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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신작 큐리오스(Kurios)

chocohuh 2014. 8. 26. 10:16

캐나다 몬트리올(Montreal)에 자리한 올드포트(Oldfort)에는 2년마다 거대한 천막 공연장이 들어선다. 일 년 내내 산책하는 시민과 관광객으로 붐비는 이곳에 빅 탑(Big Top) 이동식 천막극장이 들어설 때면 어김없이 수많은 이들의 발길은 그곳을 향한다. 30여 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몬트리올러들을 설레게 하는 월드 프리미어 공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을 모티프로 한 태양의 서커스 신작 큐리오스(Kurios), 큐리오스는 헬라 문화시대에 노예를 소유한 귀족계층의 남자를 가리키는 칭호나 절대적 권한으로 다스리는 황제를 일컫는 칭호로 사용된다.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신작 큐리오스(Kurios) 호기심의 캐비닛을 보기 위해 올드포트를 찾았다. 19세기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공연의 막이 오르면, 과학자의 실험실 같은 무대 위에서 눈과 귀가 바빠진다. 페달을 밟으면 전등이 켜지는 자전거부터 거대한 배 한척, 축음기, 전화, 비행기까지 숱한 인류의 발명품이 무대 위를 오르내린다. 인간 몸의 한계를 시험하는 퍼포먼스, 첨단의 무대 디자인, 시적이면서도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버무려지며 또 한편의 독창적인 아트 서커스의 경지를 선보였다.

 

 

 

 

 

여기에 덧붙여 또 하나의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은 의상 디자인이다. 대사가 없는 서커스의 특성상 캐릭터는 의상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디자이너 필립 기요텔(Philippe Guillotel)은 아코디언맨 니코를 통해 19세기에 완성된 현대의 아코디언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촘촘한 기계 주름이 잡힌 모자와 바지를 입은 니코는 마치 어릿광대처럼 극중에 자주 등장하는데, 그가 앉거나 일어설 때마다 풍성한 주름이 줄었다 늘었다 한다. 몸으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듯한 그의 몸짓에서 그 옛날 전통 서커스에 등장하던 아코디언의 애잔한 선율이 아련하게 들려오는 것 같다.

 

은유적이고 창조적인 의상 디자인은 태양의 서커스의 전통처럼 여겨진다. 태양의 서커스는 몬트리올 본사에 의상 제작소를 따로 운영할 만큼 무대 의상에 남다른 애정과 자부심이 있다. 이 제작소의 R&D 팀은 늘 새로운 재료를 찾아 실험하고 적용하며,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현실 속에서 최대치로 구현하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의상에 사용되는 모든 패브릭은 직접 염색, 페인팅 또는 패턴 제작되며 모자와 가발, 신발 등도 모든 출연자에 맞춰 수제작 된다. 이를 위해 각 분야 디자이너와 장인만 400여 명이 소속되어 있다. 매 공연 캐나다와 해외의 유명 디자이너에게 의상 디자인이 맡겨지는 것은 물론이다.

 

 

 

 

 

 

리즈 반달(Liz Vandal)의 표현이 유머러스하다. 기존 레퍼토리 중 특히 인상적인 디자인을 꼽아보면 곤충에서 영감을 받은 오보(Ovo)로 포르투갈어로 알이다. 그녀는 잠자리 날개를 결이 있는 투명 레이스 팬츠로, 모기의 침을 모히칸 족의 헤어스타일 같이 삐죽 솟은 여러 개의 붉은 빨대로 변모시켰다.

 

마리 샹탈 베이안쿠르(Marie Chantale Vaillancourt)는 쿠자(Kooza) 상자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코자(Koza)에서 착안한 단어로, 상자 속 서커스라는 의미로 사용되며 등장하는 트릭스터(Trickster)는 신화 속 장난꾸러기 혹은 어릿광대에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용돌이치는 듯한 무늬의 의상을 디자인해 거대한 서커스 천막 공연장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투영해냈다.

 

 

 

 

 

 

토템(Totem)에 등장하는 크리스탈 맨의 의상은 바라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벨벳 레오타드에 무려 4,000여 개의 거울 조각과 155개의 크리스탈 조각을 모자이크처럼 붙였기 때문인데, 킴 베렛(Kym Barrett)은 사방으로 반사되는 빛을 통해 솟구치는 생명력을 형상화했다.

 

 

 

동양철학과 인간, 자연의 조화를 다룬 드라리온(Dralion)은 동양의 상징 드래곤과 서양의 상징 라이언의 합성어이다. 형태보다 색깔이 상징적으로 사용됐다. 자연의 네 가지 기본 요소인 공기, , , 흙을 각각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 황갈색으로 정해 관객들이 색을 통해 역할을 떠올릴 수 있게 했다. 이는 캐나다 공연계 의상 디자인의 대부인 프랑스와 바르보(François Barbeau)의 작품으로 드라리온(Dralion)TV버전으로 2001년 에미상 크리에이터부문을 수상했다.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설 자리를 주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올해 만 79세의 현역이다.

 

태양의 서커스에서의 의상 디자인은 드라리온과 윈턱(Wintuk)두 편뿐이지만 그가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진하게 묻어나온다. 2012년까지 태양의 서커스 의상 제작소의 R&D 팀을 이끌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1962년 캐나다 국립극예술학교(NTSC)가 개교 때부터 교편을 잡아온 그는 지금까지도 때때로 열리는 마스터 클래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어, 캐나다 유망 디자이너 중 그의 가르침을 받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다.

 

태양의 서커스에 의상 디자이너로 발을 들였지만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태양의 서커스의 무대와 빅탑 등을 디자인해온 캐나다 최고의 무대 디자이너 미셸 크레트(Michel Crête), 한국에서 공연된 퀴담, 라틴어로 익명의 행인과 알레그리아, 스페인어로 기쁨의 의상 디자이너 도미니크 르뮈에(Dominique Lemieux) 역시 프랑스와 바르보의 제자이다. 특히 수년간 바르보의 조수로도 일했던 르뮈에는 태양의 서커스에서 가장 많은 작품의 의상 디자인을 맡아왔다.

 

 

 

 

 

 

 

현재 몬트리올 대학 전시장에는 프랑스와 바르보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도 열리고 있다. 오페라, 연극, 발레, 서커스 등 무대를 가리지 않으며 달려온 그의 열정의 흔적들로, 드라리온과 윈턱의 의상, 모자 등의 사진과 실물도 전시됐다. 그가 디자인한 태양의 서커스 드로잉 아래 펼쳐진 두툼한 사진첩엔 아프리카, 아시아의 원시부족과 중국의 경극, 사막, 근접 촬영한 화려한 열대우림 조류의 깃털 등의 사진이 스크랩 되어 있었다. 다양한 문화와 전통, 무심코 지나친 자연의 형태와 색깔이 태양의 서커스 의상 디자인의 상상력의 원천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http://www.cirquedusoleil.com/en/shows/kurios/tickets.aspx

http://www.designdb.com/d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