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이른 시간, 부엌에서 아침 식사 준비를 하면서 NHK 라디오를 듣는다. 상당히 기분이 상쾌하다. 특히 6시 전에 하는 프로그램은 구성지고 재미도 있다. 일본의 건전한 고령자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정말 잘 알 수 있더군요. 아직 동화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알겠어요.
다만 불평은 아닌데, 최근 NHK 아나운서의 일본어에 몇 가지 신경에 거슬리는 점이 있다. 옛날에는 NHK 아나운서의 일본어라고 하면 정확하고 아름다운 발음의 표본 같은 것이었는데, 요즈음은 내가 나이를 먹은 탓인지도 모르겠으나 마디마디에 다소 걸리는 부분이 있다.
우선 첫째로, 라행(라리루레로)의 발음이 영어의 R에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 즉 혀를 미는 발음으로 들린다. 예를 들면 육백(롯퍄쿠)이란 발음이 극단적으로 표기하면 '우롯퍄쿠'란 식으로 들린다. 도무지 귀에 거슬려 견딜 수가 없다. 처음에는 '설마, 그런 일이……' 하고 생각했는데, 틀림없다. 그것도 한두 사람이 아니다. 남녀 구별 없이 복수의 아나운서가 비슷한 경향의 발음을 한다. 그렇다면 혹시 NHK의 사내 방침일까. 아니면 일본어 발음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바뀐 것인가.
나는 근 몇 년 동안 일본에 있지 않았고, NHK 라디오도 오래도록 제대로 들은 적도 없으니, 언제부터 그런 변화의 조짐이 보였는지 자세한 것은 잘 모른다. 어찌되었든 일본어에는 애당초 혀를 말아 발음하는 라행 발음은 없었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는데, 일본어의 라행 발음은 특히 미국 사람들한테는 아주 발음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젊은 시절 장기간 일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사람 같은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예를 들면 고등학교 시절 교환 유학생으로 왔다든가) 정확하게 발음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아무리 유창하게 일본어를 하는 사람도, 이 라행만은 서투르고 아무리 노력해도 혀를 말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사람이 R과 L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과 반대로 말이다. 그런데 일본 사람이 일부러 혀를 말아가며 발음을 하니, 이상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 NHK 아나운서의 혀를 마는 라행 발음이 누구 목소리를 닮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팔짱을 끼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더니, 아니나다를까 짝(하고 손뼉을 친다), 그 서전 올 스타스의 구와다가 R&B 풍으로 조작한 라행 발음을 닮았다. 만약 그렇다면 이거 굉장한 일이다. SF '보디 스내처'처럼 저 NHK에도 '구와다어'가 스멀스멀 침투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좀 더 투정을 부리자면 NHK에는 '-입니다(데스)'의 어미를 '데스으으' 하고 마찰음 적으로 늘어뜨리는 경향이 있는 사람도 가끔 있다. 그 발음도 한 번 신경을 썼다 하면 귀에 거슬린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감사합니다(아리가토 고자이마스으으)' 하고 잡아끄는 경향이 있는데, 그와 비슷하다. 나는 이것을 내 멋대로 '편의점어' 라고 부르고 있다. 으음. NHK는 '구와다어'뿐만 아니라 '편의점어'한테도 침식당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편의점의 계산대 같은 곳에서 거스름돈이 없도록 돈을 지불했는데도 '○○엔 맡았습니다'라고 하는 점에 대하여 얼마 전 이 칼럼에서 불평을 늘어놓았더니, 반응이 상당이 컸다. '옳은 말이다!'라고 찬성하는 의견을 보내주신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반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그런 말투를 사용하라'고 매뉴얼에서 가르치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흐음, 그런 사연이 있었나. 젊은 사람들의 언어가 혼란스러워진 것이 아니라, 실은 위에서 명령하는 아저씨들의 일본어가 혼란스러워진 것이다. 이거야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런 망국적인 매뉴얼은 한시라도 빨리 철폐해 주었으면 좋겠다.
계산대에서 '1만 엔부터 맡겠습니다'라고 하는 말도 귀에 거슬리고 문법적으로도 엉터리고 불쾌하니까 좀 그만두어 주었으면 하는 투서도 몇 통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적지 않다. 과연 귀에 거슬린다.
또 예를 들면 음식점에 들어가서 쇠고기 감자찜을 주문했는데, 웨이트리스가 쇠고기 감자찜을 들고 와서 '쇠고기 감자찜이 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지양하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 '그래 너 쇠고기 감자찜이 되겠다구, 어디 한번 해봐' 하고 쏘아주고 싶어진단다. 그 기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정말 웨이트리스가 그대로 쇠고기 감자찜이 된다면, 이거야 그야말로 카프카의 세계 아니겠는가. 정경적으로는 상당히 재미있을 듯 한데, 그러나 그것을 '잘 먹겠습니다' 하고 먹을 수 있느냐 하면, 기분학 상 먹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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