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현재의 그래픽 디자인과 비쥬얼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최고의 대표작품에 수여하는 라우스 디자인 어워드의 수상작을 소개하려 한다. 아트디렉터 그래픽 디자이너 협회인 아디 파드(Adi Fad)에서 주최하는 상으로 스페인 디자인과 광고업계에선 오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한다. 올해로 46회째를 맞이하는 라우스는 스페인 디자인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확인하는 지표로 통한다.
라우스 앤(Laus &)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로 실행되었는데, 이는 세계 곳곳의 디자인 및 광고업계 종사자와의 협업을 도모하고자 만들어졌다. 2016년 라우스 수상작은 현재 바르셀로나 디자인 뮤지움에서 만날 수 있는데, 들어가는 입구에는 라우스 앤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계 여러 나라의 디자이너들이 만든 포스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스페인으로 국한되지 않고 더 넓게 뻗어 나가 국제적으로 소통을 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결성(Conectividad)이 올해의 키워드였다. 연결성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각각의 디자이너들이 그들의 방식대로 풀어내어 포스터로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이 프로젝트에는 밀턴 글레이저(Milton Glaser), 밥 길(Bob Gill), 크리스토퍼 니만(Christoph Niemann), 알란 키칭(Alan Kitching), 폴라 쉐어(Paula Scher), 사이먼 이스터슨(Simon Esterson), 줄리아 헤이스팅(Julia Hasting), 토니 브룩(Tony Brook), 브루노 몬구찌(Bruno Monguzzi) 등 여러 디자이너 및 전문가가 참여하였다. 이런 식의 협업을 통해 라우스는 스페인 디자인을 대외적으로 소개하는 것을 넘어 국제적인 디자인을 스페인으로 불러들이는 기회 또한 만들어 보고자 하였다.
라우스 상은 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이 분야의 신진 디자이너와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회사나 협회의 디자인적 혁신에도 가치를 둔다. 크게 다섯 분야로 그래픽 디자인, 디지털, 광고, 오디오 비쥬얼 영상, 학생작품으로 나눠서 수상하는데, 이미지 자체의 전달력과 내포한 의미, 또 그것의 소통이 핵심적인 평가기준이 된다.
그래픽 디자인 부문의 금상수상은 디자인 스튜디오 클레이스 비씨앤(Clase Bcn)에서 제작한 에니아(Enea)라는 스페인 가구 브랜드의 그래픽 디자인과 아트 디렉션이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특징을 잘 살린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담은 사진, 그 속에서 구도와 색감을 통해 더해진 세련미, 바스크 전통에서 따온 형태를 포인트로 집어넣은 브랜드 타이포그래피, 가구 만드는 공장에서 흔히 쓰이는 색들 중에서 선택적으로 담아낸 브랜드 색채까지, 세심한 디테일이 있었고 그 결과 이 브랜드의 분위기는 독보적이었다. 여느 디자인 잡지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외관을 지닌 카탈로그와 설명서에서 브랜딩과 아트 디렉션의 힘이 새삼 느껴진다. 브랜드 철학과 고유 색채가 여실히 드러난 에니아(Enea) 이미지 컷들은 강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호안 미로(Joan Miro) 재단 40주년 기념 이미지를 만들어낸 무쵸 디자인 스튜디오(Mucho 디자인 스튜디오)의 작업도 그래픽 디자인 부문 은상을 수상하였다. 호안 미로 재단의 상징인 건축가 호세 루이스 세르트(Josep Lluis Sert)의 건물의 둥근 마감을 본 떠 타이포그래피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본문 글씨에 통일감과 상징성을 주면서 또 한편으로는 표지별로 사용된 다양한 배경색과 단순한 그래픽 디자인으로 산뜻하고 현대적인 인상을 주었다. 이 작업으로 40년이나 된 호안 미로 뮤지엄(Joan Miro Museum)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원래 가지고 있던 클래식함에 모던한 이미지를 더할 수 있었다.
패키지 디자인에서는 공업용 포장의 스테레오 타입을 깨고 깔끔한 패턴 디자인을 가미한 디벤디(Divendi)사의 시멘트 봉투 디자인이 금상을 수상하였다.
인포그래피로 금상을 수상한 앨리펀트(Elephant) 매거진이다. 딱딱할 수 있는 정보를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통해 표현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이해를 돕는 건 물론 시각적인 즐거움을 높여주었다.
올해 그랜드 라우스 상으로는 하비에르 하엔 스튜디오(Javier Jaen Studio)의 뉴욕 타임즈 일러스트 작업과 시위를 위법으로 상정한데에 반기를 들기 위해 홀로그램으로 시위하는 모습을 담은 광고회사 DDB의 홀로그래마스 포르 라 리브레(Hologramas Por La Libre)라는 영상작업에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여느 다른 디자인 분야보다 눈에 띄던 스페인의 그래픽 디자인은 감각적이고 단순한 표현으로 그 느낌을 잘 살려내어 메시지 전달력 또한 뛰어나다. 그들만의 색채가 고스란히 담긴 표현력이 스페인의 그래픽 디자인과 라우스 디자인 어워드를 꾸준히 지켜보는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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