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제정된 첫 글로벌 건축 어워드의 영광은 중국의 건축 디자이너 리 샤오동(Li Xiaodong)에게 돌아갔다. 캐나다, 중국, 프랑스, 독일, 대한한국을 비롯한 9개국의 건축가들이 경합을 벌인 끝에 선정된 리 샤오동은 다른 건축가들에 비해 유명세도 덜하고 그가 설계한 리위안 도서관(Liyuan Library) 역시 화려한 외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로얄 아키텍쳐럴 인스티튜트 오브 캐나다(Royal Architectural Institute of Canada) RAIC 재단 이사회 의장 베리 존스(Barry Johns)는 장소와 재료, 형태와 빛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수수하지만 매우 파워풀한 건축이라며 호평했고, 동시에 기후와 커뮤니티를 배려하면서도 자신을 과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였다.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 모리야마 RAIC 인터내셔널 프라이즈(Moriyama RAIC International Prize)는 저명한 일본계 캐나다인 건축가 레이몬드 모리야마(Raymond Moriyama)와 RAIC가 공동으로 제정한 상이다. 완공된 지 최소 2년 이상 된 건축물을 대상으로, 생활과 동떨어진 건축이 아닌 커뮤니티와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면서 변모하고 발전해가는 건축을 대상으로 한다. 첫 수상자는 토론토 아가칸 뮤지엄(Aga Khan Museum)에서 발표되었다. 앞으로 격년제로 시행되고 상금은 100,000 캐나다 달러로 약 1억 원이다.
베이징 중심부에서 차로 약 1시간 반 떨어져 있는 화이러우 구의 청정지역. 주민이 3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 자리한 리위안 도서관(Liyuan Library)은 산자락에서 펼쳐지는 사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내부로 끌어들이는 친환경 건축물이다. 앙상하던 나뭇가지에서 파릇한 잎사귀가 돋고, 푸르던 숲이 붉고 노랗게 물들어가고, 이내 설원으로 바뀌는 과정이 도서관 안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런 광경이 가능한 이유는 독특한 재료에 있다.
약 2,000스퀘어 피트 56.2평 규모의 직육면체 건물에는 흔한 건축자재인 철이나 콘크리트가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외벽을 덮고 있는 것은 평평하게 엮은 나뭇가지이다. 주민들이 땔감용으로 늘 사용하던 것이라 심리적인 거리감도 없다. 도서관은 마치 신비하고 거대한 나무처럼 보인다. 외벽 바로 안쪽은 모두 유리로 덮여있어 나뭇가지 틈으로 들어오는 햇살로 도서관 내부는 늘 온기가 가득 차 있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면 벽면과 천장에 격자무늬의 나무 골조가 세워져 있고 책장, 계단, 의자 등이 마치 한 장의 종이로 만든 페이퍼 크래프트 처럼 유기적 통일성을 가지고 되었다.
도서관은 외관뿐 아니라 건물 운영 면에서도 자연을 고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이고 있는데 보온을 위한 난로만 있을 뿐 전기나 수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여름에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 풍으로 에어컨 없이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하였다. 덕분에 총 건축비도 185,000달러 약 1억 8천 500만원에 불과했다.
2012년 5월에 개관해 운영된 지 2년이 조금 넘은 리위안 도서관은 마을 주민들에게 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신발을 벗고 맨발로 이곳을 이용하는 것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눕거나 엎드리는 등 저마다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고 젊은이들도 가만히 창가에 기대어 앉아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지역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어린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식의 장인 것이다.
도서관에서의 경험이란 것은 단지 책의 내용만으로 가늠되는 것이 아니다. 책의 내용, 독서의 행위, 혹은 다른 방문자와의 관계로까지 확장된다. 이러한 요소들이 공간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아이들에게 과연 이 도서관이 어떤 기억으로 남으면 좋을까를 생각하였다. 또 건축도 환경의 일부이기 때문에 절대로 독립적으로 고려될 수 없다. 자연의 변화 속에서 이 건물 역시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도서관이 자리한 장소와 건축의 형태를 관계 지으려고 노력했다.
도서관에서의 경험을 중시하는 리 샤오동이 제안한 운영 방식은 독특하면서도 단순하다. 일반적인 도서관이 책을 대량으로 기부 받거나 구입한 후에 방문자에게 대출해주는 방식을 취하는 것과 달리 책 두 권을 가져오면 자신이 원하는 책 한 권을 도서관에서 가져갈 수 있게 하였다. 이는 단순히 기부라기보다는 도서관에 방문하는 한 명 한 명이 직접 참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다 함께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공동의 목표의식을 갖게 하였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이곳이 늘 활기차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위안 도서관이 유명세를 타면서 이 작은 시골마을을 방문하는 이들도 늘고 있는데, 이들에게도 내 책 두 권과 도서관 책 한 권의 교환방식은 그대로 적용된다.
올해 51세인 리 샤오동은 1997년 리 샤오동 아틀리에를 설립해 건축가로 활동 중이며 중국 칭화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친환경 건축가로 유명한 그는 다수의 건축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중국 푸지안 지방의 브릿지 스쿨(Bridge School)로 2010년 아가 칸(Aga Khan) 건축 상을 수상하였고, 리위안 도서관으로 2012년 월드 아키텍쳐 페스티벌(World Architecture Festival)에서 수상하였다
브릿지 스쿨(Bridge School), 아가 칸(Aga Khan) 건축 상을 수상, 2010년
http://www.raic.org/moriyamapr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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