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무라카미하루키

내가 만난 유명인

chocohuh 2022. 1. 28. 08:43

1

 

나는 소위 유명인이라고 하는 사람을 별로 만난 적이 없다. 이건 어째서인가 하면 그냥 내가 눈이 나쁘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다. 그 이상 깊은 의미는 없다. 눈이 나빠서 좀 떨어진 데 있는 사람의 얼굴은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가까이에 있는 경우라도, 나는 비교적 주변 상황에 대해 부주의한 편이라, 그만 무심결에 여러 가지 일들을 간과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로부터 곧잘 '무라카미는 길에서 마주쳐도 인사도 안 한다.'는 비난을 듣는다. 그런 까닭으로, 유명인과 우연히 만났다 하더라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나쳐 버리고 만다.

그러나 내 마누라는 그런 일에 있어서는 실로 눈이 밝은 사람으로, 아무리 혼잡한 중에서도 어김없이 유명인의 존재를 캐치한다. 이런 것은 천부적인 재능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그녀와 함께 있으면 ', 지금 나카노 료코와 스쳤어요.'라든가 '저기에 구리하마 코마키가 있어요.'라고 가르쳐 주곤 하지만, 내가 '그래, 어디 어디?'하고 둘러볼 쯤에는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없다.

심할 때에는 '아까 찻집에서 당신 옆에 야마모토 요코가 앉아 있었잖아요.'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건 그때 슬쩍 가르쳐 주면 좋잖아,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야마모토 요코의 맨얼굴을 본다는 것에 얼마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는 느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역시 놓쳐서 '손해를 봤다'는 아쉬움이 있다. 참 이상한 일이다. 다음 회부터는 내가 지금까지 해후했던 많지 않은 유명인사에 대해 써 보려고 한다.

그건 그렇고 이바라기현 니하리군에 사는 아라카와 마사히코씨, 지적하신 대로 65, 신주쿠의 <피자르> 앞에서 당신이 본 사람은 제가 맞습니다. 곁에 있던 여자는 다행스럽게도 내 마누라였습니다. 당신의 편지를 읽었을 때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지만, 역시 마누라입니다.

 

나카노 료코: 영화배우

야마모토 요코: 영화배우

 

 

2. 내가 일하던 레코드 가게에 왔던 톱가수 후지

 

대학생 시절, 신주쿠에 있는 조그만 레코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1970년의 일이 아니었던가 생각한다. 아무튼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가 방일하여 고라쿠엔에서 콘서트를 연 해이다(, 그립다). 그 레코드 가게는 무사시노관의 건너편에 있었는데, 지금은 팬시 스토어로 바뀌었다. 당시에는 아직 무사시노관이 없었더랬다. 옆 빌딩 지하에는 재즈 바가 있어, 일하는 틈틈이 곧잘 거기에서 술을 마셨다.

한번은 내가 일하고 있는 레코드 가게에 후지 케이코씨가 온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그 사람이 후지 케이코라고는, 나는 전혀 상상치도 못했다. 그다지 눈에 띠지도 않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화장기도 없이, 아담한 몸집에, 어딘지 소소한 느낌이었다.

지금 젊은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후지 케이코하면 혜성처럼 나타나 연달아 히트곡을 발표하여 한 시대에 획을 그은 슈퍼스타였다. 지금의 야마구치 모모에 정도는 못되더라도 혼자서 부담없이 신주쿠 거리를 거닐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그런데 그녀는 매니저도 동반하지 않고 혼자서 훌쩍 내가 일하는 레코드점에 들어와서는, 아주 죄송스럽다는 표정으로 '저 팔려요?'하고 방긋 웃으며 내게 물었다. 무척 인상이 좋은 웃음이었지만, 나는 무슨 영문인지 잘 몰라 안으로 들어가 주인을 데리고 나왔다.

', 순조롭게 나가고 있습니다.'하고 주인이 말하자, 그녀는 또 방긋 웃으며 '잘 부탁드리겠어요.'라고 말하고는, 신주쿠의 혼잡한 밤거리 속으로 사라져 갔다. 주인장의 얘기에 의하면 그런 일이 이전에도 몇 번인가 있었다고 한다. 그 사람이 바로 후지 케이코였다.

그런 연유로 나는 전혀 엔카는 듣지 않지만, 지금까지 후지 케이코라는 가수를 아주 인상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이 사람은 자신이 유명인이라는 점에 평생 익숙해질 수 없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 이혼을 하기도,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는 풍문이지만, 열심히 해 주었으면 한다.

