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나의 서재를 스파게티 공장이라 부른다.
'그들'이란 양사나이와 아리따운 쌍둥이 소녀를 일컫는다.
스파게티 공장이란 말에 대단한 의미는 없다. 끓인 물의 온도를 조절하거나, 소금을 뿌리거나, 타이머를 작동시키거나, 그런 정도이다.
내가 원고를 쓰고 있노라니, 양사나이가 두 귀를 쫑긋쫑긋 거리며 다가온다.
"있잖아, 우린 아무래도 그 문장이 마음에 안 들어."
"그런가?" 하고 나는 말한다.
"어쩐지 주제넘은 것 같고, 유익한 게 없잖아."
"흐음." 하고 나는 말한다. 정말이지 난 고생하며 쓴 문장이다.
"소금을 좀 많이 뿌린 게지." 하고 쌍둥이 중 208쪽이 말한다.
"새로 만들기." 하고 209가 말한다.
"우리도 거들께." 라고 양사나이가 말한다.
"아니 됐어."
양사나이가 도와주면 무엇이든 대충대충 뒤죽박죽이 되고 마는 것이다.
"넌 맥주를 가져오고." 하고 나는 208에게 말한다.
"넌 연필을 세 자루 깎아 둬."
209가 과일칼로 깔짝깔짝 연필을 깎고 있을 동안 나는 맥주를 마신다. 양사나이는 말린 누에콩을 우물거리고 있다.
끝이 뽀족한 연필이 세 자루 가지런히 놓이자 나는 짝하고 손뼉을 쳐 그들 세 사람 모두를 서재에서 내쫓는다. 일, 일.
내가 원고를 쓰고 있는 사이 그들은 정원에서 손을 맞잡고 노래를 부른다. 이런 노래다.
우리의 고향은 아르 덴테
너무 이르지도 않고, 너무 늦지도 않은
그 이름도 듀럼 세몰리나
찬란한 황금빛 밀
봄의 빛살이 그들 머리 위로 내리 쏟아지고 있다. 뭐랄까, 멋진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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