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산세도(三省堂) 서점에서 책을 사고 있으려니, 같은 계산대에서 내가 쓴 책을 사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그 사람은 책을 두 권 샀는데, 그중 한 권이 내 책이었던 것이다. 나머지 한 권이 뭐였는지 그때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책의 저자라고 하는 인간들은 자신의 책이 다른 어떤 종류의 책과 더불어 구매되는가에 대해 상당히 흥미를 느끼는 법이다. 그래서 그 가상 이웃의 이름을 생각해내려고 머리를 쥐어짜는데 아무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이상하다고 하면 책방에서 누군가가 자기의 책을 사는 광경을 목격하는 것도 꽤 이상한 일이다. 내가 처음으로 소설을 썼을 무렵 출판사 사람이 '자기 책을 사고 있는 사람을 책방에서 발견하게 되면, 그것은 베스트셀러라고 여겨도 틀리지 않죠.'라고 한 적이 있어, 으음, 그런가 하고 탄복했던 일이 있다. 어쩐지 바퀴벌레나 흰개미 같은 얘기다. 하기야 나는 그리 뻔질나게 책방 출입을 하는 인간이 아니라서, 그런 광경을 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정직하게 말해서, 누군가가 자기 책을 사는 장면을 보는 것은 기쁜 일이다. 책이라고 하는 것은 읽어 주지 않으면 말짱 헛것이니까, 책이 팔린다고 화를 내는 작가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기쁜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고-잘난 척할 생각은 없다-거기에 왠지 모를 서글픔이 남는다. 그거 뭐랄까, 예가 부적합한 지도 모르겠는데, 자기의 누드 사진이 실린 잡지가 팔리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심경과 비슷하지 않나 하고 나는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내가 아는 여자 중 한 사람도 무슨 남성 잡지의 핀업에 게재되었다. 으응, 그 여자가! 하고 의아하게 여겨질 사람까지도 미련 없이 벗어던지고 있다. 나는 그녀들의 누드 사진을 보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잡지가 나오고서도 석 달쯤이나 지나서야 겨우 '실은 나 말이죠'하고 당사자가 밝히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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