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Toronto), 몬트리올(Montreal)에 이어 캐나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밴쿠버(Vancouver)가 올해 처음으로 도시 디자인상을 제정해 수상작을 발표했다. 캐나다 내 도시 디자인상은 캐나다 로얄 건축협회(RAIC)의 국내 도시 디자인상을 비롯해 토론토, 오타와(Ottawa), 에드먼턴(Edmonton), 캘거리(Calgary) 등 각 도시에서 제정, 운영 중이며 밴쿠버가 합류하면서 총 17개가 되었다.
밴쿠버는 기존 도시의 텍스트를 헤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건축과 조경 등에 격년마다 10여 개 부문을 시상할 예정이다. 아름다운 외관은 물론 환경과 문화유산의 가치까지 고려하며 디자인적 통찰력을 보여준 올해의 수상작을 소개한다.
클로이스터 하우스(Cloister House)
Firm: Measured Architecture Inc.
Category: Small Residential Buildings
클로이스터 하우스는 번잡한 도시 한가운데 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요한 안식처 같은 곳이다. 손자들의 방문이 잦은 여성 클라이언트의 의뢰로 지어진 3층짜리 주택은 할머니와 손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일례로 계단 옆에 손자들의 놀이 공간이 될 수 있는 미끄럼틀을 나란히 놓았는데, 이는 나중에 할머니를 위한 계단 승강기로 전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주택이 수상작이 된 데는 지속가능한 건축의 좋은 예라는 점 때문이다. 이 새집을 짓는 데 사용된 재료의 90%는 원래 있던 집의 자재를 적재적소에 재활용한 것이다.
모나드(Monad)
Firm: Lang Wilson Practice in Architecture Culture
Category: Medium Residential Buildings, Special Jury Awards-Architectural Design Excellence and Innovative Systems Integration
모나드는 모듈러(Modular) 주택, 즉 전체 공정의 70~90%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하고 현장에서 블록처럼 조립해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는 건축 공법으로 지어졌다. 흔히 모듈러 주택은 외형 때문에 컨테이너에 비교되곤 하지만 두 개 부문의 수상작이 된 모나드는 거주자의 삶의 질과 에너지 절약에 초점을 맞추며 값싼 주택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다가구 주택이다. 건물 중앙에 안마당을 만들어 통풍과 일조량을 늘렸고, 지붕에 설치한 태양열 집열판으로 건물에 뜨거운 물을 공급하며 에너지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였다. 건물 옥상에는 정원을 조성해 거주자들의 휴식공간은 물론 그들이 직접 꽃과 나무 등을 가꿀 수 있게 했다.
6TH & Fir – A Bridgehead Interface
Firm: Henriquez Partners Architects
Developer: Westbank Projects Corp.
Landscape architect: Durante Kreuk Ltd.
Category: Large Residential Buildings
과거 임시 주차장이자 보행자들의 지름길이었던, 일명 버려진 땅에 15층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부채꼴의 독특한 디자인도 아름답지만 고속도로 진입 다리 옆, 저 중층의 주택단지에 둘러싸여 공간적 제약이 있는 곳에 지어졌음에도 주변 경관과 멋스럽게 어우러진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보행자들이 예전처럼 지름길로 이용할 수 있게 아파트 앞쪽으로 길을 닦았는데, 인도 옆으로 아파트 외에 아티스트의 작업실과 상점 등이 자리해 한층 활기를 띤다.
캑터스 클럽 카페(Cactus Club Café), English Bay
Firm: Acton Ostry Architects Inc.
Category: Commercial Buildings
매년 여름, 장관의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잉글리쉬 베이(English Bay)는 수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산책로이자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 자리한 캑터스 클럽 카페는 기존의 매점을 대체하는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복도처럼 길고 좁게 설계된 이 건축은 4면에 유리창이 설치되어 있어 주변 자연경관을 최대한 끌어들인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동쪽으로는 산이, 서쪽으로는 해변이 보이는 유리창은 여닫을 수 있게 설계되어, 바다와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통해 에너지 절약 효과도 거두고 있다.
