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시내에서 트램 6번을 타고 가다보면 그 끝자락에서 아리비아 지구를 만나게 된다. 이 아라비아 지구에는 과거 아라비아 도자기 공장이 들어서 현재까지 일부분이 운영되고 있으며 옛 공장 건물 일부에는 헬싱키 미술대학이 새 보금자리를 잡아 현재 아라비아 지구의 상징물처럼 여겨지고 있다. 시내 중심부에서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매우 정적이고 가정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음과 동시에 헬싱키 미술대학과 메트로폴리아 대학, 헬싱키 대학교 캠퍼스 또한 근처에 위치하여 활기와 젊음, 기술과 혁신을 반영하기도 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아라비아는 지난 10여년 동안 "예술, 디자인 지구"로서 본격적인 환경 조성에 들어갔다. 아라비아 지구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역사적 가치에 예술적 가능성을 더해 지역 발전 과정에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이 지역에는 사실 몇 해 전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되어 많은 수의 새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었고 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이 지역에 건물을 지을 경우 건축 프로젝트 총비용의 1~2%를 의무적으로 예술 작품에 지원하도록 법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을 걷다보면 건물 벽면이나 공터에 설치된 다양한 예술 작품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디자인 수도 헬싱키의 해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는데, 얼마전 이 아리비아 지구에 핀란드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그은 디자이너 타피오 비르깔라(Tapio Wirkkala)의 이름을 딴 공원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공원은 흔히 상상하는 풀숲이 우거진 생태 공원이 아니라 미술 작품을 가까이서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된 야외 전시 공원으로, 세계 디자인 수도 헬싱키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이 지역에는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부부가 많은 편인데, 엄숙한 공기를 내뿜는 새하얀 벽이 부담스러운 갤러리가 아닌 탁 트인 실외에 마련되어 누구나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공원인 것이다.
이 공원이 주목을 받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따삐오 비르깔라라는 공원의 이름과 야외 전시장이라는 점, 그리고 이 공원의 디자이너가 미국의 무대 디자이너이자 예술가로 잘 알려진 로버트 윌슨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1941~)은 현존하는 최고의 무대 디자이너로 추앙받고 있음은 물론이고 예술가, 건축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무대를 기획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의 작업에 "빛"은 빠질 수 없는 공통 요소로 등장한다. 그는 이번 따삐오 비르깔라 공원을 기획함에 있어서도 역시 빛을 활용하였다.
따삐오 비르깔라 공원은 2003년도 아라비아 지구의 예술 기획 담당자인 Tuula Isohanni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으며 따삐오 비르깔라의 딸, Maaria Wirkkala의 제안으로 로버트 윌슨이 디자인을 맡게 되었다. 기획 시작단계부터 공사의 마무리까지 약 9년의 시간에 걸쳐 완성이 된 이 공원은 9칸으로 나뉜 커다란 네모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각각의 방은 낮은 덤불로 나뉘어져 있다. 각 방에는 돌, 나무 등으로 만든 문, 의자, 말, 화로 등을 연상시키는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데, 로버트 윌슨은 이를 스스로 "PermAnent Performance"라고 묘사했다고 한다.
이 공원이 단지 유명인 로버트 윌슨의 창조력을 과시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기획 단계에서의 현지 학생들과의 협력을 통해 알 수 있다. Finnsih Academy of Fine Arts의 학생 3명이 기획 단계에 참여, 이들의 작업 역시 이 공원에 설치되었고, 앞으로 이 공원의 의도와 맞는 작품들은 1년에 한번 씩 공모전을 통해 선발하여 전시의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럼으로써 이 공원은 유명 외국 작가의 작업에서 벗어나 현지의 사람들의 생활 속에 더욱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 하게 되는 것이다.
2012년 공원의 공사 현장
이 특별한 공원의 개장과 더불어 Aalto 대학 출판부는 "Wilson Meets Wirkkala"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이 책은 따삐오 비르깔라 공원의 탄생부터 로버트 윌슨의 첫 아라비아 지구 방문, 그의 스케치와 사진 등 공원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따삐오 비르깔라 공원의 개장과 책 출판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에서 로버트 윌슨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하고 관객 모두가 함께 공원을 방문, 체험하는 행사로 이어졌다.
따삐오 비르깔라 공원은 Aalto 대학과 헬싱키 시립 미술관 협회, 헬싱키 시(The Planning Department, Public Works Department, Economic and Planning Centre and Stara Service Provider)가 세계 디자인 수도 헬싱키의 해와 헬싱키 탄생 200주년을 길이기 위해 공동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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