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빚어 납작하고 얇은 판재로 성형해 구워내는 기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쓰여 온 건축재이다. 일본의 건축에서 기와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약 1,400여 년 전, 대륙을 통해 전해지면서부터 지금까지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의 기원하는 마음과 함께 해 왔다. 기와는 단순히 바람이나 비로부터 보금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평온한 생활에 대한 기원의 상징이었는지도 모른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권의 기와는 회색에 가까운 검은 빛깔을 띤다. 기와를 구울 때 마지막 단계에서 솔잎을 넣어 밀폐하면 무산소 상태 안에서 발생한 대량의 연기가 기와 안으로 조금씩 흡수되는데, 그 과정에서 탄소의 결정체가 기와 표면에 얇은 막으로 쌓이면서 기와 특유의 회색도 검은색도 아닌 은빛이 완성된다. 일본에서는 이 빛깔을 이부시긴(いぶし銀)이라고 부른다. 일본어로 유황으로 표면을 그을린 은이나 그러한 빛깔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런 기와 특유의 빛깔과 질감을 생활 안에서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제품이 출시되었다. 야마나시현 후에후키시를 거점으로 100년간 기와를 만들어 오고 있는 이치노세 기와공업(一ノ瀬瓦工業)의 새로운 브랜드 이치 카와라 프로덕트(Icci Kawara Products)가 그 주인공이다.
이치 카와라 프로덕트의 브랜드 컨셉은 일본 문화의 단면을 지붕 위에서 손바닥 위로이다.
기와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동시에 오늘날의 라이프 스타일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문구, 잡화, 테이블 웨어를 전개한다. 이번 브랜딩 작업을 진행한 것은 베이씽 에이프(Bathing Ape)의 그래픽 디자이너를 거쳐 독립한 이래 표현의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활동으로 주목받는 미디어 크리에이터 하이록(Highrock)과 이치노세 카와라 공업의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5대째 대표이자 크리에이터 이치노세 야스히로(Ichinose Yasuhiro 一ノ瀬靖博)이다. 그들이 1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첫 번째 콜렉션은 코스터, 트레이, 보울 등의 실용적인 아이템을 시작으로 주사위, 바나나, 사과 등의 인테리어 오브제까지 총 16종의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이치 카와라 프로덕트의 슬로건 중에 카와라의 기와(瓦)에서 카와라(Kawara)라는 문구가 있다. 현대라는 필터를 통해 오늘날의 공예를 봤을 때 동양적이나 서양적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그 부분이야 말로 재패니즈(Japanese)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태어나 전통적인 일본의 문화가 가진 아이덴티티를 계승하면서 동시에 세계를 향해 그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물건이라도 어떤 렌즈를 통해 보느냐에 따라 색이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본질은 같아도 그것을 보는 각도가 다르면 전혀 다른 모습을 확인하기도 한다. 기와의 전통과 본질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계라고 하는 렌즈를 통해 새로운 형태를 제안해 가는 것이다. 그것이 미디어 크리에이터 하이록이 생각하는 재패니즈(Japanese)이며 카와라(Kawara)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http://www.icci-kawaraproducts.com
http://www.designdb.com/d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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