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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슈미트 해머 라센 아키텍츠(Schmidt Hammer Lassen Architects)

chocohuh 2013. 10. 1. 08:35

북유럽의 전형적인 리노베이션 디자인 사례를 소개한다. 그리 대단한 역사가 아니더라도 그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간을 그대로 드러내어 그 건물이 그동안 겪었던 인생사를 고스란히 노출시키며 동시에 현재 당면과제인 지역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재해석하는 사례이다. 전문용어로는 리노베이션의 4가지 종류인 리노베이션(Renovation 혁신), 리모델링(Remodeling 고침), 리허빌리테이션(Rehabilitation 재활), 리빌딩(Rebuilding 재건) 중 역사적 가치를 존중하고 건물 구조와 외관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는 리허빌리테이션에 해당되는 사례이다.

 

 

특히 요즘에는 덴마크를 비롯한 스웨덴, 핀란드 등 산업화 시대에 세워졌던 도심의 공장지대가 점차 그 역할을 도심외곽으로 이동함에 따라 비워지는 건물들에 대한 활용과 침체된 과거 지역 활성화를 위한 고민이 건축가들과 행정가들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업공단이었던 구로공단이 이제는 IT와 애니메이션 분야의 거점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는 사례나, 옛 철공소 거리였던 서울의 문래동 지역이 이제는 예술공단 문래동으로 거듭난 사례와 그 동기는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풀어나가는 접근법에 있어서는 좀 달라 보인다.

 

 

덴마크 실케보르(Silkeborg)에 위치한 퍼포먼스 하우스(Performers House 연주자의 집)는 덴마크 대표 건축 사무소인 슈미트 해머 라센 아키텍츠가 디자인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실케보르의 도심에 위치한 과거 산업화 시대의 공장지대의 옛 제지공장이었던 건물을 지역 문화교류활성화를 위해 덴마크 민족 고등학교 및 지역문화 센터로 탈바꿈화한 사례이다. 이 고등학교는 잠재력 있는 젊은 덴마크 예술가를 양성하기 위한 곳으로 퍼포먼스 아트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휴게 공간, 식당, 기숙사, 공연장, 문화 공간 등 여러 가지 공연 관련 학습과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 활동 지원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디자이너는 건물의 외관을 부순다거나 내부 구조에 손을 대기보다는 새로운 의미를 기존 공간에 부여하고 그 의미에 따라 내부와 외부 경계간의 관계와 공간 개개의 요소들 사이의 경계를 재정비하였다. 즉 물리적인 변화를 주기보다는 의미론적인 내적변화를 통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었다.

 

건축적 외형은 무척 심플하며 순수한 물성을 그대로 지닌 재료 그 자체로 건물은 특징지어진다. 또한 환기장치와 케이블과 같은 구조들도 그대로 외벽에 노출되어 하나의 인스톨레이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층간의 수직적 시선과 수평적 시야를 강조한 실내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매우 기능적이며 불필요한 요소와 장식적인 요소들을 배제하였다.

 

이 건물 1층의 파사드는 다목적 기능을 하고 있다. 메인 무대의 셔터는 펼쳤다 접을 수가 있으며, 한쪽방향으로 모두 밀어젖혀 내, 외부가 소통하는 하나의 큰 공간으로도 활용하는 등 실내 공간사용에 가변성을 더하였다. 또한 시내 쪽으로 난 커다란 유리글라스 창문을 통해 지나가는 행인들이 창문너머로 건물내부에서 진행되는 학생들의 공연연습이나 실제 공연 등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Silkeborg Municipality Architectural Prize를 수상하였다.

 

 

로비 공간

 

 

학생식당 모습

 

 

학생 기숙사 모습

 

유럽의 어느 학생기숙사에서처럼 저렴한 IKEA 조명등이 창가에 보이고 공간 한가운데 10유로짜리 블랙테이블 두 개도 눈에 띈다. 즉 그리 비싼 돈을 들여 학생들이 방을 꾸민 것은 아닌 듯 하나 방을 사용하는 학생들의 세련된 색채감각과 모던하고 정제된 디자인의 선호도를 알 수 있다.

 

이 기숙사 방은 디자인잡지에 나올 만큼의 높은 디자인 수준을 보여준다기 보다는 평범한 덴마크 일반학생들의 방을 꾸미는 수준이 어느 정도 높은 수준에 머무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꼭 고가의 명품 가구로 공간을 꾸며서가 아닌 Good Design for Everyone이라는 북유럽 디자인의 모토를 일상생활 속에 배어있는 덴마크인들의 디자인 감각과 수준, 그리고 인테리어에 대한 일반인들의 높은 관심도를 추측해볼 수 있다.

 

사실 북유럽의 디자인 잡지를 살펴보면 학생기숙사나 학교 건물, 공공건물 프로젝트가 많이 등장한다. 작년에 방문했던 버즈 알 아랍 호텔, 팜 아일랜드 등 여러 최고수준이라는 건물들 사이에서 빼꼼히 쓰러지기 직전의 낙후된 경찰서나 관공서, 병원 건물들이 들어서 있던 두바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이 곳 덴마크에서는 느낄 수 있다.

 

그만큼 공공 공간디자인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과 이러한 공간사용을 일상화하게 되는 북유럽인들의 디자인 수준이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건물내부

 

 

옛 제지공장이었던 건물 뒷부분을 그대로 살려두었다.

 

 

 

야간의 건물모습

 

http://www.shl.dk

http://www.designdb.com/d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