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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던 앤 라비(Dunne & Raby)의 비평적 디자인

chocohuh 2013. 7. 25. 09:24

영국왕립예술학교 디자인 인터랙션과 학장 안토니 던(Anthony Dunne)과 피오나 라비(Fiona Raby)1994년부터 던 앤 라비(Dunne & Raby)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비평적 디자인(Critical Design)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한 이들은, 현재도 그러한 작업을 추구하고 있다.

 

 

피오나 라비, 안토니 던

 

파리의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에서 열린 디 데이 모던 데이 디자인(D Day Modern Day Design)의 에비던스 돌스(Evidence Dolls)가 그것이다.

 

 

에비던스 돌스 인형은 미혼 여성을 위한 것으로 애인들의 DNA 샘플을 소유할 수 있게 해주며 이를 통해 데이트 게임에서 유리한 지위에 오를 수 있게 도와주는 가상의 제품이다.

 

던 앤 라비는 2000년에 헤르츠 이야기: 탈 물질 시대의 비평적 디자인이라는 책이 번역되면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그 후 게리 허스트윗(Gary Hustwit) 감독의 다큐멘터리인 오브젝티파이드(Objectified)에 출연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영국을 바탕으로 세계 디자인 시장에서는 높은 지위를 확보하였음에도 한국에서는 이들에 대한 자료를 찾기 어렵고,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이곳에 던 앤 라비와 비평적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기로 하겠다.

 

비평적 디자인은 추측에 따른 디자인 제안들을 이용해 일상생활의 제품들에 가정과 예상의 목적들을 투여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 행위들은 태도나 방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방법론이라고 하기 보다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많은 사람이 이 태도를 보이며 작업하고 있다. 그중에는 비평적 디자인에 대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작가들도 있다. 비평적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성립한 데에는 이러한 행위들을 수면으로 끌어 올리며, 논의나 토론을 이끌어냄에 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는 긍정적인 디자인들과 반대되는 태도며, 디자인 개념의 현상유지에 대한 도전이다.

 

 

 

테크놀로지컬 드림 시리즈(Technological Dreams Series): 넘버 1, 로봇(No.1, Robots)

 

 

로봇 1: (Robot 1: Ring)

 

로봇 1은 독립적이다. 자신의 삶을 살며 자신의 일을 한다. 이 로봇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함에 문제가 없으면, 우리는 사실 이 녀석을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아마도 집을 관리하는 컴퓨터 정도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이상한 성질이 있다. 바로 전자파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번 TV와 라디오가 켜질 때 또는 휴대폰에 전화가 오면, 이 녀석은 자동으로 방의 가장 조용한 지점으로 이동한다. 이 로봇은 원형의 링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 주인은 그들에게 안전한 보금자리처럼 느껴질 수 있는 의자를 방 중앙에 비치함으로써 로봇이 숨어 버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미래에는 많은 전자제품과 로봇이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제작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능력에 따라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

 

 

로봇 2: 뉴에로틱 원(Robot 2: Neurotic one)

 

로봇 2는 아주 신경이 예민해서, 누군가 방에 들어오면 자신의 많은 눈으로 불청객을 바라보며 분석하기 시작한다. 만약 사람이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 불안해하고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아마도 집을 경비하는 데 최적의 로봇일 것이다. 우리는 점점 더 디지털 데이터 저장매체에 삶을 의존한다. 심지어 우리는 가장 개인적인 비밀의 보관까지도 이 방법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원할 때 이들에게 접촉하는 것이 보장되어 있는가?

 

 

로봇 3: 센티넬(Robot 3: Sentinel)

 

로봇 3은 보초병이다. 이것은 망막스캔 기술을 이용해 누군가가 데이터에 접근하는지 판별한다. 영화에서 여주인공은 언제나 이 로봇에 힐끔거림으로써 접촉을 시도하는데, 이 로봇은 아주 까다로워서 언제나 눈을 오랫동안 맞추길 원한다.

 

 

로봇 4: 니디 원(Robot 4: Needy one)

 

로봇 4는 아주 영리하지만, 완성되지 않은 몸체에 갇혀 주인의 노동에 이동성을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제작자는 이 로봇에게 사람의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줬다. 하지만 이들은 곧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 냈는데, 지금도 그들의 언어에서 인간의 언어가 기원이 됐다는 증거를 찾아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중에 우리는 우리의 음식을 부패시키는 미생물 원료 세포에 깊은 관심을 두게 됐다. 미래에는 로봇도 소화기관을 가질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들을 재충전하는 것이 아니라 만약 먹이를 줘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그들과 소통해야 하는가?

 

 

테디 베어 블루드백 라디오(Teddy Bear Bloodbag Radio)

 

 

블루드, 미트 에너지 퓨처(Blood, Meat Energy Future)

 

사실 비평적 디자인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1970년대 널리 유행했던 이탈리아의 급진적 디자인(Italian Radical Design)은 사회적인 가치와 디자인 이론들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비평적 디자인은 이 자세를 바탕으로 현대사회에 맞게 각색된 것이다. 1990년대에는 개념적 디자인(Conceptual Design)이라는 운동이 있었는데, 이는 상업주의를 지양하고 마치 지금의 비평적 디자인처럼 존재했다. 하지만 개념적 디자인은 가구와 제품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유행했으며 보수적인 대량생산 체계 속에서 존재했다.

 

비평적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안토니 던의 책인 헤르츠 이야기(Hertzian Tales, 1999)와 디자인 누아르(Design Noir, 2001)에 처음으로 사용됐으며, 그 후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다. 비평적 디자인의 가장 큰 목적은 현대 디자인에 화두를 던지는 것에 있다. 그 외에도 의식을 높이고, 추정된 것들을 드러내고, 행동을 자극하고, 논쟁을 시작하게 하는 목적도 있다. 마치 문학과 영화와도 같은 지적인 유희라고도 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20세기 초와는 많이 달라졌음에도 디자인은 태동기인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평적 디자인은 21세기에 나타난 복잡한 기술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의 영향을 받은 디자인 변종 중 하나다. 비평적 디자인은 관객으로부터 딜레마를 경험하게 한다. 이 작업 또는 행위가 심각한 것인가? 이것은 진실인가? 허구인가? 비평적 디자인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관객에게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를 심어줘야 한다.

 

http://www.designdb.com/d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