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시마 홀(Naoshima Hall) 건축 디자인

일본 시코쿠(Shikoku) 세토(Seto)내해에는 인구 4천명이 채 안 되는 작은 섬 나오시마(Naoshima)가 있다. 이곳에는 세계적인 예술의 섬으로 건축 디자이너 히로시 삼부이치(Hiroshi Sambuichi)의 바람이 지나가는 건축물 나오시마 홀이 있는 곳이다. 건축 디자이너 안도 타다오(Ando Tadao)와 기업가 후쿠다케 소이치로(Fukutake Soichiro)가 함께 기획한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Naoshima Art Project)로 작은 어촌마을에 현대건축과 현대미술이 가득한 복합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아트 홀 옆에는 건축 디자이너 이시이 카즈히로(Ishii Kazuhiro)의 나오시마 쵸야쿠바도 함께 있다.

 

 

 

남북으로 바람이 통하는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지붕 형식 이리모야(入母屋)라는 지붕 형식 중 하나를 사용하였다. 대한민국의 전통 건축에서 보이는 팔작지붕과 형식이 비슷하다. 홀이 세워진 장소는 세토내해제 예술제가 열리는 혼무라(Honmura) 지구이다. 1998년부터 진행 중인 일본의 구옥과 신사를 예술작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로 유명한 오래된 마을이다.

 

 

 

 

나오시마 홀의 설계를 맡은 히로시 삼부이치는 세토내해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건축 디자이너이다. 2011년에도 나오시마에서 가까운 섬 이누지마(Inujima)에 폐허가 된 제련소를 미술관으로 다시 만든 이누지마 제련소 미술관(Inujima Refinery Museum)으로 일본 건축 대상을 수상하고 일본 건축학회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거대한 설치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 건물의 내부는 모두 회반죽을 칠해 완성하였다. 새하얀 곡면에 빛이 머물러 있는 광경은 꿈에서나 본 듯한 초현실적인 경험을 제공하였다. 나오시마 홀은 마을 주민들을 위한 다목적 시설이다. 중앙에는 무대가 있고 나머지 공간에는 다다미를 깔기도 의자를 두기도 하면서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건축물의 최대의 특징은 천장의 슬리트(Slit)에 있다. 그 위에 놓여있는 이리모야 형식의 지붕에는 남북 방향으로 뚫린 삼각형의 개구부가 있다. 남쪽에서 개구부를 통해 바람이 들어갈 때 만들어지는 압력차로 실내에 가득 차 있던 공기가 위로 올라가 지붕으로 빠져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환기가 이루어지는 구조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건물의 1/2이 땅에 묻혀 있다는 점이다. 평탄한 지대 위에 흙을 쌓아올려 그 안에 건축물을 품고 있는 형태로 바닥면 아래에는 천장과 같이 공기가 통하는 길을 마련하여 바닥 위로 열려있는 슬리트(Slit)를 통해 선선한 바람이 들어온다. 지열과 외부 공기의 온도차로 여름에는 차가워지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데어진 공기가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히로시 삼부이치는 나오시마 홀을 설계하기 위해 2년 6개월 동안 리서치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리서치를 통해 혼무라(Honmura) 지구의 오래된 가옥들의 구조와 배치에 어떤 법칙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지역에 남아있는 집들의 대부분이 남쪽 산간 골짜기에서 북쪽의 항구를 향해 펼쳐지는 부채모양을 따라 바둑판처럼 줄지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남북 방향으로 대청마루를 설치하고 그 앞에는 정원을 놓았다. 정원과 정원을 이어보면 골짜기와 항구를 잇는 부채꼴의 뼈대에 따라간다. 정원에서 대청마루를 지나 공간 안으로 바람이 지나간다. 그리고 그 바람이 다음 집으로, 또 다음 집으로 통과해 간다. 혼무라 지구의 마을들은 이렇게 바람을 릴레이식으로 주고받으며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채꼴의 중심에는 계단식 밭이나 저수지가 있어 여름에는 물 위를 통과한 시원한 공기가 북쪽으로 흘러 들어간다. 집들의 방향이 그 지역 바람의 흐름을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의 힘으로 환기를 돕는 건축, 그 안에는 오랜 시간동안 전해져 내려온 선조들의 지혜가 살아 숨 쉬고 있었던 것이다.

 

 

 

Naoshima-cho 696, Kagawa-gun, Kagawa, JAPAN

 

http://www.designdb.com/dreport