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정면에 '커-피-'라는 거대한 간판이 걸려 있었다. 이런 간판이 없었다면 시빗거리도 없었을 것이다. 하얀 바탕 위에 그저 검은 글씨로 '커-피-'라는 글씨뿐이었다. 게다가 글씨는 하늘 위로 치우쳐 있었다. 그래서 간판은 마치 하늘을 향해 싸우려는 도전장처럼 보였다.
왜 이런 간판을 붙였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지나가는 행인이 쳐다보기에 간판의 위치가 너무 높아서 그런지 모른다. 그래서 글자만은 크게 써놨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 간판을 발견하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가끔 어쩌다 아무 의미도 없이 차창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곤 했었을 때였다.
우리들은 먼 거리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이라 무척 피곤에 지쳐 있었다. 운전대 핸들을 잡은 친구는 이십 초마다 하품을 했다. 그의 여자친구는 그의 옆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재떨이는 가득했다. 카스테레오 스피커에서는 2월과 5월의 기온 차에 대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커-피-." 나는 말했다.
"커-피-?" 친구가 말했다.
"커-피-라고 쓰여져 있는 간판이 있어."
"그런 건 어디에나 있는 거 아냐-."
"하지만 굉장히 큰 간판에 단지 '커-피-'라고만 쓰여 있어. 더구나 그 간판은 하늘을 향해 있고."
"폭격기 방지용인지도 모르지 뭐-." 그는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아마 적십자 마크 비슷한 거겠지? 어느 누구도 '커-피-'집을 폭격하진 않을 거 아냐. 그렇지 않은가?"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말했다.
북해도 도로변 주위에 작은 마을이 있었다. 거기에는 거대한 간판을 걸어놓은 커피 가게가 있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거기에는 커피적인 평화가 있었고 그리고 커피적인 따스함이 있었다.
"커-피-" 젊은 폭격수가 하늘에서 그 간판의 글자를 발견했다.
"커-피-?" 조종사가 말했다.
"커-피-라는 간판이 보입니다."
간판의 한쪽 구석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더구나 때는 2월의 오후인지라 아마 그것은 멋진 광경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