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브루클린(Brooklyn)에서 열린 피어슬리 메이드(Fiercely Made) 디자인 쇼를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티제이 볼로니스(TJ Volonis)의 인상적인 작품과 마주쳤을 것이다. 높이 75cm, 길이 150cm의 브루클린 바르셀로나 콘솔 테이블(Brooklyn Barcelona Console Table)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 받은 작품이다. 이름 속 두 도시의 다리와 아치형 구조물에서 착안한 복잡하고 기하학적인 형상과 단순한 재료의 사용으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집중 소개하는 전시회의 취지에 맞게, 볼로니스의 테이블 역시 주변 환경이 빚어낸 산물이다. 브루클린은 볼로니스에게 작품의 영감과 배경을 제공하였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동관(銅管)이라는 매체를 발견하게 해주었다.
볼로니스가 동관을 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의 일이다. 어느 날 룸메이트가 쓰레기통에서 주운 이케아의 커피 테이블을 집에 가져왔다. 볼로니스는 테이블 상태가 정말 엉망이었다며, 지지대가 떨어져 나가 다리가 심하게 흔들거렸다고 덧붙였다. 평소 동관에 관심이 많았던 볼로니스는 집 근처 로우스(Lowe's) 매장에서 동관 몇 개를 사온 후, 동관을 다루는 방법을 독학으로 터득해 망가진 테이블 다리를 새로 만들었다.
동관을 정복하기 위한 그의 두 번째 시도는 미술품 자선경매 행사를 위해 만든 의자였다. 익명으로 참여한 볼로니스는 혼합 매체 부문의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상을 거머쥐었고, 그의 작품에 주목한 어느 갤러리 운영자가 나머지 포트폴리오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로서는 그 의자가 고작 두 번째 작품이었고, 이케아 테이블에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볼로니스는 창작자들이 으레 하는 식으로 행동했다. 일단 요청을 수락한 후, 집으로 달려가 해결에 나선 것이다. 그는 갤러리 운영자에게 보여줄 작품 네다섯 점을 서둘러 만들었다. 당시의 기회가 더 이상 진척되진 못했지만, 이를 계기로 볼로니스는 보다 진지한 자세로 작업에 임하게 되었다.
2000년에 브루클린으로 이사 온 후부터 줄곧 볼로니스는 브루클린 다리의 현수 케이블이 빚어내는 시각적 효과와 거미줄처럼 교차하는 선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3차원의 그 공간을 통과하는 시각적 경험은 넋이 나갈 정도로 매혹적이며 굉장히 특별했다고 말한다. 브루클린 다리의 형상과 바르셀로나에서 볼 수 있는 가우디의 포물선 아치를 연결 지은 볼로니스는 이러한 구조적, 건축적 요소에서 착안한 테이블을 구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2012년 초, 두 달간의 과정을 거쳐 브루클린 바르셀로나 콘솔 테이블을 완성하였다.
로우스 매장에서 동관을 잔뜩 구입하고 배관용 이음쇠, 땜납, 융제 등의 물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한 그는 배관공들이 사용하는 재료와 작업 공정을 신중하게 활용하였다. 아티스트로서 볼로니스는 우리의 일상에 자리한 산업 자재들, 즉 미국 내 산업혁명의 진원지인 뉴잉글랜드 지역과 뉴욕에 살면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탐구하고 싶었다. 볼로니스에게 이러한 작업은 특정한 기능적 용도의 물건을 아름다운 의외의 오브제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의미했다. 브루클린 바르셀로나 콘솔 테이블로 재탄생한 동관처럼 말이다.
볼로니스는 다리 부분에서 시작해, 처음부터 끝까지 전 단계에 걸쳐 평소와 동일한 접근 방식으로 테이블을 만들었다. 동관 하나하나를 제자리에 차례로 납땜하며 이어간 것이다. 그는 브루클린 다리와 가우디의 건축물에서 발견한 기하학 및 수학적 요소에 기초해 동관을 배치한 뒤, 여기에 인터넷으로 조사한 내용을 접목시켰다. 볼로니스는 브루클린 다리의 케이블이 양의 공간을 창출하는 한편, 다리 밑의 음의 공간을 통해서는 포물선 아치가 생긴다는 데 주목했다.
작업을 용이하게 해주는 공구인 지그(Jig)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몇몇 프레임 부분을 특수한 방식으로 고정시켜야 한다는 점을 깜박 잊고 공정을 되돌린 경우도 종종 있었다. 실수하고 다시 고치기를 수없이 반복한 것이다. 특히 테이블의 상판을 앉히는 작업이 까다로웠다. 대리석 상판을 동관 위에 정확하게 앉히지 않으면, 동관의 곡선으로 인해 대리석에 금이 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늘 현실과 줄다리기를 벌인다는 볼로니스는 원하는 작업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명되면, 추구하는 형상을 얻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면서, 재료란 작업의 협력자이자 공모자다. 일단 재료의 한계를 파악하고 나면, 보통의 생각 이상으로 재료의 한계를 밀어붙일 수 있다고 하였다.
브루클린 바르셀로나 콘솔 테이블의 판매가는 1만 4천 5백 달러이며, 브루클린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들의 온라인 단체 피어슬리 메이드(Fiercely Made)에서 볼로니스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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