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셀리아 이스테베스(Celia Esteves)가 포르투갈(Portugal)의 전통 깔개와 처음 사랑에 빠진 것은 고향인 포르투갈 북부의 비아나 도 까스텔로(Viana Do Castelo)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였다. 그곳에서 베틀에 앉아 깔개를 짜고 있는 한 장인을 만난 그녀는 장인의 솜씨에 매료된 채 전시장을 나섰고, 전통 수공예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전통 방식으로 제작한 러그(Rug)는 상당히 매력적이었고, 장래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일러스트레이터 친구들과 당장 얘기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다행히 이스테베스에게는 재능이 뛰어난 일러스트레이터 친구들이 있었다. 안드레 다 로바(Andre da Loba), 마르타 몬테이로(Marta Monteiro), 조제 카르도조(Jose Cardoso) 같은 일러스트레이터 친구들에게 러그에 넣을 일러스트레이션을 요청했고, 전시회에서 만난 장인과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그 결과 현대적인 일러스트레이션과 포르투갈의 전통 직조술을 아름답게 연계한 러그 바이 구르(Rug by Gur)가 탄생한 것이다.
조제 카르도조(Jose Cardoso)의 일러스트레이션
란 스티븐슨(Lan Stevenson)의 일러스트레이션
직조술은 매우 독특해서 작업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디자인한 그대로 정확하게 짜는 것이 불가능할 때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까다로운 점은 격자 방식으로 짤 수밖에 없어서 곧게 이어진 선을 표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재료인 티렐라(Tirela) 역시 어려움을 더하는 요소로, 헌 옷가지에서 나온 헝겊으로 만들기 때문에 인근 공장에서 구할 수 있는 색상만 쓸 수 있다.
마르타 몬테이로(Marta Monteiro)의 일러스트레이션
조앙 드루몬드(João Drumond)의 일러스트레이션
하지만 가장 힘든 부분은 단 하나의 디자인을 선정하는 일이다. 대개 이스테베스는 일러스트레이터에게 깔개에 적합한 몇 가지 구상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실제로 어떤 도안을 쓰게 될지는 자신이 결정하겠다고 양해를 구한다. 구현이 가능해 보이는 도안의 경우에도 디자인에 몇 가지 변화를 줘야 할 때가 가끔 있다고 한다. 베틀로 작업할 때의 제약을 동료들에게 설명하기가 어려워, 디자인을 몇 차례 거듭 손본 후에야 비로소 깔개를 짤 수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안드레 다 로바(Andre da Loba)의 일러스트레이션
아틀리에 빙고(Atelier Bingo)의 일러스트레이션
일단 디자인을 결정하고 나면,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해당 디자인을 베틀로 짜는 데 필요한 수정 작업을 거친 후 최종 도안을 작성한다. 그리고 깔개를 짜는 데 쓸 티렐라(Tirela)의 색상도 함께 고른다. 그런 다음, 도안의 각 부분에 어떤 기법을 사용할지는 장인과 함께 결정한다.
조제 카르도조(Jose Cardoso)의 일러스트레이션
줄리오 돌베트(Julio Dolbeth)의 일러스트레이션
장인은 도안을 격자 구조로 재창조한 후, 작은 점들로 이루어진 격자를 도안 위에 겹쳐 놓고 깔개를 짤 때 필요한 점 하나하나에 표시를 한다. 그런 다음 이스테베스가 티렐라를 롤러로 밀어 재료를 준비한다. 베틀을 이용해 깔개를 짜기 시작한 장인은 작업 중간 중간 이스테베스와 함께 무늬를 확인한다. 이렇게 깔개 하나를 완성하는 데 꼬박 하루 정도의 시간이 걸리며, 디자인 하나당 총 50장을 모두 손으로 짜서 만든다.
포르투갈의 일반 가정에서는 전통 기법으로 짠 깔개를 일상용품으로 취급하지만, 구르(Gur)는 이 오랜 풍속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세계무대에 선보이고 있다. 이스테베스가 바라는 점은 앞으로도 구르(Gur)가 아티스트들과 함께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며 성장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전 세계 여러 나라, 여러 가정에 깔개와 함께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파하는 것이다.
구르(Gur)의 깔개는 이스테베스의 홈페이지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포르토(Porto)의 갤러리 다마 아플리타(Galeria Dama Aflita), 리스본의 아르테 아시나다(Arte Assinada), 런던의 비치 런던(Beach London) 등 온라인 매장을 통해서도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약 70~120 달러이다.
'착한디자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레이우드 프린트 스툴(Playwood Print Stool) (0) | 2014.10.22 |
---|---|
렘 쿨하스(Rem Koolhass) 건축 디자이너 (0) | 2014.10.21 |
래디슨 블루 로얄 호텔(Radisson Blu Royal Hotel) 506호실 (0) | 2014.10.20 |
런던의 뉴 튜브(New Tube)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0) | 2014.10.20 |
리사이클링 디자인프라이즈(Recycling Designpreis) 2014년 (0) | 2014.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