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 맥주, 소시지 같은 음식, 나치와 세계대전, 분단 등의 역사, 차범근과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분데스리가 축구, 괴테와 아인슈타인 등으로 대표되는 위인, Benz, BMW, Audi, Volkswagen, Porsche 등의 자동차가 있다. 여러분은 어떤 것들을 떠올리게 되는지 궁금증을 뒤로하고 마지막 연관 이미지에 초점을 맞춰볼까 한다. 하지만 정작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된 독일의 공학 기술에 관한 것이다.
독일의 기계공학은 1,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면서 장대한 발전을 이룬 것으로 널리 알려진다. 물론 전쟁 이후 분단 당시 공산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서독을 향한 미국 등 여러 서방국가의 경제적인 원조 덕분에 무수한 과학 인력을 기반으로 경제발전을 이룬 것 또한 사실이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그리고 현재까지 공학 기계공학에 그치지 않고, 생화학, 핵물리학, 전자공학, 재료공학, 로봇공학 등 기술력에 관한한 세계 최고라고 불린다. 이러한 기술력의 수준은 주로 소비자에 의해 선택되어 사용되는 이른바 최종 상품(End Product)을 통해서 평가되는데 자동차, 전자제품 등의 예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반대로 최종 산출물을 시장에 내놓기까지 근간이 되는 기반산업에 대한 평가 없이 그 나라의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을까? 이는 깨끗한 물과 토양에서 재배한 재료로 지은 음식이 무조건 맛있는 것 또는 최고 품질의 철강 산업을 기반으로 최고 수준의 자동차를 생산해낼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BMW, Benz와 같은 전면에 드러나 있는 대형 브랜드 외에 지금의 독일 과학 기술력을 있게 한 숨은 조력자들은 누가 있을까? 독일의 과학을 발전시킨 학술 단체와 몇몇 기업의 부속 연구소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유명한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카를 플랑크(Max Karl Ernst Ludwig Planck)의 이름에서 가져온 명칭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Max Planck Gesellschaft zur Förderung der Wissenschaften e. V.)는 1948년에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한 독일 최대의 학술 연구단체이다. 인문학 연구도 병행하고 있지만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주요 활동은 기초과학과 공학 쪽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 2006년까지만 이뤄졌던 세계 연구소 평가에서 자연과학 분야 1위, 공학 분야 3위라는 타이틀을 얻어 그 가치를 증명하기도 했다. 설립의 전신이 된 카이저 빌헬름 연구소의 기록을 포함하여 현재까지 단일기관으로 세계 최대인 32차례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현재는 자연과학, 생명과학, 인문학 분야에 80여 개의 연구소를 두고 있다.
막스 카를 플랑크(Max Karl Ernst Ludwig Planck)
막스플랑크 마인츠 연구소(Max Planck in Mainz, Germany)
프라운호퍼 협회(Fraunhofer Gesellschaft)
독일의 물리학자 요제프 폰 프라운호퍼(Joseph von Fraunhofer)의 이름을 따서 설립된 프라운호퍼 협회(Fraunhofer Gesellschaft zur Förderung der angewandten Forschung e. V.)는 1949년에 뮌헨에 최초 설립되었고 현재는 독일 전역에 66개의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막스플랑크 연구소가 순수과학 쪽에 치중하며 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면, 프라운호퍼 협회는 크게 보건, 영양, 안전, 보안, 정보 통신, 운송, 교통, 에너지, 고효율 생산 등의 응용과학에 초점을 두고 있다. 순수한 연구의 목표보다는 연구된 결과물이 사업화, 상용화되어 가치와 이윤을 창출하는 데에 더욱 그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막스플랑크와는 대조적으로 응용 가능한 특허들이 많이 만들어지는 곳이 프라운호퍼 협회이다. 대표적인 예로 현재 전 세계인이 가장 즐겨 듣는 음원 형태인 MP3의 압축 알고리즘을 발명하였고, 2005년 한 해에만 이에 대한 라이센스 수입으로 1억 유로(한화 약 1,300억 원)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이렇게 프라운호퍼 협회에 의해서 연구, 발명된 기술력은 독일의 여러 산업기반을 바탕으로 금전적인 수입모델로 재탄생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독일의 기술력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요제프 폰 프라운호퍼(Joseph von Fraunhofer)
프라운호퍼 항공 연구소
바이어 메트리얼 사이언스(Bayer Material Science)
막스플랑크와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정부 산하의 연구기관이라면 바이어 메터리얼 사이언스(BMS)는 기업에 속한 연구소이다.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제약, 화학 업체인 바이어(Bayer AG)가 모기업으로 있는 BMS는 재료 화학분야의 선구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혁신적인 신소재 개발을 위한 BMS의 노력은 그들의 무대를 자동차, 전자제품, 건설, 스포츠, 레저 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넓혀나가는 데 큰 역할을 했고, 현재는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다양한 신소재들을 공급하고 있다.
BMS 플라스틱 전시관과 신소재 샘플 키트
페스토 바이오닉 러닝 네트워크(Festo Bionic Learning Network)
페스토(Festo)는 1925년에 목공용 재단 장비를 만드는 회사로 설립되었다가 후에 산업용 자동화 설비를 제작 판매하는 회사로 발전했다. 관련 산업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회사로 다양한 형태의 완제품 및 밸브, 모터 등을 생산한다. 한국에서도 많은 산업 기계에서 페스토의 부품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 페스토를 세계적으로 더 큰 명성을 누리게 하는 것이 부속 연구기관으로 설립한 바이오닉 러닝 네트워크(Bionic Learning Network, BLN)다. BLN은 자연 속의 다양한 동물, 곤충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그들의 움직임을 그들의 최신 로봇 기술과 접목하여 혁신적인 퀄리티로 재탄생 시켜왔다.
페스토 생산품
페스토 바이오닉 러닝 네트워크(Festo Bionic Learning Network)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디자인은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를 하나의 브랜드로 보는 현상을 만들어냈다. 고객의 눈은 점점 높아져서 기술과 디자인 어느 하나만을 고집하여 승부하면 쉽게 선택받지 못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그리고 현재까지 전 세계인이 가장 선호하는 독일의 기술력은 그들의 디자인을 만나 날개를 달게 된 셈이다. 기초공사가 부실한 건물은 아무리 예쁘게 짓더라도 세월에 무너져버리듯, 기술력 없이 좋은 디자인으로만 포장된 제품은 롱런할 수 없다. 이쯤 되면 소비자들의 오랜 사랑을 받기 위한 열쇠, 그리고 좋은 디자인을 펼칠 수 있는 근간이 되는 것은 기술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랜 시간 동안 독일 제품의 디자인이 사랑받을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된 것은 그들이 가진 세계 최고의 기술력, 그리고 그 수준을 지속시키기 위해서 선행되어 온 투자다. 세계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가진 독일 기업들의 기술력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동안 이들 뒤에 보이지 않은 조력자들, 숨은 노력이 많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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