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나이를 먹고 나니 발렌타인 데이가 하나도 재미없어졌다는 얘기를 썼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 재미없어지는 게 발렌타인 데이뿐이 아니다. 생일도 아무런 재미가 없어지고 만다. 자랑할 건 못 되지만, 최근의 내 생일에는 재미있는 일이 한 가지도 없다.
물론 선물조차 받지 못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내 마누라는 선심 쓰기를 꽤 좋아하는 편이라 '선물 뭐가 좋겠어요? 뭐든 사드릴 테니까!'하고 말하기도 하고, 또 대개의 물건들을 실제로 사 준다. 그러나 말이다, 곰곰 생각해 보면 그녀가 지불을 하거나 내가 지불을 하거나, 돈 나오는 구멍을 똑같은 것이다. 당장 십만 엔짜리 카세트 데크를 사다 주어, 야! 하고 기뻐 날뛰어도, 월말이 되면 '저 말이죠, 이번 달 생활비가 모자라는데요' 하고 말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 걸 생각하면 생일 선물로 무얼 받든 기쁘지도 않고 감동도 없다.
우울하다.
그래서 올해 생일은 혼자서 살짝 지내보려고 했다. 긴자에서 레코드를 한 장 사고서(스스로 샀다), 니혼 바시(日本橋)에 있는 다카시마야(高島屋)의 특별 식당에 가서 도시락을 사 먹는 걸로 끝내자고, 그 정도면 분수에 맞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니혼 바시까지 걸어갔더니, 다카시마야는 정기 휴일이었다. 이런 일이 있을 수가. 나는 다카시마야의 식당에 가면 그 나름대로 은밀한 생일 축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기에, 그래서 일부러 니혼 바시까지 걸어온 것이다. 결국, 그날 나는 공연히 화를 버럭버럭 내며 맥주를 마시고, 배가 터지도록 생선 초밥을 먹어,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쓰고 말았다.
그 이튿날, 나는 출판 담당의 여자 편집자와 만나 식사를 했다. 그녀는 나보다 세 살 아래인데, 혈액형도 같고 생일도 똑같다.
'생일이 돼도 좋은 일은 하나도 없네요.'하고 그녀가 말했다. 나이를 먹으면 이런 식으로 생일이 같은 사람끼리 옹송옹송 모여서 '너나할 것 없이 좋은 일이 없군.'하고 주절주절 얘기하며, 먹고 마시는 게 그중 타당한 생일 축하가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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