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다국적 커피 전문 체인점, 스타벅스가 미국 워싱턴주 투퀼라시(City of Tukwila, WA)에 "Reclamation Drive-Thru"라는 이색적인 매장을 열었다. 4개의 대형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이 매장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환경친화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겠다는 스타벅스의 친환경 모토가 반영된 것이다.
Reclamation Drive-Thru는 독특하게도 전 세계 17.000개의 매장 중 유일하게 "Drive-thru"와 "Walk-up" 방식으로만 운영되는 매장이다. 자동차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커피를 주문하고 테이크아웃 하는 Drive-thru 방식을 차용하였으며, 다른 매장과 달리 내부에 좌석이 없는 대신, 건물 앞 테라스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 있다. 각 컨테이너는 3명의 바리스타가 일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면적으로 내부에서는 음료를 제조하고, 앞뒤로 난 창을 통해 주문과 판매가 이루어진다.
컨테이너의 평균 수명은 약 20년으로, 사용 후 폐기되는 컨테이너를 재사용했고(Reuse), 페인트칠을 하지 않고 사인물을 부착하여 불필요한 재료의 낭비를 막았으며(Reduce), 지붕 위에 모인 빗물은 파이프를 통하여 주변 녹지에 뿌려지게 설계되었다는 점(Recycle), 등으로 메트로 시애틀 건물 중, "Leed Green Building"의 기준을 통과한 첫 번째 건축물이 되었다.
"R"로 시작되는 친환경을 상징하는 단어들, "Regenerate. Reuse. Recycle. Renew. Reclaim. Readjust. Replace. Respect. Reabsorb. Recreate..." 이 가득 적혀있는 한쪽 벽면에서 스타벅스의 환경에 대한 의지 및 이를 통한 기업이미지 제고의 부수적 기대효과까지 엿 볼 수 있다. 또한, 감각적인 디자인과 세련된 패턴, 할로겐 조명을 사용하여 일몰 뒤에는 멋진 야경을 연출한다.
컨테이너를 소재로 한 친환경적인 건물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100% 재활용 타프 소재를 사용하여 가방을 만드는 Freitag의 상징적인 플래그십 스토어나,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인 퓨마의 '퓨마시티'와 같이 해체, 결합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컨테이너 건축의 특징을 살려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프로모션을 목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뉴욕의 Dekaln Market, 런던의 Boxpark Mall, 국내의 Kunsthalle처럼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커피 회사의 경우에도 스타벅스가 처음의 경우는 아니다. 이탈리아의 Illy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컨테이너를 카페로 사용하기도 하였으며, Ritual Coffee Roasters가 작년 여름 샌프란시스코에 컨테이너 커피바를 오픈하였다.
스타벅스 본사가 위치한 시애틀 항의 모습과 스타벅스 본사 건물
사실 한국에서 대표적인 트렌디한 브랜드 중 하나인 스타벅스는 본사가 그 이미지와는 다르게 시애틀의 항구가 있는 Industrial 지역에 있다. 시애틀 항구는 타코마항과 더불어 서북미의 대표적 관문으로 이곳을 통해 전세계의 물자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있다. 스타벅스 디자인 사무실에서 보이는 거대한 컨테이너 박스더미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디자이너와의 인터뷰 내용에서처럼, 컨테이너를 사용한 매장 제작은 자연스런 결과일지 모른다. 작년 12월에 오픈한 이 작은 매장은 운영상황을 모니터하기 쉽도록 본사에서 약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만들어졌다. 현재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프로토타입 이지만 “도심뿐만 아니라 교외나 교통량이 많은 고속도로 주변으로 이와 같은 컨테이너 매장을 더 운영할 계획이다.”라는 스타벅스의 대변인 Alan Hilowitz의 인터뷰에서 컨테이너 매장 추가 확장 의지를 볼 수 있다. 몇 년 후에는 도심 속 뿐만 아니라, 지방도로에서도 맥도널드만큼이나 흔히 발견 할 수 있는 매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겉으로 내세운 환경 친화적인 주제보다는 상업적으로 계산된 부분이 크지 않나하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컨테이너 매장의 가장 큰 장점인 설치와 해체가 쉬운 점을 이용, 저비용으로 매장의 상업적 손익을 파악할 수 있어 마케팅 도구로도 사용될 것이다.
스타벅스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2년 전 로고를 바꾸면서부터 본격화되었다. 우리나라의 인스턴트 커피와 같은 Via Ready Brew를 만들어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야간에는 주류를 판매하는 스타벅스 Bar를 오픈하였으며, 오리지널 갈색 로고를 사용하는 시그니쳐 매장들을 시애틀 도심 곳곳에 전진 배치하였다.
Starbucks Bar
컨테이너 매장 역시, '친환경' 기업 이미지 구축이라는 마케팅 목적의 일환으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여러 다국적 기업들의 예에서 보듯이, 그들의 이러한 시도는 독창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친환경 기업'이라는 정치적 수사에서 벗어나, 기업의 실제적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면 금번 컨테이너 매장 프로젝트는 성공한 디자인으로 지속가능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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