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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Serpentine Gallery Pavillion) 2016년

chocohuh 2016. 3. 25. 07:54

런던의 여름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켄싱턴 가든(Kensington Garden)에 위치한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를 가볼 것을 추천한다. 넓게 펼쳐진 잔디밭 위에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들이 설계한 공간을 자유로이 거닐며 바람과 햇살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갤러리에 설치된 파빌리온(Pavillion)은 매년 여름에 사용하고 철거되는 일회적인 공간으로 2000년 갤러리 후원모금 행사의 야외 연회장으로 처음 시작되었다. 자하 하디드(Zaha Hadid), 렘 쿨하스(Rem Koolhass), 프랭크 게리(Frank Gehry), 장 누벨(Jean Nouvel) 등 현대 건축을 이야기 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건축가들이 참여하면서 스타 건축가로 알려질 수 있는 등용문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번 16회 서펜타인 갤러리의 파빌리온 디자인을 맡은 건축 디자이너는 덴마크 출신의 비야케 잉엘스(Bjarke Ingels)가 선정되었다. 그의 건축사무소 비야케 잉엘스 그룹(BIG, Bjarke Ingels Group)은 이번 파빌리온을 언집 월(Unzipped Wall)이라는 단어로 설명하였다.

 

 

 

기본적으로 육면체가 체커보드 패턴처럼 들쑥날쑥 교차하여 큰 벽을 이루고 있다. 두 벽면이 맞대고 있는 틈 사이로 공간이 비집고 들어간 듯한 모양새다. 한쪽 벽면은 육면체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직선적인 느낌을, 다른 쪽 벽면은 비스듬히 쌓아 올려 부풀어 오른 듯한 곡선의 느낌을 준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인상을 준다. 소재로는 빛을 투과하는 파이버 글라스를 사용해 내부에서 바라봤을 때 온화한 빛이 들어오는 유리동굴을 거니는 듯하다. 비야케 잉엘스는 직선과 곡선, 정형과 비정형, 투명과 불투명과 같은 이중적인 요소가 공존하는 건축물을 의도하였다. 300 제곱미터 규모의 공간은 카페와 부대 행사로 쓰이며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올해는 특별히 파빌리온 외에 4개의 섬머 하우스(Summer House)가 더해지며 다양한 현대 건축물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다. 섬머 하우스는 휴게나 전망을 목적으로 공원에 조성되는 건축물을 일컫는데 1734년 완공된 캐롤라인 여왕의 회당(Queen Caroline's Temple)을 모티브로 각 25제곱미터 규모로 선보일 예정이다.

 

 

 

독일과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바르코프 라이빙거(Barkow Leibinger) 건축 사무소의 섬머 하우스는 목재가 주는 부드럽고 따뜻한 기운이 유선형의 형태와 어우러져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공간이 밖을 향해 틔어있어 잔디밭과 롱 워터(The Long Water) 호수를 파노라마 뷰로 조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같은 소재를 4단계로 높낮이를 다르게 하여 벤치, , 지붕을 구성하였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건축 디자이너 쿤레 애드예미(Kunlé Adeyemi)의 섬머 하우스 앤레(Nlé)는 네오 클래식 스타일로 지어진 회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다. 아치형 입구뿐만 아니라 건물의 비율, 사암을 소재로 한 것도 원작과 닮아 있다. 안과 밖의 경계가 없이 입구와 창을 통해 넘나드는 열린 공간이다.

 

 

 

아시프 칸(Asif Khan)은 인터렉티브 기술과 건축을 융합한 획기적인 프로젝트로 서른여섯의 젊은 나이에 주목받는 건축 디자이너로 떠올랐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런던 올림픽의 코카콜라 비트박스 파빌리온(Coca Cola Beatbox Pavillion)과 소치 동계 올림픽에 선보인 키네틱 조각품 메가 페이스(Mega Faces)가 있다. 그는 빛과 그림자를 강조한 섬머 하우스를 선보였다. 지면에서 솟아오른 것 같은 나무 기둥을 연속적으로 배치해 들어오는 햇빛 방향에 따라 그림자의 형태가 변한다. 윌리엄 켄트William Kent)가 회당의 방향을 설정할 때 캐롤라인 여왕 탄생일의 일출 방향을 고려한 것에 착안했다. 바닥에 자갈길을 조성하고 디딤돌을 더해 휴식과 명상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96세의 노장 건축 디자이너 요나 프리드먼(Yona Freidman)도 섬머 하우스에 참여하였다. 요나 프리드먼은 기존 도시위에 철제 골조를 세워 공중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한다는 공중도시 이론을 발전시킨 도시 계획가이다. 그가 제안한 그리드 모듈은 지면과 최소한의 접촉으로 최대한의 면적을 얻을 수 있고, 건축가의 설계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취향과 목적에 맞게 새로 구성되고 변화할 수 있다. 6면체 프레임을 기본으로 한 모듈형 섬머 하우스는 그의 실험적인 건축 사상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서펜타인 갤러리의 파빌리온과 섬머 하우스는 건축가의 독특한 사고와 발상을 담아내고, 기존 공간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점에서 하나의 예술작품과 비교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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