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 출판 담당인 여성 편집자가 나와 같은 혈액형에 생일까지 같다고 썼다. 그런 경우 우선 신경이 쓰이는 것은, 나랑 그녀 사이에 어떤 운명적인 성격상의 공통점이 존재할까 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나를 담당하는 편집자라서 시간을 두고 유심히 관찰할 수가 있었다. 결과부터 얘기하면 물론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역시 과연'하고 감탄할 정도로 두드러지는 공통점은 없다. 상이한 점보다는 공통점이 얼마간 많은 정도이다.
하긴 <무민>을 읽으면, 무민 파파와 오 분 차이로 태어난 아기가 있었는데, 그쪽은 무자비한 악당이 되었고, 한편 무민 파파는 훌륭한 아버지가 되었다고 하니까, 생일이 같다 하더라도 공통점은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다.
점성술의 세계에서는 시간이 약간만 어긋나도 여러 가지 일들이 영판 달라지는 모양이다. 내 경우는 태어난 시간이 정오쯤이라는 것 이상으로 자세한 것을 모른다. 그러니까 엄밀하게 말해서 운명을 점치는 일이 어렵다.
한 삼 년 전에 점성술에 통달한 어떤 유명한 여성과 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는데, 좋은 기회라고 여겨져 비교적 가까운 장래의 일을 물어보았다. 그녀는 '정오 이전인지, 이후인지에 따라 상당히 달라집니다.'하고 사양하는 듯 말하면서도, '분명 올해 안에 이혼하시겠는데요.'하고 딱 부러지게 말했다. 나는 그렇게 되는 것도 운명이라면 할 수 없지 하고 생각하며, 예금통장의 분배 방법을 궁리하거나 이혼 후에는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 해를 보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이혼하지 않았다. 대수로운 싸움도 하지 않았다. 싸움은커녕 오히려 지극히 평온한 한 해였다. 그 여자의 예언은 잘 들어맞는다는 풍문이니, 아마 내 경우는 정오 이전인가 이후인가 그런 편차로 운명이 미묘하게 비켜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태어난 시간이 오 분만 달랐어도 나는 지금쯤 독신으로, 걸 프렌드가 열 명 정도 있는 상황이 됐을는지도 모른다. 뭐 아무려면 어때,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무민: 핀란드의 아동 문학가 토베 얀손(Tove Janson)의 작품, 혹은 그 주인공의 이름. 무민은 북구의 전설에 등장하는 숲 속의 요괴 요정 트롤(Troll)에서 유래하며, 그 모습은 남동생의 얼굴을 발전시킨 것이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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