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게코 디자인 인수를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하였다. 제품 디자인과 기계 공학 스튜디오를 가진 게코 디자인은 구글 X 프로젝트의 한 부분을 맡게 될 예정이다. 천하의 구글이 자신보다 더 작은 공학회사에서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가상의 공간이 아닌 진짜 사람이 사는 세상의 제품을 만드는 능력이었다. 구글은 이제까지 수많은 기업을 인수해 왔지만, 이번 디자인회사의 인수는 최근 구글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자유로운 근무환경에서 나오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유명한 구글은 그동안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많은 신기술을 선보여 왔다. 그리고 이제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디자인을 강조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야기는 지난 6월에 있었던 구글 개발자 회의(Google I/O Developer Conference)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는 구글에서 어떤 새로운 기술을 발표할 것인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회의가 열리기 두 달여 전인 4월에 구글 개발자 블로그에 글 하나가 게재되었다. 그것은 단순함(Simplicity)과 유용성(Usefulness)을 중요한 원칙으로 하얀 바탕에 단순한 검색창 하나로 시작한 구글은 지금도 그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훌륭한 디자인을 만드는 요소에 대한 이해는 변해왔으며, 많은 개발자가 직, 간접적으로 제품을 개발할 때 디자인적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며 따라서 올해의 구글 I/O는 소프트웨어 공학을 넘어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세션과 워크숍을 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제까지 디자인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강력한 컴퓨터 공학, 알고리즘과 문제해결 능력에서 독보적이었던 구글이 그들의 제품의 우선순위를 디자인으로 옮겨온 것은 놀랄만한 일이었다. 터치스크린의 세계로 들어오면서 더 자연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의 설계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가 커졌고, 구글은 그것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구글 검색의 선임디자이너 존 윌리(Jon Wiley)는 인간은 수백만 년 동안 그들의 손으로 도구를 사용해오며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는데, 그가 생각하기에 그런 기대가 현대에 와서는 전자기기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것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제프 치우(Jeff Chiu), 블룸버그(Bloomberg)
그들이 예고했던 대로 2014년 구글 I/O는 신기술 발표보다 디자인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고, 마티아스 두아르테(Matias Duarte) 디자인 부사장은 물질 디자인(Material Design)이라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에 대한 기준을 공개했다. 구글의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L에 사용될 새로운 디자인 언어는 장치의 크기와 관계없이 스마트 시계부터 휴대폰, 태블릿, TV부터 자동차까지 구글이 만드는 모든 서비스에 통일된 경험을 제공하는 하나의 근본적인 시스템으로 그동안 무질서했던 안드로이드의 체계를 만들어 갈 것이다.
물질 디자인의 핵심은 공간과 움직임의 은유이다. 물질 디자인은 손끝으로 느끼는 현실성에 기반을 두고 종이와 잉크에 대한 연구에서 영감을 얻었다. 화면에서 보이는 종이의 표면과 모서리는 우리 현실에서의 경험에 기인한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에, 우리는 직관적으로 물질 디자인을 이해하고 이용하게 된다. 빛의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평면의 그래픽 디자인이 아니라 입체 공간을 만들고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의 깊이로 바닥과의 거리를 표현할 수 있어서 그 높낮이로 해당 콘텐츠의 중요도를 판단할 수 있다.
물질 디자인에서는 사용자의 행동으로 힘이 발생해서 사용자 환경을 움직이고 일관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체 디자인이 변화하고 재구성된다. 다양한 터치 애니메이션을 통해 사용자에게 명확한 피드백을 주는 현실 세계의 물리적인 법칙에 상상력을 더하여 재미와 효율을 높이고자 하였다.
다시 게코 디자인 이야기로 돌아가 보도록 하겠다. 게코 디자인은 디자인업계에서 누구나 다 아는 그런 회사는 아니지만 1996년 설립 이후 소프트웨어 중심의 다양한 하드웨어 제품을 개발하며 프로그 디자인(Frog Design)과 퓨즈 프로젝트(Fuse Project) 등의 최고의 산업 디자인 회사와 함께 일하였다. 피트니스 밴드 핏빗(Fitbit)의 기계 공학 작업, 소노스(Sonos)의 무선 하이파이 시스템인 존 플레이어(Zone Player)의 설계, 로지텍(Logitech)의 무선 조이스틱의 전기 기계적 부품의 설계를 도왔다. 또 허먼 밀러(Herman Miller) 전등의 중국 생산을 감독하기도 했고, 휴렛 팩커드(Hewlett Packard), 델(Dell) 등 수많은 회사와 협력 작업을 하였다. 그들은 디자인 과정 동안 조립 배치(Assembly Layout) 같은 기계의 디자인을 포함하여 여러 서비스를 제공했다. 구글에서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동안 게코 디자인이 해왔던 프로젝트를 보면 구글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가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가 있다.
게코 디자인(Gecko Design), 핏빗(Fitbit)
게코 디자인(Gecko Design), My Pressi the Twist
게코 디자인은 실현 가능성 없는 창의성은 소비자 제품 개발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밝히며, 사람들은 이제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게코 디자인을 찾는다고 했다. 그들은 자신이 제조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고, 그래서 잠재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작은 결함을 초기에 바로잡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들의 역할은 다르게 말하면 완성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좋은 생각을 창의적인 사람들에게서 끄집어내고 엮어서 제조과정까지 이어가는 것이다. 구글이 새롭게 소개하려고 하는 수많은 하드웨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필요한 가장 힘들고 가장 중요한 전문기술을 가진 회사이다.
게코 디자인(Gecko Design), 앨리프 조본 헤드셋(Aliph Jawbone Headset)
게코 디자인이 합류하게 될 구글 X는 인류의 삶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실험적인 부서이다. 이곳은 달 탐사선(Moonshots)이라는 이름으로 우주까지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부터 호버보드(Hoverboards)에 이르기까지 당장은 실패가 예견되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구글 X는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일 것 같은 우주 프로젝트 이외에 인체 지도 제작, 무인자동차나 구글 글라스처럼 일상적인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도 다루고 있다. 그곳이 게코 디자인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다.
구글 글라스(Google Glass),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DVF)
무인 자동차, New York Times
Us Patent and Trademark Office
또, 지난 8월 12일 구글은 구글 글라스의 새로운 디자인 특허를 출원했다. 기존의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구글 글라스를 착용하기를 꺼렸던 소비자를 의식한 듯, 새로운 디자인은 일반 안경의 모양을 하고 안경 렌즈의 앞이나 내부에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형태를 하고 있다. 새로운 구글 글라스의 디자인은 기존에 있던 사생활 침해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지만, 이번 디자인 수정은 구글 글라스의 저변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이 디자인을 실제로 구글 글라스에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이 제품의 디자인을 의식하고 강조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기 간의 연결이 더욱 빈번해지고, 복잡하고, 많은 데이터를 가지게 됨에 따라 디자인은 첨단 기술을 다루는 회사에서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 기기들은 더 광범위하게 더 많은 고객에게 판매되면서 기기나 서비스를 통해 만들어진 사용자 경험과 디자인으로 첨단 기술 제품의 가치가 매겨지고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을 보여 왔던 구글이 어떤 디자인과 사업을 선보일지 앞으로 그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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