요크 하우스 시니어 스쿨(York House Senior School)
Firm: Acton Ostry Architects Inc.
Category: Government and Institutional Buildings
유서 깊은 사립학교 요크 하우스 시니어 스쿨에 기존 건물 세 채와 캠퍼스를 하나로 아우르는 신축건물이 완공됐다. 학교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이곳은 모든 학생들이 오가는 정문이자 기존 건물로 이동하는 역동적인 교차로의 역할까지 한다. 건물의 전면과 후면을 유리창으로 채워 햇살은 받아들이되, 유리창 위에 수직의 나무 패널을 장식해 직사광선과 눈부심을 차단했다. 계단과 복도의 유리 난간에 적힌, 학생들이 직접 뽑은 여성 유명인사 이름의 타이포그래피도 눈에 띈다.
1025 랍슨 스트리트 캐노피(Robson Street Canopy)
Firm: Eight inc.
Design Architect: Francl Architecture Inc.
Category: Urban Elements
밴쿠버의 쇼핑지구인 랍슨 거리. 1025번지에 드리워진 캐노피(Canopy)는 디자인적 완성도와 더불어 보행자들이 비 혹은 강한 햇살을 피해갈 수 있는 쉼터가 되는 실용성을 두루 갖췄다.
파리 블록(Paris Block), 파리 에넥스(Paris Annex)
irm: Gair Williamson Architects with Ankenman Marchand Architects
Category: Innovation
파리 블록은 지어진 지 100년 된 5층짜리 벽돌건물을 2008년 리노베이션한 곳이다. 2012년에 파리 블록 바로 옆의 신축건물인 파리 에넥스가 지어졌는데, 이 두 건물은 복도, 계단과 심지어 엘리베이터와 로비까지도 함께 사용한다. 신구의 완벽한 조합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파리 블록은 밴쿠버의 유명한 부츠 제작자인 피에르 파리와 아들들이 60여 년간 신발을 제작하고 판매를 하던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유니온 스트리트 에코 헤리티지(Union Street Eco Heritage)
Firm: Shape Architecture Inc.
Developer: Karli Gillespie and Dick Hellofs
Category: Outstanding Sustainable Design, Special Jury Awards-Architectural Design Excellence and Innovative Community Densification
19세기에 지어진 두 채의 타운하우스를 7채의 에너지 절약형 주택으로 재건하면서 1인 가구 주택의 모범적인 사례가 된 에코 헤리티지. 커뮤니티의 기존 건축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디자인을 가미하고 에너지 효율성은 높인 에코 하우스다. 에너지 효율 글로벌 스탠다드인 LEED와 캐나다 공식 에너지 효율 등급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제리코 파크 레스토레이션(Jericho Park Restoration)
Firm: Sharp&Diamond Landscape Architects
Category: Landscape, Public Space, and Infrastructure
매년 여름 포크뮤직 페스티벌이 열리는 제리코 비치 파크. 다양한 수상 스포츠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제리코 비치는 지난해 부두가 해체된 자리에 모래사장이 복원되면서 훨씬 넓고 쾌적해졌다.
60 웨스트 코르도바(West Cordova)
Firm: Henriquez Partners Architects
Developer: Westbank Projects and Vancity
Team: PHS Community Services, Habitat for Humanity
Category: Special Jury Awards-Reinforcing Community Through Collaboration and Social Innovation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 중 하나이자, 가장 가난한 동네로 알려진 밴쿠버의 다운타운 이스트 지구. 그곳에 위치한 60 웨스트 코르도바는 집값 비싸기로 악명 높은 밴쿠버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주민 참여형 아파트다. 10층 건물에 108가구가 사는 이곳은 자동차 주차공간을 18개로 제한하고, 아파트 유지와 운영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집값을 내렸다. 목마를 한 사람들의 실루엣이 그려진 아파트 파사드는 서로 도우며 변화를 이끌어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태양열을 이용한 LED 조명으로, 해가 지면 은은하게 밤거리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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