 

야마쿠치 모모에: 1980년대 일본을 풍미했던 톱 여가수이자 배우

 

 

3. 두렵고 존경스러운 작가 요시유키

 

요시유키 쥰노스케라는 사람은 우리들 말단에 있는 젊은 신인 작가에게는 꽤나 외경스러운 인물이다. 그러나 왜 요시유키씨가 외경스러운지에 대해서는, 왠지 설명을 잘 못하겠다. 그 외에도 유명한 작가나 훌륭한 작가는 별처럼(……그렇지도 않나) 많은데, 특별히 요시유키씨에 한해 외경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신기하다.

요시유키씨는 내가 어느 문예지에서 신인상을 받았을 때의 심사위원으로, 뭐 일단은 은혜를 입은 사람이기도 하여 어디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한다. 그러면 ', 여전 번에 자네가 쓴 글 상당히 재미있었네.'라든가 '요즘엔 눈이 안 좋아서 책을 읽을 수가 없지만, , 열심히 하게나'하고 언질을 준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 식으로 상냥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다른 사람이 조금이라도 불필요한 말을 꺼내거나 하면 '자네, 그건 사소한 일일세'라든가 ', 촌스런 얘기는 그만두지'라는 등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는 저쪽으로 가 버린다. 그런 류의 타이밍을 가늠하는 절묘함이 외경스럽다고 할까, 그것이 바로 이편이 삼가 긴장을 하게 되는 요인이다.

그래서 나는 요시유키씨의 근처에 있을 때면 스스로 자진해서는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하고 있다. 사람 앞에 나서면 대개는 말수가 적어지는 편이므로, 이런 침묵은 전혀 고통이 아니다. 오히려 그게 편하다. 결국 나는 지금껏 네 번 정도 요시유키씨와 술자리를 같이 했지만, 무슨 얘기를 나눈 기억은 별로 없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서 요시유키씨가 무슨 얘기를 하느냐 하면, 그게 또 정말 어째도 상관없을 무익한 얘기를 하염없이 늘어놓는 것이다. 무익한 얘기가 무익한 우여곡절을 거쳐서, 한층 더 무익한 방향으로 흘러, 그리하여 밤이 깊어진다. 나 역시 꽤나 무익한 편이지만, 아직 젊으니까 그렇게까지는 무익하게 될 수 없다. 늘 감탄하고 만다. 그런 얘기를 장황스럽게 늘어놓으면서 호스티스의 젖가슴을 슬며시 만지는 부분 또한 위대하다. 역시 뭐라고 해도 외경스런 존재이다.

 

 

4. 내 카페에서 일했던 종업원 야마구치

 

야마구치 마사히로씨는 딱히 유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유명함의 한 양식을 시사하고 있음은 분명하므로 이편에서 특별히 거론해 보기로 한다.

야마구치 마사히로(이하 경칭 생략)는 무사시노 미술대학 상업디자인과 출신으로, 학생 시절에는 내가 옛날 고쿠분지에서 경영하던 재즈 찻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야마구치는(점점 경박하게 부르게 된다) 질이 나쁜 사내는 아니지만, 딱 잘라 말해 무능에 가까운 종업원이었다. 거의 일도 하지 않고, 종업원 할인가격에 그것도 외상으로 술만 마셔대고, 미술적 재능은 없고, 성적도 나쁘고, 여자한테도 인기가 없었다. 그 야마구치로부터 며칠 전 우리 집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어차피 거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얘기를 듣고 있자니, 웬걸 '학생 원호회'의 광고를 취급하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 원호회'라면 바로 <일간 아르바이트 뉴스>를 펴내고 있는 버젓한 회사다. 그래서 '거기서 뭘 하는데?'하고 물어보니, '광고를 만들고 있죠, '란다. 대단한 출세다.

'저 하루키 씨 말이죠, , 소가 나오는 텔레비전 광고 있잖습니까. 그걸 말이죠, 이토이 씨 같은 사람들하고 같이, 내가 만들었다구요'라고 야마구치가 말한다.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으니까, 그런 얘기를 해도 무슨 소린지 통 알 수가 없다. 대체 뭣 때문에 <아르바이트 뉴스> CM에 소가 출현한단 말인가?

'그럼 말이죠, 후지산이 학생복을 입고 짜잔하고 나와서 인간이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것도 모릅니까?' 텔레비전이 없으니 그런 걸 알 턱에 없다고 하잖느냐구!

야마구치 마사히로는 낙담한 듯 맥이 풀려 전화를 끊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무엇인가?

 

내가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에서 아무리 유명하다 해도, 그런 거 나는 모른다.

무사시노 미술대학의 성적 평가는 신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야마구치군 진구 구장의 박스석 티켓, 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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