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디자인 그룹 탁트 프로젝트(Takt Project)가 진행하는 컴포지션 플러스(Composition+)는 디자인이라는 개념의 경계에 대한 재고, 그리고 거듭된 실험과 탐구의 결과물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평소 가전기기의 내부에 사용되어 분해하지 않는 이상 볼 기회가 없었던 전자 부품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마치 부품들이 물 위에 떠있는 듯한 모습은 단순한 오브제로서의 기능만 하는 게 아니다. 투명한 수지 안에 갇혀있는 부품들은 모두 저마다의 가전으로서의 기능을 완벽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그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컴포지션 플러스를 완성할 수 있었을까? 프로젝트의 시작은 인류가 이 지구상에 태어날 때부터 함께해 온 소재인 나무, 흙, 물 등을 이용해 생활에 필요한 도구들을 만들어온 것처럼 전자 부품 또한 하나의 소재로 보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나무를 깎아 가구를 만들고 흙을 반죽해 그릇을 만드는 것처럼 소재만을 가지고 최대한 단순한 과정만을 거쳐 가전기기를 만들어낼 수는 없을까? 어떤 의미에서는 가식적이기도, 허상과도 같은 외장으로 덮인 가전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소재만으로 성립되는 보다 순수한 존재로서의 가전 말이다. 탁트 프로젝트는 그동안 외장 안에 감춰져 있던 전자 부품을 하나의 소재로 보고 투명한 수지와 섞어 또 다른 소재로 완성하였다. 이 복합재는 전기가 통하는 것은 물론 내장된 부품들은 가전으로서 기능한다. 어디까지가 소재이고 어디까지가 프로덕트일까? 컴포지션은 소재가 프로덕트로 바뀌는 경계선, 그리고 그 개념들을 정의하는 기존의 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가전기기로서의 기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전기가 통하게 하는 것이다. 필요한 전자 부품을 투명한 아크릴 수지에 주입하는데 이때 각 부품들은 극도로 섬세한 특수 전기 도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가전으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비접촉식 충전이 가능하며 기울기 감지를 통해 온 오프 기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블루투스 접속 또한 가능하게 해 스마트 폰 등을 이용해 조광을 조절할 수 있다.
다이 잇 유어셀프(Dye It Yourself)는 대량생산 되는 양산품과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나만의 물건, 이 상반되는 두 가지 개념을 하나로 잇는 제안이다. 대량생산이란 완성된 제품이 복제 가능하다는 점에 가치를 둔다. 플라스틱은 그런 복제 가능한 양산품에 있어 전형적인 소재로 사용되며 균질, 균등이라는 운명을 가지고 제품으로 완성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들은 다른 사람과 다른 물건을 가지고 싶어 하고, 스스로 만든 단 하나뿐인 물건에 큰 애착을 느끼고는 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양산할 수 있는 플라스틱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되, 동시에 누구나 간단하게 자기만의 물건으로 완성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두는 것이다. 다이 잇 유어셀프는 그런 개념을 구현하는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의 존재 방법에 대한 제안이다.
이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다공질 플라스틱이라 불리는 흡수기능을 가진 특수한 플라스틱이 소재로 사용되었다. 일반적인 플라스틱 제품처럼 양산되지만 사용자의 취향대로 염색할 수 있다. 균일한 플라스틱 표면 위에 텍스타일과도 같은 아름다운 색의 흔들림과 번짐, 물결과도 같은 독특한 문양이 의자와 테이블 위에 스며든다. 이렇게 완성된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구는 대량생산과 크래프트라고 하는 반대편에 있던 두 가지 개념의 경계를 초월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3 프링 프로덕트(3 Pring Product)는 기존 제품에 3D프린터로 제작한 오리지널 부품을 결합해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자기만의 새로운 사용법을 추구하는, 새로운 DIY의 형태를 제안한다. 기존에 있던 곡이나 음원의 일부를 인용해 새로운 곡을 만들어내는 음악의 샘플링 기법처럼 현재 출시되어 있는 기성품에 약간의 장치만을 더해 오리지널 제품으로 완성한다. 이 때, 3D프린터는 변화의 가능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음악기재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3 프링 프로덕트와 같은 시점으로 생각해보면 무지(Muji)나 자주(Jaju) 등의 생활용품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양산품들은 완성품이 아닌 반완성품, 나만의 오리지널 프로덕트를 위한 하나의 소재로 생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3 프링 프로덕트는 소비자와 메이커 사이에서의 양자택일이 아닌 그 둘을 잇는 새로운 개념 안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시점의 변화야 말로 탁트 프로젝트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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