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제품 디자이너 나오토 후카사와가 가구 메이커 마루니 목공(Maruni 木工)을 위해 디자인한 의자 히로시마(Hiroshima)가 패션 브랜드 미나 페르호넨(Mina Perhonen)의 패브릭을 입었다.
마루니 목공은 나오토 후카사와를 비롯해 제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 세지마 카즈요(Sejima Kazuyo)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및 건축가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일본의 높은 기술력과 현대 디자인의 융합을 테마로 다양한 가구 제품을 발표해 온 마루니 목공은 불균일한 자연소재 그대로의 모습과 시간 경과에 따른 제품의 표정 변화를 테마로 대표적인 가구 중 하나인 히로시마(Hiroshima)를 새롭게 제작해 한정기간동안 전시 판매했다.
Maruni Collection Hiroshima with Mina Perhonen, Beech
Maruni Collection Hiroshima with Mina Perhonen, Oak
Maruni Collection Hiroshima with Mina Perhonen, Walnut
목재는 그 나무의 종류는 물론 자라난 환경, 기후, 절단 방법 등에 따라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람들의 얼굴에 점이나 보조개가 있듯이 목재에는 옹이나 쪼개짐, 나뭇결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가구제작 과정에서 옹이나 쪼개짐 등은 불합격 판정을 받고 버려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세탄 미츠코시 디자인 위크(Isetan Mitsukoshi Design Week)를 통해 전시된 새로운 얼굴의 히로시마(Hiroshima)는 옹이나 얼룩 등을 오히려 목재가 가진 매력으로 보고 그대로 살려 제작하였다.
좌면 또한 지금까지의 히로시마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미나 페르호넨(Mina Perhonen)이 진행한 좌면 패브릭은 가구를 사용하면 할수록 마찰로 인해 실 안에 숨어있던 컬러가 나타나도록 디자인 되었다. 시간과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변화해 가는 가구의 표정을 통해 사용자는 점차 나만의 가구가 되어가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패브릭의 다양함은 이세탄 오리지널 버전 외에도 의상 제작에서 버려진 짜투리 천을 이용한 패치워크 버전이 마련된다. 미나 페르호넨의 2003년부터 2014년까지의 AW 콜렉션 아이템 중에서 9종류의 텍스타일을 엄선해 하나하나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의자 좌면이 완성되었다.
나뭇결이 깨끗하고 매끄러운 목재로 제작된 가구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존재다. 하지만 그 반대로 옹이나 짜투리 천 등을 이어 붙여 만든 가구에서는 매끄럽게 마감된 가구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매력이 생겨난다. 지금까지 버려져 왔던 목재나 짜투리 천을 낭비하는 일 없이 가구를 제작하는 과정에는 자연스럽게 자연을 향한, 사물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담겨질 것이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의자. 나만의 나뭇결. 그 안에 사용자의 애착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히로시마라는 이름의 의자를 손으로 만져본 순간, 그것을 제작한 장인의 가구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미묘한 커브의 변화와 부드럽고 매끄러운 감촉에는 만든 이의 마음은 물론 가구제작에 대한 자세가 담겨져 있었다. 목재의 옹이 또한 가구 제작에 필요한 공정을 통해 나타나는 사랑스러운 부분이다. 나뭇결이 그 나무가 자라나면서 경험해 온 풍경이라고 한다면, 옹이는 그 나무가 가진 생명의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 미나 페르호넨의 짜투리 천 또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쌓여 온 기억이다. 저마다 조금씩 다른 표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자연 속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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