽구이'라는 걸 먹어 본 적이 있나요?"
"당연하죠. 인기가 대단한걸요."
"하지만 그렇게 맛있는 것 같지는..."하고 내가 말하는 도중에 그녀가 내 다리를 걷어찼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이 내 쪽을 흘릿 쳐다보았다. 기분 나쁜 분위기였다. 하지만 나는 동화 속의 곰 '푸'같은 천진스러운 눈을 하고 그 자리를 얼버무렸다.
"아저씬 좀 바보 같아요. 여기 와서 뾰쪽구이 악담을 했다간, 뾰쪽까마귀한테 붙잡혀서 살아 돌아갈 수 없게 된다구요."하고 얼마 후에 여자가 살며시 귓속말을 했다.
"뾰쪽까마귀? 뾰쪽까마귀라니...?"하고 나는 깜짝 놀라 외쳤다.
"쉬-"하고 여자아이가 말했다.
설명회가 시작되었다. 설명회에선 먼저 '뾰쪽제과'의 사장이 뾰쪽구이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헤이안 시대(8~12세기)에 누가 무엇을 해서 이렇게 된 것이 뾰쪽구이의 원형이라느니 하는 따위의, 진위를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고금와카집(10세기 초에 제작된 일본 고대의 시집)>에도 뾰쪽구이에 관련된 이야기가 들어 있다고 했다. 웃음이 터질 것 같았으나 주위 사람들이 모두 진지한 얼굴로 경청하고 있었고, 뾰쪽까마귀라는 것도 겁나고 해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사장의 설명은 꼬박 한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너무나 따분했다. 그가 말하려는 것은 요컨대 '뾰쪽구이는 전통의 과자다.'라는 것이었다. 그 말 단 한마디면 끝나는게 아닌가. 그 다음으로 전무가 나와서, 뾰쪽구이 신제품 모집에 대한 설명을 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국민의 뾰쪽구이도 이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맛을 개발해 변증법적으로 발전해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설명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그럴싸했다. 요컨대 뾰쪽구이의 맛이 진부해져서 매상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렇다고 분명히 말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돌아올 때에 모집 요강을 받았다. 뾰쪽구이를 모델로 한 새로운 과자를 만들어 가지고 1개월 후에 출품할 것, 상금은 2백만 엔 등이 적혀 있었다. 2백만 엔이 있으면 애인과 결혼해, 새 아파트로 옮길 수가 있다. 그래서 나는 뾰쪽구이를 만들기로 했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나는 과자에 대해선 좀 아는 편이다. 팥속이랑 크림이랑 파이 껍질 같은 것에 대해. 나는 고자를 어떤 식으로나 만들 수 있다. 한 달만에 새롭고 현대적인 뾰쪽구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나는 마감날 신품 뾰쪽구이를 두 상자 만들어, 뾰쪽제과의 접수처로 가져갔다.
"맛있겠는데요."하고 접수처의 여자가 말했다.
"맛있어요,"하고 나는 말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에 뾰쪽제과로부터 내일 회사로 와주면 좋겠다는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넥타이를 매고 뾰쪽제과로 갔다. 그리고 응접실에서 전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응모하신 신제품 뾰쪽구이는 사내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습니다. 더구나, 에-, 젊은 층의 평판이 좋았습니다."하고 전무는 말했다.
"거 참, 감사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말씀이야, 마-, 나이 많은 축에선, 이건 뾰쪽구이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해서 말씀인데, 마, 갑론을박의 상황이올시다."
"네에."하고 나는 말했다. 도대체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통 알 수가 없었다.
"그래, 차제에 뾰쪽까마귀님의 고견을 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중역 회의에서 결정이 내려진 것이올시다."
"뾰쪽까마귀! 뾰쪽까마귀라니 도대체 그게 뭡니까?" 전무는 오히려 자신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아니, 귀하는 뾰쪽까마귀님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이 모집에 응모하셨단 말씀이오?"
"죄송합니다. 제가 어째 좀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몰라서..."
"곤란하군요."하고 전무는 고개를 저었다.
"뾰쪽까마귀님도 알지 못하시다니. ...하지만, 마, 좋습니다. 제 뒤를 따라 오시지요,"
나는 그의 뒤를 따라 그곳에서 나와, 복도를 걸어, 엘리베이터로 6층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복도를 걸어갔다. 복도의 끝에 커다란 철문이 있었다. 버저를 누르자 건장한 체격의 수위가 나와, 상대방이 전무임을 확인하고는 문을 열쇠로 열었다. 몹시 엄중한 경비였다.
