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디자인 교육의 발전상을 짚어보는 코어(Core)의 인터뷰 시리즈 디자인 교육의 미래에서 만난 인물은 뉴욕의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산업 디자인 과정의 학과장을 맡고 있는 스콧 룬드버그이다.
오늘날의 산업 디자인 교육은 더 이상 크래프트 기반의 범주로 구분되지 않는다. 자동차나 가구, 탁상용품처럼 결과물에 따라 교육과정을 분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 주된 이유는 산업 디자인 분야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프랫의 산업 디자인 교육은 변화에 대응하고 때로는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디자인 관련 쟁점은 늘 달라지기 때문에, 변화와 함께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법의 하나로 디자인을 이해하고 가르치고 있다. 프랫이 지향하는 디자인 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이 향후 성숙한 전문가로서 맞닥뜨리게 될 미지의 기회에 대비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변화에 대비하는 프랫 특유의 방법이라면 디자이너라는 전문 직종의 귀중한 도구이자 중요한 소양인 시각적 독해력(Visual Literacy)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프랫은 수십 년 동안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기술, 경제, 문화적 변화의 가속화에 따라 앞으로 우리는 더욱 이 부분을 강조할 것이다.
미지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돕는 또 하나의 방법은 디자인 재능을 적용하고 응용할 다양한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 방식을 통해, 디자인이란 사물에 관한 사고방식이지 사물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기회 중에는 가구나 의료 기구처럼 매우 친숙한 맥락의 작업도 많지만, 기상천외한 성격의 작업도 그 못지않게 많다. 교수진 가운데 한 사람의 주장을 빌리자면, 디자이너는 아이디어를 등에 지고 살얼음판을 향하는 존재다. 위험이 시작되는 곳이 곧 흥미를 더하는 지점이라는 뜻이다.
테크놀로지는 많은 사람이 교육의 방향 전환을 얘기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부분이고, 그만큼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인정받는 교육 프로그램은 최첨단의 기술적 도구를 저마다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 우위의 위상을 유지하기란 그만큼 어렵다. 프랫의 경우는 학생들이 디자이너처럼 사고하고 디자인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돕는 쪽이다. 습득의 대상이 최첨단 기술이든, 춤이든, 옛날 옛적의 공예술이든 말이다.
테크놀로지 덕분에 창업 프로젝트를 현실화하여 시장에 내놓는 과정이 훨씬 용이해졌다. 그런 테크놀로지의 힘 자체가 졸업생들의 작업 방식까지 변모시켰다. 이제 많은 작업이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기성 스튜디오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노련한 디자이너들의 경험을 배우고, 친구와 함께 자체 고객을 위한 공동 작업을 진행하기도 하며, 본인의 디자인을 직접 마케팅하여 명성을 쌓기도 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디자이너는 변화에 대한 대응력뿐 아니라 변화의 방향을 이끌 힘을 얻게 된다. 학생들에게도 디자인 작업을 위해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를 걱정하지 말고, 디자인 자체를 배우는 데 주력하라고 격려하고 조언하곤 한다. 디자인 과정을 이해하고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디자인 기회가 주어졌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저절로 알게 된다. 최초의 앱은 대학에서 앱 강의를 들은 사람들이 아니라 디자인의 기회를 포착한 사람들에 의해 탄생했다.
케이트 칠린(Kate Tsyrlin)이 디자인한 소가죽 구두
션 포가티(Sean Fogarty)의 시각 장애인을 위한 백팩은 색상의 대비, 초음파를 이용한 거리 감지 센서, 다양한 소재와 구성 요소 등을 통해 사용자 경험의 편리성을 강화하였다.
딜런 첸(Dillon Chen)의 플럭스(Flux)는 유동적 움직임과 동작으로 정물 액자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프랫의 산업 디자인과는 교수진의 규모와 다양성 면에서 다른 학교와 차별된다. 현업의 디자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교수진은 인터페이스나 사용자 경험 디자인, 전시 디자인부터 제품, 가구, 조명, 의료기구 디자인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의 전문 분야를 아우른다. 어떤 학생에게 탐구하고 싶은 관심 분야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직접적 경험과 지식을 갖춘 교수진 중 누군가가 그 학생의 탐구심에 불을 지펴줄 수 있다는 얘기다.
프랫은 시각적 독해력 교육에 탁월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 시각적 독해력을 통해 형태 간의 관계를 구성하고 해체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키우면, 그 디자인의 성공에 반드시 필요한 인간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시각 경험을 조정하는 실력을 쌓은 학생은 향후 디자이너로서 아무리 까다로운 과제를 마주하게 되더라도 경쟁 우위에 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또한, 프랫은 기업이 후원하는 프로젝트에 학생들을 적극 참여시켜, 업계 현장을 경험해보고 국내외 유수의 기업들로부터 직접 피드백을 받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의 디자인 실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선보이는 한편, 종종 전 세계적인 난제에 대한 해법이나 베스트셀러 제품이 태어나기도 한다.
또 한 가지 특화된 부분은 바로 대학원 2년 차 학생들을 위한 글로벌 혁신 디자인(Global Innovation Design, GID) 과정이다. 프랫에서 두 학기 동안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부분들을 배우고 난 후, 도쿄의 게이오 미디어 디자인(Keio Media Design)에서 스토리텔링과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한 학기 동안 배우게 된다. 그 다음 학기에는 런던으로 건너가 영국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 RCA)과 임페리얼 칼리지(Imperial College London)에서 혁신 디자인 공학(Innovation Design Engineering)을 배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국제적인 프로젝트와 관련된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해 공동 작업을 펼치게 된다. 즉 세계 각지에 포진된 팀에 합류해 식품이나 보건, 유통의 미래 등과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디자인 컨셉과 프로토타입 등을 연구, 개발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GID는 세계 유수의 학교 네 곳의 디자인 프로그램 세 가지를 결합한 과정으로, 문화와 혁신의 중심지에서 살아 있는 경험을 쌓는 특별한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올해로 2년째를 맞은 과정이라, 논문 학기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이런 교육 경험을 통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기대가 크다.
산업 디자인 분야의 취업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및 미래 사회의 여러 과제에 대해 의욕을 갖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도유망한 학생이라면 말이다. 경쟁이 치열한 구직 시장이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환영 받기 마련이다. 일류 기업에 진출하는 졸업생도 많지만, 직접 창업에 나서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요즘은 디자이너로 활동하기에 매우 역동적인 시기이며, 최근 졸업생들은 특히 뉴욕을 무대로 본인만의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스콧 룬드버그(Scott Lundberg) 교수는 맘에 드는 스케치북을 골라잡아, 자신이 바라보는 미래의 모습을 하나하나 그려보라고 한다. 드로잉은 여전히 인류가 고안한 최고의 두뇌 게임이라고 말이다.
'착한디자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이전시 덴츠(Agency Dentsu)의 마더 북(Mother Book) (0) | 2014.11.12 |
---|---|
로스 러브그로브(Ross Lovegrove) 조명 디자이너 (0) | 2014.11.11 |
주보틱스(Zoobotics)의 모듈식 로봇 주리(Zuri) (0) | 2014.11.10 |
개트윅 공항(Gatwick Airport) 플랫폼 조명 프로젝트 (0) | 2014.11.10 |
무트(Mut)의 피시 스케일(Fish Scales) 타일 디자인 (0) | 2014.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