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특별한 핀란드 레스토랑이 문을 열어 주목받고 있다.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이 열리는 기간에 맞추어, 2주간 문을 여는 이 기간제 레스토랑 헬 예스는 요리사, 아트 디렉터, 일러스트레이터로 구성된 3명의 기획자와 인테리어, 제품, 의상, 영상 분야의 4명의 디자이너가 함께 모여 만든 특별한 레스토랑이다.
Antto Melasniemi, Mia Wallenius, Klaus Haapaniemi
Linda Bergroth, Harri Koskinen, Heikki Salonen, Maria Duncker
헬 예스 레스토랑 프로젝트는 때묻지 않은 야생의 숲으로 대변되는 핀란드의 자연을 주제로 하여 핀란드의 정서, 음식, 문화와 디자인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메뉴와 인테리어, 소품 등이 세세히 기획되었다.
레스토랑이 들어선 건물 내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린다 베르그로스(Linda Bergroth가 맡았다. 그녀는 발트해 위를 떠다닌다고 전해지는 레스토랑에 관한 전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사이 발트해를 떠다니는 초라한 텐트에 불과한 이 레스토랑은 그 모호한 행적으로 지도 위에 그 정확한 위치 표기가 어려워 후손에게 미스테리로 남아있다고 전해진다. 헬 예스 프로젝트는 이 미지의 레스토랑처럼 비단 짧은 기간 존재하지만 북구의 숲속을 지나가는 여행객에게 쉴 공간과 음악, 이야기를 나눌 동료를 제공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디자인되었다. 헬싱키 근교 숲에서 채취한 나뭇가지들을 이용하여 식탁 위에 구조물을 만들어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 식탁 둘레에 놓인 의자는 핀란드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의 의자 403 시리즈가 놓여 있다. 그리고 단체 손님을 위한 기다란 테이블과 벤치는 저명한 핀란드 목수 카리 버타넨(Kari Virtanen)의 회사 니카리(Nikari)의 제품으로 꾸며졌다.
또 이 레스토랑 구석에는 편안하게 앉아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곳의 텍스타일은 이 프로젝트의 디렉터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클라우스 하파니에미(Klaus Haapaniemi)가 작업했다. 그는 얼마전 핀란드 유리 도자 제품 브랜드인 이딸라(Littala)와의 협업을 통해 명성을 얻기 시작한 일러스트레이터로 다채로운 색상으로 자연을 환상적으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Open Tents Created with Cashmere Shawls from the Klaus Haapaniemi Textile Collection
사실 이 레스토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사람은 이 프로젝트의 기획자도, 디자이너도 아닌 평범한 핀란드 시민들이다. 이딸라는 1881년에 건립된 핀란드를 대표하는 유리 도자 제품회사로 이 레스토랑 프로젝트의 후원을 맡았다. 이 헬 예스 레스토랑 프로젝트에 앞서 2010년 초반에 이딸라는 플레이트 스와프(Plate Swap)라는 이벤트를 핀란드 일반인들을 상대로 가졌다. 이는 회사가 사람들이 소장하고 있는 저마다의 추억이 서린 오래된 이딸라나 아라비아(Arabia) 접시를 기부받고 대신 멋진 식사를 대접하는 일종의 자선행사였다. 이 이벤트에서 사람들은 할머니,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골동품 접시와 함께 아름다운 이야기 또한 기꺼이 타인과 공유하기를 원했다. 헬 예스 레스토랑은 이 플레이트 스와프 이벤트의 연장선상에 있다. 레스토랑의 테이블은 컵, 잔 종류를 제외하고 모두 이 행사로부터 기부 받은, 평범한 이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릇들로 차려진다.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은 인상적인 음식과 더불어 낯선 이의 따뜻한 추억까지 덤으로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음식은 한나라의 기후, 풍토, 역사, 생활, 문화 등을 함축하고 있다. 3명의 기획자 중 하나이자 실력있는 핀란드 주방장인 안토 멜라스니에미(Antto Melasniemi)의 진두지휘 아래에서 매우 직설적이고 솔직한 핀란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전통적인 핀란드 요리의 주재료인 생선과 산짐승 요리 등을 가정식에 주로 등장하는 야채, 과일과 함께 옛 방식으로 조리한 토속적인 음식을 감상할 수 있다. 주방은 개방형으로 조리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지켜볼 수 있을 뿐 더러, 조리대 아래에는 음식의 재료가 되는 각종 야채들이 나무 바구니에 담겨 진열되어 있어, 조금은 투박하지만 꾸미지 않은 모습에서 주방장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이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메뉴와 레시피는 웹사이트에서 제공한다.
Roasted Beetroot with Sour Cream and Dill, Karelian Hot Pot
Wild Mushroom Hash, Poached Egg and Foraged Herbs, Whitefish Tartare
Finnish Archipelage Bread, Whipped Lingonberry Manna
Arctic Hare, Partridge
Rhubard, Hare illustration
더불어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의 옷은 의상 디자이너 헤이키 살로넨(Heikki Salonen)이 맡았다. 2010년 국내외에서 촉망받는 신예 디자이너로서 그는 핀란드의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을 향한 두려움과 경외심을 주제로 작업에 임했다.
공간의 벽면을 따라서 영상 디자이너 마리아 덩커(Maria Duncker)의 작업이 흐르고, 이 레스토랑에서 들을 수 있는 모든 음악들은 웹사이트에서 감상 가능하다.
이곳의 인기는 이미 꽉 차버린 예약으로도 쉽게 실감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모든 저녁 식사와 일요일 브런치 테이블은 모두 예약이 마감된 상태이다. 하지만 단순 관광 목적 방문이나 커피, 술 등 음료를 위한 자리는 항시 열려있다. 예약은 인터넷으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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