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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넨도(Nendo)의 바나나 패키지

chocohuh 2015. 6. 16. 08:57

도쿄 신주쿠의 이세탄(Isetan)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서 행복한 바나나라는 이름의 특별한 바나나가 매일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고 있다. 3개 들이 한 송이에 2천 엔. 결코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이 바나나의 특별함은 비싼 가격이 아닌 이름에서 부터 시작된다. 정확한 이름은 지큐 소다치 시아와세 바나나이다.

 

 

지구가 키운 행복한 바나나라는 뜻이다. 이름을 지은 것은 일본을 대표하는 매거진 뽀빠이(Popeye), 브루터스(Brutus), 타잔(Tarzan)의 창간 편집장을 맡은 베테랑 에디터 이시카와 지로(Ishikawa Jiro). 필리핀 민더나오섬 표고 1,000미터 이상의 고지에서 하나하나 봉투를 씌워 정성스럽게 재배하는 농부의 마음을 그대로 이름에 담았다. 이름에 쓰여진 시아와세, 즉 행복이라는 단어는 먹는 사람뿐만 아니라 만드는 사람 또한 해당되는 말이다.

 

 

 

시아와세 바나나의 특별함은 이름에서 그치지 않는다. 패키지 디자인을 맡은 것은 디자인 오피스 넨도(Nendo)의 오키 사토(Oki Sato)이다. 쇼핑백 기능을 겸하는 패키지는 얼핏 봐서는 다른 쇼핑백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내용물을 꺼내려면 쇼핑백 핸들 부분을 떼어내야만 하는데 여기에서부터 오키 사토만의 유머러스한 장치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쇼핑백 핸들부분을 떼어내 넓게 펼치면 한 장의 커다란 바나나 잎이 된다. 그 뒷면에는 시아와세 바나나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나 프리미엄 바나나가 되는지에 대한 스토리를 담았다. 패키지 겸 쇼핑백이 단순한 포장에 그치지 않고 화자의 역할도 하고 있는 셈이다.

 

 

 

바나나는 영양가도 높고 다른 포장이 필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자체가 가진 패키지성도 뛰어난 과일이다. 손에 잡아 껍질을 벗겨내면 그대로 먹을 수 있는 간편함이 있다. 바나나가 가진 완벽한 세계관을 생각했을 때 이 바나나의 맛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바나나가 직접 말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오키 사토는 패키지 디자인을 의뢰받고 바나나에 직접 두 겹으로 겹친 스티커를 붙이는 아이디어는 금방 떠올랐지만 막상 실현하기 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스티커를 2중으로 붙여두고 윗면만 벗겨내는 형식은 엽서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긴 하지만 스티커로 완성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나 식품에 붙여도 무해한 접착제 등의 문제도 있었다고 한다.

 

쇼핑백 안에서 내용물을 꺼내면 바나나 표면에 노란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스티커는 2장이 겹쳐져 있어 윗부분을 벗겨내면 시아와세 바나나가 얼마나 맛있는지에 대해 바나나가 직접 말을 건넨다. 바나나를 먹을 때 꼭 하게 되는 벗겨내는 행위를 패키지에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적당한 부드러움, 쫀득한 식감, 많은 의미가 담긴 이름에 깔끔하면서도 위트 있는 패키지 디자인까지 모든 요소가 좋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시아와세 바나나이다.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바나나라는 화제성도 물론 크겠지만 패키지 디자인을 포함해 의미있는 선물로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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