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제 선을 본 상대는 엘리트였다. 물론 최종 학력은 '동경대학 졸업'이었다. 본인은 '변변치 않은 학교를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끝에 은행나무 잎사귀 뱃지를 가지고 만지작거리고 있어서 알게 되었다.
우리들 두 사람은 공원 벤치에 앉아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다.
날씨가 조금 추워서 어깨를 움츠리자 그는 자신의 코트를 벗어서 나에게 걸쳐줬다. 옷 속에는 '바바리'마크가 선명히 찍혀져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신일본 제철의 간부였다. 이 사실을 내 직감으로 알아냈다. '무척 머리가 좋군요.'라며 그는 웃었다. 그도 감각이 뛰어난 편이었다. 어떻게 내가 미용사인지를 잘 알아맞혔던 것이다.
그는 엘리트라고 내세우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동백나무 집에서
"저어, 데이트 한번 해보지 않겠어요?"
싹싹한 말투로 먼저 말을 건넨 건 그였다.
차는 벤츠였다. 열쇠고리에 벤츠 마크가 찍혀 있었다.
"벤츠군요"
그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나와 그는 셰익스피어 팬으로 그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했다. 올리비아 핫세를 옛날에는 좋아했었다고 그는 말했다.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면-."
말하며 내 몸을 원했다. 엘리트는 우아하다고 생각되었다.
자신이 감추려고 감추려고 애쓴 등뒤에는 커다랗게 '엘리트'라는 글자가 문신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