"이 안에 뾰쪽까마귀님이 계십니다. 뾰쪽까마귀님은 옛날 옛적부터 뾰쪽구이만을 잡수시며 살아오신 특수한 까마귀의 일족이오며..."하고 전무가 말했다. 그 이상의 설명은 불필요했다. 방안에는 백 마리 이상의 까마귀들이 있었다. 높이 5미터 가량의 휑뎅그렁한 창고 같은 방에 여러 개의 가로대가 건너질러 있었고, 거기에 뾰쪽까마귀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뾰쪽까마귀는 보통 까마귀보다 몸집이 훨씬 커서, 큰 놈은 몸 길이가 1미터 가량이나 되었고, 작은 놈만 해도 60센티미터 가량은 되었다. 자세히 보니 그들에겐 눈이 없었다. 눈이 있어야 할 곳에는 허연 지방 덩어리가 달라붙어 있을 따름이었다. 더구나 몸통은 팽팽할 정도로 부어 올라 있었다. 우리가 안에 들어서는 소리를 알아듣자 뾰쪽까마귀들은 날개를 마구 퍼덕거리면서 일제히 무슨 소리인가를 외쳐대기 시작했다. 처음 한동안은 그저 그런 굉음으로밖에 들리지 않았으나, 이윽고 귀에 익숙해지자, 그들 모두가 '뾰쪽구이, 뾰쪽구이'하고 외쳐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보기만 해도 으스스한 모습이었다.
전무가 손에 들고 있던 상자속에서 뾰쪽구이를 꺼내 마룻바닥에 뿌리자, 백 마리의 까마귀들이 일제히 그것이 덤벼들었다. 그리곤 뾰쪽구이를 찾아서 서로의 발을 물어 뜯고, 눈을 쪼아뎄다. 어이쿠, 그러니 눈이 없어지지 않곤 배길 수 없을 법도 했다. 그런 다음 전무는 아까와는 다른 상자에서, 뾰쪽구이와 비슷한 과자를 꺼내 와르르 마룻바닥에 흩뿌렸다.
"아시겠어요. 이건 뾰쪽구이 신제품 응모에서 낙선한 것입니다."하고 전무는 말했다. 까마귀들은 아까처럼 그것에 몰려들었으나, 그것이 뾰쪽구이가 아닌 걸 알아채자 다시 내뱉고는, 저마다 성난 소리를 질렀다.
"뾰쪽구이!"
"뾰쪽구이!"
"뾰쪽구이!" 그들은 큰소리로 외쳤다. 그 소리가 천장에 되울려, 귓속이 아플 지경이었다.
"보시오, 진짜 뾰쪽구이밖엔 안 먹는답니다. 가짜엔 입도 대지 않아요."하고 전무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뾰쪽구이!"
"뾰쪽구이!"
"뾰쪽구이!"
"그럼, 이번엔 귀하께서 만들어 오신 신제품 뾰쪽구이를 뿌려 봅시다. 먹으면 입선, 안 먹으면 낙선입니다."
어떻게 될까 하고 나는 불안해졌다. 어쩐지 아주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런 괴상한 동물들에게 먹여 보고 당락을 결정하다니, 우스운 일이 아닌가. 그러나 전무는 나의 걱정 같은 건 아랑곳없이, 내가 응모한 '신제품 뾰쪽구이'를 마룻바닥에 가볍게 뿌렸다. 까마귀들은 다시 그것에 몰려들었다.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어떤 까마귀는 맛있게 그걸 먹고, 어떤 까마귀는 그걸 뱉어 내곤 '뾰쪽구이!'하고 소리쳤다. 그것을 먹지 못한 까마귀는 흥분해서, 그걸 먹은 까마귀의 목덜미를 주둥이로 쪼았다. 피가 흩뿌려졌다. 다른 까마귀가 누군가 뱉어 놓은 과자로 덤벼들었으나, '뾰쪽구이!'하고 외치던 까마귀에세 붙잡혀 배가 찢겼다. 그런식으로 난투가 벌어졌다. 피가 피를 부르고, 증오가 증오를 불렀다. 고작 과자를 가지고 그런 놀라운 일이 생길 수 있느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까마귀들에겐 그것이 전부인 것이다. 뾰쪽구이냐 뾰쪽구이가 아니냐, 그것만이 생존을 건 문제인 것이다.
"저것 보십시오. 갑자기 저렇게 뿌려 놓으니까 자극이 너무 강했던 겁니다."하고 나는 전무에게 말했다. 그리고 나는 혼자 방에서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와, 뾰쪽제과 건물을 나왔다. 상금 2백만 엔은 아까웠지만, 앞으로 남은 날들을 저런 까마귀들의 상대나 하면서 살아간다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내가 먹고 싶은 것만을 만들어, 내 손으로 먹으리라. 까마귀 따위는 서로가 쪼아대건 죽어 버리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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