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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파씨토르니 스칸딕 호텔(Passitorni Scandic Hotel)의 시간 건축

chocohuh 2013. 5. 20. 14:59

헬싱키 시내에는 새 호텔의 개장을 알리는 광고가 붙었다. 재미있는 점은 이것이 "새" 호텔임에는 분명하지만 이 호텔이 자리잡은 건물은 100여년 시간의 흐름을 견뎌온 오래된 건물이라는 점이다. 지난 2008년 9월부터 약 4개월간의 기획 기간을 거친 뒤, 2010년 2월부터 지난여름까지 약 2년여의 공사를 통해 이 오랜된 건물은 8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컨퍼런스 홀과 고급 레스토랑을 갖춘 Scandic 호텔로 거듭났다.

 

 

Passitorni의 전경

 

 

Siltasaari의 모습

 

이 건물은 알바 알토(Alvar Aalto)의 핀란디아 홀과 오페라 하우스, 중앙역 등이 둘러싸고 있는 Töölö 만을 바라볼 수 있는 Siltasaari에 자리잡고 있다. 이 건물의 원래 이름은 Passitorni로, 일명 Helsinki Workers House, 즉 헬싱키의 노동자들을 위해 지어진 건물이다. 현재에도 이 Passitorni는 Helsinki Workers Association(HTY 헬싱키 노동자 협회) 소속의 건물로 핀란드의 노동 운동 역사와 깊은 연관이 있다. Passitorni는 1908년 건축가 Karl Lindahl이 지은 건물로 헬싱키에 거주하는 노동자들에게 교육과 문화 활동, 오락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이다. Passitorni는 1900년대 초반 핀란드의 아르누보 스타일을 그대로 간직한 높은 탑이 인상적인데, 건물의 외관은 증축 시 현장에서 체굴한 돌을 그대로 이용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이 당시 완성된 부분은 건물의 탑과 중앙 계단, 모임이 열리던 홀이며, 건물 내부는 다양한 직업과 기술을 묘사하는 이미지와 아르누보의 영향으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문양들로 장식되어 있다.

 

 

1908년도 Passitorni 모습

 

 

1908년~1909년 당시의 주 연회장 모습

 

1918년 핀란드 내전 당시 이 건물은 독일군에 의해 심하게 파손되어 상당부분 재건축되어야 했는데 1919년에 같은 건축가 Karl Lindahl이 맡아 진행하였다. 그는 역시 1925년에 건물의 확장 공사를 진행했는데 2층의 식당과 로비를 만들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1908년 Passitorni가 처음 지어질 무렵 핀란드에서 유행하던 아르누보에서 벗어나 1910년에서 1930년 사이에 북유럽에서 유행하던 Nordic Calssicism(북 고전주의)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였다는 점이다. 이리하여 17년을 사이에 두고 지어진 같은 건물의 두 부분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1990년대 중반에 Passitorni가 가진 역사적, 사회적 가치를 인정한 정부는 보수 공사를 기획하였는데 이미 건물은 국내외 각종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회의실로 쓰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건물은 시간의 흐름에 상당 부분 훼손되어 있는 상태였고, 그 보수 공사는 건물의 기존 모습을 되찾은 점에 중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Passitorni는 건물이 가진 역사적 사회적 가치에 걸맞는 경험을 제공, 컨퍼런스 회의장으로서의 전문성을 더욱 고취시키기 위해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숙소 문제도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2003년에 Passitorni 건물 옆, 1955년에 지어진 사무실 건물의 확장 보수 공사를 통해 이를 Passitorni의 호텔로 탈바꿈 시키기로 결정하였다.

 

이어 2008년, 더욱 활발해진 헬싱키 도시 계획의 일환으로 K2S 건축회사가 프로젝트 디자이너로 선정되어 기존 호텔의 확장 공사를 맡게 되었다. 이 공사는 2012년 마무리 되었고 Scandic Passi 호텔로 거듭났는데, 이로써 Passitorni는 1908년, 1925년, 1955년, 2012년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K2S 건축회사의 확장 공사는 1900년대 지어진 기존의 건물들과 유연한 조화를 이루는데에 그 중점을 두었다. 기존의 건물들과 비슷한 색상인 상아색 벽돌로 지어졌는데 이 벽돌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 빛과 어우러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벽돌은 경량이면서도 높은 강도를 자랑하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히 제작되었다고 한다. 호텔의 안마당은 이 벽돌을 비롯하여 서로 다른 시기에 지어진 모든 건물들을 한 눈에 감상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이기도 하다.

 

 

Passitorni의 안마당.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새 호텔이다.

 

 

1920년, 1950년, 2012년도의 건물이 한꺼번에 보인다.

 

 

안마당 바닥에 뚫린 창. 아래는 새롭게 조성된 회의, 연회실이다.

 

이번 공사를 통해 Passitorni Scandic 호텔의 방은 총 170개가 되었다. 이 170개의 호텔방은 1925년, 1955년, 2012년도에 지어진 건물에 걸쳐있어, 투숙객들은 각기 다른 시대의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1925년의 방은 넓고 고풍스러우며 1950년의 방을 간결하고 2012년의 방은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호텔 로비

 

 

새롭게 만들어진 컨퍼런스 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된 연회장

 

Passitorni는 몇 차례의 확장 공사를 거쳐 회의실, 레스토랑과 숙소를 완성함으로써 회의장으로서의 전문성을 갖추게 되었다. 게다가 Passitorni가 가진 노동 운동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 그리고 기존 건물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보존, 보수 공사의 성과, 또한 각기 다른 시대의 스타일을 한 건물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치를 인정받았다. 이에 2010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의 후보로 선정, 23개국의 총 58장소 가운데에서 그 빛을 발했다. 이 건물의 보수공사는 Helsinki City Museum(헬싱키 시립 박물관 협회)과 National Noard of Antiquities(핀란드 국립 문화재 위원회)가 공동으로 진행하였다.

 

http://www.paasitorni.fi/en

http://www.scandichotels.com

http://www.k2s.fi

http://www.designdb.com/d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